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면 왜 안 되는데?”
“일을 도중에 내팽개치는 건 도망치는 거잖아.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난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미겔은 그 순간 무척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도망치는 게 뭐가 나쁜데!?”
너무도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나도 사자를 만나면 도망칠거야! 하지만 고양이라면 도망치지 않겠지.
너한테는 그 일이 사자였던 거잖아. 그렇다면 도망쳐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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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선 도망쳐도 괜찮은 거였어.오토 미유키,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오브제, 20160620, 76p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 할 수 있어”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나약함’과 곧장 연결되어
한없이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면 늘 ‘새로운 시작’이 있는다는 그 말 때문에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끝자락을 향해 불안한 걸음을 계속해야 했죠.
나도 사자를 만나면 도망칠거야. 하지만 고양이라면 도망치지 않겠지.
너한테는 그 일이 사자였던 거잖아. 그렇다면 도망쳐도 괜찮아.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 위태로운 그 길 위에서
포기해버리는 겁쟁이가 될 까 두려워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당신 앞의 그 일이 사자인지 고양이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이라고,
그러니 만약 당신에게 그 일이 사자라면
그동안 그 곳에서 버텨내는 것 조차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기에,
뒤도 안보고 도망쳐도 괜찮다고,
새로운 시작따위 없이 그냥 그 곳에서 끝이 나버려도 걱정 말라고,
이 지면을 빌려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