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and Trend: Recycling Over Brand New
The current design trend of urban restoration was introduced naturally as a means of a solution to a problem. The projects in the example could be evaluated as good designs, whereas on the other hand, we have also experienced that copying only the outer skin of the trend will never result in a good design, but rather produce an unstable result like a house built on sand. Therefore, it is the virtue of a designer to always remind oneself that the essence of design lies more in providing a solution than setting the trend.
인간의 심리가 경제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화 시킨 넛지nudge이론으로 알려진 리차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 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그가 주창한 넛지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으로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고 허점이 많기 때문에 정책설계자가 옆구리를 누르듯 가볍게 개입해서 행동을 바꿔주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고 그는 이것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고 했다.
디자인 트렌드에 있어서 디자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답인 것 같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그 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례들을 조사 연구하면서 방법들을 답습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비슷한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고 디자이너의 역할이 사람들의 라이프와 나아가 정책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서울마포구 성산동 석유비축기지는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국내 경기가 출렁이자 정부에서 매봉산 자락 14만m²일대에 높이 15m, 지름15-38m인 탱크 5개를 세우고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쓸 석유를 저장해 두었고 기지는 완공된 1978년부터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1급 보안 시설로 관리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짓게 되자 경기장 서쪽에 있는 기지가 위험 시설이라고 판단되어서 2000년 11월 기지를 폐쇄하고 경기도의 저장소로 옮겨가면서 축구장 20개 면적의 넓은 부지는 관광버스가 드나드는 주차장이 되면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땅이 되어버렸는데 41년 만에 새롭게 태어나서 옛 석유비축기지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를 단장해 전시장과 공연장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것이다. 석유 대신 문화가 가득 차는 곳이라는 뜻에서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이 붙었고 원래 있던 탱크 5개 외에 새 탱크 1개가 들어서서 기지 한가운데 있는 문화 마당을 탱크 6개가 둘러싼 모양새다.

저장고 내외장재와 옹벽, 공사중 발견된 돌덩이를 버리지 않고 건축에 활용했고 석유저장고를 지탱하던 철판을 잘라 공연장 안전 손잡이로 만들고 4번 탱크 지하에 있던 커다란 돌들은 3번 탱크를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세웠고 3번 탱크는 조성 당시 모습을 간직하도록 예전에 쓰던 송유관 점검용 철사다리 등을 그대로 뒀다.

산업화 시대 유산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했다는 점에서 문화비축기지는 화력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거듭난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가스공장에서 공동주택으로 변신한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Gasometer시티와 닮았다.

스위스 건축가그룹 헤르조그와 드 뫼론Herzog&De Meuron에 의해 설계된 테이트 모던은 버려진 화력공장을 살려 놓았을 뿐 아니라 런던 테임즈 강 주변의 문화 환경을 바꾸어 놓았다. 그 부지에 화력공장을 없애버리고 전혀 새로운 건축이 들어섰다면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도 없는 파급효과를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회사가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같은 클라이언트이고 같은 성격의 공간인데 불과 몇 년 만에 클라이언트 요구 사항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을 통해 답을 정답을 보여주었던 사례들 성수동 대림창고, 카페 어니언 등이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형성하였고 그 학습효과가 결국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생을 통한 세운상가의 재탄생
지난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종묘 맞은편의 세운상가가 완전히 탈바꿈하였는데 1970년대에 탱크나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하던 세운상가가 50년 만에 도시재생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재탄생 한 것이다.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남북 방향으로 약 1km에 이르는 세운상가 일대를 새로운 보행 중심축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였고 첫 선을 보인 건물 앞에는 ‘메이커시티 세운Makercity Sewoon’이란 새 이름과 ‘세운상가’라는 옛 이름이 함께 내걸어있고 500m에 달하는 공중보행로가 세운상가부터 청계상가를 지나 대림상가까지 한달음에 이어지는 보행교로 총연장 58m에 3층 높이로 부활했고 세운상가~대림상가의 양 측면에는 각각 500m 길이, 3층 높이의 보행 데크가 마련되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9층 전망대인 세운상가 옥상으로 올라가면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울옥상’이라고 이름 붙은 이 전망대 쉼터는 정면으로는 북한산과 종묘가 바라볼 수 있고, 뒤쪽으로는 남산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발 밑으로는 여관과 작은 가게들이 1970,∼198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세운상가 전면의 옛 초록띠 공원 역시 ‘다시 세운광장’으로 개편돼 다양한 행사가 열리게 되며 광장 지하에는 다목적 홀과 공사 중에 발견된 중부 관아터와 유적을 한양도성 내 최초의 현지 보존 방식으로 전시하는 문화재 전시관을 조성했다.

세운상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신식 전광판 옆에 구식 안내판이 자리하고, 신축 구조물과 기존의 상가가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보행로 옆으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부품 상가와 새로 개장한 청년 공방이 손님을 맞는다.
평행의 흐름을 수직으로 절단했던 상가들을 다시 연결해 사람이 걷는 길로 만들어서 이전에는 청계천 위를 공중보행교가 가로질렀지만 청계고가가 만들어지면서 끊어졌기에 이를 새롭게 복원하면서 범위를 넓혔고 상가 옆으로 늘어선 무허가 상점 100여 곳 위로 3층 높이, 500m 길이의 보행 데크가 생겼고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와 청계상가의 흔적을 살리기 위해 난간을 비롯한 건물 일부를 그대로 뒀다. 도시재생이라는 지금의 디자인 트렌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답으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고 위의 사례로 든 프로젝트들은 좋은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면에 트렌드를 외피만 따라하게 되면 결국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많이 경험하였고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디자인은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하지만 그 본질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