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나의 학창 시절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 배울 것이 많아, 이리저리 쫓아 다니다 문득 졸업을 맞이해 버린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 하나를 파고 들기엔 너무 철이 없었고, 일단은 흥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린 나이에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보여주는 열정 만큼은 대단했습니다. 졸업을 할 때 쯤 교수님의 조언으로,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이 다 되어가는 학생이 취업준비는 안하고 한량처럼 교보문고 영문서적에서 비비적 댈때, Into the Wild / Jon Krakauer 라는 책을 발견하고 부터 내가 생각한 나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책은 당시에 거의 이해는 못했었지만,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보게 되었고, 나중에는 영화로 도 볼 수 있어 순간 순간의 자잘한 감성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책꽂이에 꼽게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인생의 맥락을 어느 한 개인의 이야기로 다시 한번 나를 돌아 보게 되었을때, 교수님의 조언이 깊은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김준수는 남의 밥그릇을 뺏어 먹는 짓은 하지 않겠죠?” 적지 않은 충격적인 어감과 나는 아닐꺼라는 기대감을 보여준 이 한마디는.. 몇년간 머리 속에서 아침 종처럼 울려대며 잠을 깨우고, 좌절할때는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강력한 영양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세상 속 나라는 상대적 작은 존재에 대해, 내가 어떻게 나라는 존재로 독자적인 존재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아마 대학생이 된 이후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나의 인생 프로젝트 입니다. 이런 좋은 프로젝트를 주신 나의 선생님은 구체적인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하는 것 보다 더욱 값진 보물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이리저리 방황하고 술도 마시고 실수도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은 나의 열정으로 인해 많은 경험과 정보를 입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그 주체로는 물질이 아니라 항상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에 대해 정의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을 만날땐 다른 사람의 정의는 무엇일지 궁금해 하고 하나라도 얻어 들으려 했을 때 그 사람의 낭만과 지식 그리고 내가 배울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 동기들에게도 너무 감사한 것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과 생각 그리고 판단 기준들을 배울 수 있었고 나보다도 훨씬 좋은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어 너무 고마웠습니다. 인프라는 보잘 것 없었던 그런 겉 모습 보다는 다양한 경험의 선생님과 다양한 방향을 기대하던 동기선후배들이 함께 고립된 공간에서 서로 솔직한 말을 뱉어낼 수 밖에 없는 내 모교라는 환경이 내 인생에 몇 안되는, 하길 잘한 결정 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같이 내성적인 사람도 친절하게 끌고가서 챙겨 주고 술 먹여서 솔직한 생각을 토하게 만드는 이곳이 아마도 세상에 나가기 전 나를 여물게 하고 단단히 준비할 수 있게 해준 최고의 마지막 관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이라는 것이 내 턱 밑까지 다가 왔을 때 느꼈던 불안감과 좁은 공간에서 나와 하고 싶은 것을 이제 진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묘하게 마음속에 공존했고, 뭐든 닥치는 대로 멋지게 해내겠다는 자신감 또한 실패했을때 ‘돌이킬 수 없겠지?’라는 초조함과 함께 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살면서 뼛속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사람들 중 몇몇이 죽음을 맞이했었습니다. 함께 하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던 나는 심한 절망감과 자괴감을 가지게 되었고, 순간 앞을 향하기 보다는 내주변을 더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가족, 내 사람들에게 질척대며 물어보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열어 먹은 초록색 술뚜껑 들이 쌓아놓고 보면, 술잘마시는 사람도 놀랄 만큼 술에 꽝인 내가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분비해내고를 반복한 양이었습니다. 주변의 걱정이 늘었고, 이러다 내가 나 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 또한 힘들게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세상을 비관하기 보단 결국 나를 바로 세워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죽는것 보다 좋은 것이 살아남기 입니다. 그 바닥을 생각해보면 지금 살아 숨쉬는 것 만큼 감사한 것이 없었고, 어떤 일이든 받아 들일 준비가 되었었던 것이 졸업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2006년 졸업 때 간담회를 처음보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당시에는 비록 저의 한마디가 어떤 의미였을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민망하고도 솔직한 한마디 였던 것 같습니다. 한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많이 배웠다고 말하니 아직 배울께 많아 보이는 구나.”
세상은 배울 것이 많고 들어야 할 것이 많은 곳 입니다. 여러분의 판단은 지구라는 큰 환경에 상대적으로 보면 티끌도 안되는 작은 생각입니다. 나를 놓고 내 모든 감각을 열어 받아 들였을 때 세상의 부분들이 이해가 되고, 어디에 놓여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가 될 것 입니다.
저는 졸업생 여러분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있게 세상을 홀로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습니까?” 많은 일들에 고개를 숙이고 받아 들였을 때 더욱 많은 일들에 고개를 들고 당당해 질 수 있을 것 입니다. 겸손해지고 부딛히고, 결국 얻어내십시오. 저는 여러분이 세상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생각할 만큼 자신있고 힘차게 사회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