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체계적,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론이다. 처음 트리즈를 접한 것은 1999년 경으로, 당시 일하던 회사에서 트리즈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모전자의 디자인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디자이너가 휴대용 카세트에서 상용화 되고 있는 기계적 메커니즘을 VCR에 적용하고자 제안하니 VCR쪽 엔지니어가 그런 방식은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던 때라, 한 회사 내에서도 부서가 다르면 노하우가 공유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때였다. 교육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어떤 기술적 문제를 갖고 있을 때 그 해결 방법을 내가 일하는 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서 끌어 올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위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트리즈는 이후 삼성전자, 포스코 등 여러 기업에서 활성화 되어, 사내에 트리즈 대학을 개설하고 전직원에게 40-120시간의 교육을 실시 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트리즈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리즈는 인텔의 칩설계, 삼성전자의 광픽업 개발 등 우리 일생생활에 이용되는 많은 제품에 응용되었으며, 삼성전자가 미국내 특허 2위를 달성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고있다. 트리즈는 기술개발을 위한 방법론으로 쓰이는 것을 넘어서, 기업의 경영이나 서비스, 그 외 분야의 문제해결을 위해 널리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디자인분야로도 활용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트리즈 방법론을 개발한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는 구소련의 해군에서 특허 심사 업무를 하며 20만건의 특허를 분석하여, 특허 중 약 3% 정도만이 창의성이 뛰어난 발명이었고 이들 발명에는 어떤 공통의 법칙과 패턴이 있음을 발견, 이를 정리하였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전세계 200만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특허들은 이미 존재하는 다른 분야의 해결 방법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전체 특허의 96%는 그가 정리한 40가지의 발명원리를 통해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그는 발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문제 해결과 그 창의성의 수준, 문제 해결의 유형 및 시스템 진화 패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의 방법론은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론’이란 뜻의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h Zadach’라 이름 붙여졌고 약어로 TRIZ라 불리게 되었다. 영어로는 TIPS(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라고도 불린다. 알츠슐러는 특허와 기술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하여 40가지의 발명원리의 정리, 모순매트릭스, 76가지 표준 해결책, 창조적 문제해결알고리즘 (ARIZ) 등을 개발 하였으며 이런 개념들이 서구로 전파되어 현재의 트리즈 방법론으로 보급되었다. 여기서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 발상에 쉽게 적용 할 수 있는 40가지의 발명 원리 중 많이 쓰여지는 10개의 원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40가지 발명원리
트리즈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고 (예,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게가 늘어난다 등),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40가지 발명 원리들을 창의성이 뛰어난 특허의 분석을 통해 도출하였다. 40가지 중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쓰이는 순서대로 10가지만 소개하면,
1) 원리 35번 모수변화 (속성변화, Parameterchange): 물질의 속성을 변화시킨다. 시스템의 물리적 상태 (기체, 액체, 고체), 농도나 유연성의 정도, 온도나 부피를 바꾼다. 예) 가습기, 에어쿠션을 이용한 유아용 체중계, 욕창매트, 일부분의 유연성을 바꾼 샤워기 핸들-호스 연결부. 납땜, 증기기관차
2) 원리 10번 사전준비조치 (Prior action): 미리 조치한다. 대상물의 변화 요구가 있기 전에 미리 그것을 시행한다. 예) 커피믹스, 라면 스프, 과자, 우표 등의 절취선. 접이선이 있는 종이 접기, 도구, 레스토랑 테이블 세팅, 간편 요리 키트
3) 원리 1번 분할 (Segmentation): 쪼개서 사용한다. 물체를 독립적인 부분으로 나눈다. 물체를 분해가 쉽도록 디자인한다. 물체의 분해 정도를 증가시킨다. 예) 조각 케익, 가루형태 약, 커터칼날, 1인분 포장
4) 원리 28번 기계식 시스템의 대체 (Replace a mechanical system): 기계적 시스템을 광학, 음향 시스템 등 다른 것으로 바꾼다. 기계적인 것을 시각, 청각, 후각 등으로 바꾼다. 전기적, 자기적 장을 이용한다. 예) 수압을 이용한 절단기, 음악 분수
5) 원리 2번 분리 (추출, Extraction): 필요한 것만 뽑아 쓴다. 물체로부터 필요한 것 또는 필요 없는 없는 것만을 추출한다. 대상물에서 방해되는 것을 제거한다. 예) 에어컨실외기, 휴대폰 블루투스 핸즈프리 장치, 녹즙기, 회로기판에서 귀금속의 채취
6) 원리 6번 다용도(Multi-functionality): 대상물이나 시스템의 부분이 여러 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 부품과 작업횟수가 줄고 유용한 특성과 기능은 유지된다. 예) 컵홀더를 포함한 우산, 맥가이버칼, 복합사무기기
7) 원리 19번 주기적 조처 (Periodic action): 연속적으로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한다. 이미 주기적이면 주기를 바꾼다. 예) 특정시간에만 적용되는 버스 전용차로, 차선 변경제, 싸이렌
8) 원리 18 기계적 진동 (Mechanical vibration): 진동을 이용한다. 물체가 진동운동을 하게한다. 고유 진동수나 공진을 이용한다. 예)초음파 세척기, 전동칫솔, 휴대폰 진동, 콘크리트 드릴
9) 원리 32 색상 변화 (Color change): 색깔 등 광학적 성질을 변화시킨다. 물체 또는 환경의 색, 투명도를 바꾼다. 관측을 용이하게 형광제, 색첨가제를 이용한다. 예) 뜨거운 커피를 넣으면 색이 변하는 컵, 변색렌즈, 위장복, 오토 캔디 특수도장 (엔진온도에 따른 색상변화)
10) 원리 13 반전 (Inversion): 반대로 해본다. 문제해결에 요구되는 작용을 거꾸로 해본다. 고정된 것은 움직이게 움직이는 것은 고정되게 한다. 물체를 뒤집거나 돌린다. 예) 러닝머신, 도깨비방망이 (믹서의 변형)
한국 트리즈협회에서는 트리즈 전문가양성을 위해 5단계의 자격증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단계 자격은 40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도 학습이 가능하므로 학생들이 도전해 볼만 하다. 협회는 3단계이상의 자격증을 획득하면 트리즈 전문가로서 독자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은 과학적인 방법론과 예술적인 인사이트가 함께 요구되는 분야이다. 우리 학생들이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아이디어 발상 및 문제 해결 방법을 익혀 제품이나 환경, 서비스의 장을 새롭게 혁신하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