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생은 삶의 재생

Revival of Space is Revival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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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에서 주관하는 실내건축대전에서 올해의 대상은 기존의 폐공장을 복합 문화시설로 리노베이션 한 학생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위치는 폐공장들이 모여있는 서울의 성수동지역으로 아직 활발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폐공장들에 관심을 보이며 패션쇼 등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한 지역이다. 근처에 매끈하게 신축된 서울 숲 공원 주변지역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개발이 안 된 곳으로 미래에 서울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흥미롭게 리노베이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잠재적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올해 공간디자인 전공학생 졸업작품 주제 중 하나도 도시주거지역의 재생프로젝트이다. 과거 그리고 사실 지금도 도시 재개발사업 하면 일단 철거를 깨끗하게(?) 하고 그 위에 새로운 마인드로 과거와 상관없는 새로운 계획을 하는 과정을 거쳐 진행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보존 할 가치가 있는 도시가 갖고 있었던 역사적 맥락들을 놓치고 속도만 내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했었다. 그래서 이번 졸업작품의 도시 재생프로젝트의 관점을 보존 가능한 요소들은 그대로 두고 재해석 해야 하는 부분들을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잡고 시작하였다. 거시적으로는 이 지역의 길의 기원부터 분석하고 그 골목길을 살리면서 지역주민의 구성원과 생활패턴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디자인을 진행하였다. 사실 현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비용면에서나 집중도면에서 신축을 선호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도 하나의 유기체로서 건강하게 재생이 잘 이루어졌을 때 결국 궁극적으로 그곳에 살고있는 인간들의 삶도 건강하고 만족하게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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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하이라인 파크
뉴욕시에 있는 하이라인 파크는 어쩌면 우리가 가야 할 미래가 어떤 길인지를 겸허하게 암시하는 한 건축물의 사례로 볼 수가 있다.
하이라인(Highline)은 뉴욕시 미트패킹에서 맨해튼 허드슨강 철도 화물 하적지에 이르는 1.5마일 길이의 공원이다. 원래 하이라인은 1930년대 완공된 20km에 달하는 고가철도였다. 뉴욕 주위를 순환하며 화물수송을 담당하던 하이라인은 자동차의 출현으로 완공 20년도 안되어 점차 사용가치를 잃어갔다.
그리고 급기야 1980년 이후 완전히 방치되어 녹물로 삭아 들어가는 흉물로 변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던 90년대의 뉴욕시는 당시 시장 쥴리아니의 지휘아래 이 폐철로를 완전히 철거하고 당시의 트렌드를 추종하는 포스트 모던적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는 곧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방치된 그곳에서 야생의 풀이 돋아 오르고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미하지만 근대와 현대의 뉴욕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풍경이 형성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철골과 아스팔트 그리고 콘크리트덩어리로 압사할 것 같은 이 지역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없는 야생의 꽃과 풀이 무성히 자라는 식생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철거계획에 저항한 일단의 시민들은 바로 여기서 숨통이 열린 감동을 받으며 어떤 의미심장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그들은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란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철거계획을 무산시킨 다음 이러한 사건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말해줄 수 있는 건축물을 공모하였다. 여기에 조경가와 건축가인 Diller Scofido & Renfro는 어그리텍처(Agritecture)란 새로운 개념의 건축으로 응답해왔다.

이 공원의 조형적 특징은 기존 철로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길고 좁은 공원의 형태와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의 장소특성 때문에 도시의 모습을 새로운 눈높이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이 특성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과 그 공간을 다시 해석하고 만들어 내기위해 공간과 시설물의 통합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표현해서 뉴욕을 더 뉴욕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하이라인을 다시 건축한 기술은 그 것을 그저 야생으로 방치하지 않고 다시 보듬으며 이러한 사건이 갖는 의미를 가다듬어 내었다. 이는 바로 어그리텍처란 건축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철로 이용 중단 후 그곳에서 무성하게 자란 잡초도 그 고유의 미적 가치가 높다는 판단으로 씨앗 수확 과정을 거쳐 다시 심었고, 이러한 방식으로 하이라인은 무를 향해 삭아 들어가는 철도의 산화과정을 풍경이 창조되는 기다림의 과정으로 반전시킨다. 그리하여 풍경을 그곳에 사는 인간들에게 안겨주고 동시에 그들을 그곳에 거주하게 함으로써 거주의 의미를 풍경에 귀환시킨다.
하이라인은 풍경에 그 풍경을 파괴했던 근대의 거대기계를 땅의 한층 더 두터워진 나이테로 새겨 넣으며 풍경의 고유한 요소들이 그 요소로서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이곳에서 뉴욕의 시민들은 그들의 도시를 포기하고 전원으로 귀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도시수송체계의 부속된 철도에서 풍경 속의 길로서 존재를 회복한 그 길을 거닐며 명상하고 담소하고 이제 문턱을 넘어 집으로 들어 온 사람처럼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향상실의 시대를 지탱하는 기반시설이었던 하이라인은 이제 거주를 선사하는 고향을 향한 길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하이라인은 미래를 향한 길을 어슴푸레 열어주는데 그 미래는 근대나 탈근대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 근대나 탈근대를 부수고 원시의 숲으로 퇴행할 필요가 없고 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제작된 변신로봇 같은 건물들이 우글대는 도시도 아니다. 하이라인은 근대의 공간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건축을 통해 어떻게 자연, 폐기되는 근대문명, 시민공동체, 그리고 첨단기술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미래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하이라인 파크 계획의 주요 시사점은 수명이 다한 공간의 개발은 새로운 인프라 방식에만 있지는 않다. 그 공간이 쓸모없다고 해서 그 공간 속에서 일하며 같이 살아 왔던 도시민들, 노동자들의 삶까지 지워지고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유지되듯 산업사회의 유산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보여줄 수있는 새로운 형식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 공원계획이 그 점을 잘 보여 주는 산업도시의 역사성을 담은 새로운 경관을 창출해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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