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

2002년, 본인이 처음 학교에 입학 할 당시에는 사실, 디자인에 대한 배경 지식도 전무하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상태로 입학했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고 디자인이라는 영역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있다. 본인이 느끼는 디자인의 매력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주관적 그리고 감성적 측면과 객관적 그리고 논리적 측면과의 균형을 가장 잘 이루고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비롯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디자인은 과학, 기술, 경제, 문화, 정책 등등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을 서로 소통시켜주는 가장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영역이다. 본론을 쓰기에 앞서, 본인도 역량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 열심히 정진하고 있기에, ‘역량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라는 제목 아래, 앞으로 써내려갈 道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력하게 피력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적어도 학부생 때 필요한 자세와 요소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보고자한다.

1.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할과 역량에 대해서 알고 경험하기
수많은 전문가에 의하면 (논문 형식의 글이 아닌 본인의 견해를 나타내는 수필 형식의 글이니 정확한 참고문헌은 생략한다), 디자인 영역 내에는 수많은 역할과 그것들에서 비롯된 역량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할들을 가지고 역량을 발휘하는 주체, 즉 디자이너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제품의 외관에 미적 아름다움과 감성을 불어넣는 Stylist가 그 첫 번째이고, 둘째는 Functionalist이다. Functionalist는 문자 그대로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디자이너로써, 새로운 시장에서 기존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거나, 반대로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 제품 또는 시스템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적용하는 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거나 기존의 전략을 조정하는일, 각각의 기업의 디자인적 역량을 평가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 등, 이밖에 여러 가지 기능적인 일들을 디자인관점에서 수행하는 하는 것이다. Specialist로써 한 가지 역할에 특화된 디자이너들도 있고, Generalist로써 위에서 언급한 역할들 중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학부생 기간 4년 동안의 커리큘럼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전반적인 디자인의 역할들과 역량들을 배우고 경험하게 된다. 그중에서 개개인이 선호하는 역할들과 역량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적어도 학부생 4년동안은, 본인이 잘하거나 혹은 잘 할 수 있거나, 흥미롭거나 혹은 다루기 쉽거나 하는 한 두어가지 역할과 역량에 취중 하는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기 힘들다. 학부생 동안의 과정은 프로페셔널 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들을 배우고 실질적으로 연습하는 과정이기에 주어진 모든 과목과 내용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좋다. 졸업 후, 누군가는 바로 사회에 진출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석사나 박사로써 학자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두서너가지의 역할과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디자이너와 차별화된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은 그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직접해본 사람의 디테일을 따라 갈 수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커리큘럼에서 주어진 디자인 역할과 역량을 가급적이면 많이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목업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여 목업 발주를 내릴 경우나 목업 과정과 그 결과물을 확인 할 때, 목업을 직접해본 사람과 그 디테일에서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흔한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한 디테일 하나 하나에서 제품의 퀄리티가 차이 나게 되는 것이다.

2.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이해하려 노력하기
앞서 언급했듯이, 디자인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여러 가지 전반적인 분야를 소통시켜 주는 영역이다. 따라서 역량있는 디자이너로써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한 요소는, 적어도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하는 자세이다. 본인이 Imperial College London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기 위하여 면접을 봤을 당시,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질문은 즉, 감성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설명 해보라는 것이었다. 본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도시 A와 B사이에는 협곡과 계곡을 끼고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평소 4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최소한의 시간과 거리로 두 도시를 이동하기 위한 다리를 건설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 결과, 단지 4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량을 건설하게 됩니다. 이는 무려 200분을 단축시켰고, 여기서 두 도시의 거주인이 12,000명이라고 가정하면 2,400,00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4,000시간, 일 단위로 환산하면 1,666일 감축이라는 시간적-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가삼각비 손실 비용과 인력 유지 및 보수비용 없이 교량을 유지하는데 최대 15년이라는 기간동안 가능하다면, 24,990일, 즉, 두 도시에서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효과는 자그마치 68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엔지니어들이 간과한 것이 무엇일까요? 무려 4시간이 걸리지만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계곡의 경치를 즐기고 싶었던 사람은 과연 단 한명도 없었을까요?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간의 감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맥락은 케케묵은 이야기가 되었을 정도로 당연시되는 것이 사실이나 위의 사례처럼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감성 디자인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답변에서 지도 교수님은 본인이 디자이너로써 엔지니어링 및 매니지먼트 영역의 전문가들과 업무를 수행할 시 최소한의 소통은 가능하겠구나 라고 판단 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필요한 요소는, 위에서 언급한 사고를 보다 능숙하게 하기 위해 바탕이 되는 기초적인 지식의 함양이다. 위에서 언급한 답변이 디자이너로써 임하는 자세에 중점을 둔 예시라면, 아래에 언급될 내용은 지식의 함양에 대해서 보다 이야기 하고자 한다. 본인의 박사과정 연구는 기계공학부 내에 디자인 엔지니어링 전공으로써 역할 수행이다. 따라서, 입학시험의 종류 중 하나로 치러 지는 면접 시험에서,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수준의 수학과 공학문제를 풀어야 했으며, 입학 후 박사 1년 ~ 3년차 때에는 비즈니스 스쿨과 엔지니어링 스쿨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수학 및 공학 관련 수업들을 추천 받게 된다. 이를 소화해 내어야만 능숙하게 진행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실로 많으며, 본인의 개인 연구도 보다 한층 높은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각각의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다양하고, 포지션 또한 다르기 때문에 모든 디자이너가 높은 수준의 수학과 공학적 지식을 반드시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과 공학적 지식은 디자이너로써 업무를 수행할 시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제품 내부의 구조를 분석하여 내부 설계를 변형 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킴으로써 제품의 외형을 새로이 디자인 해야 할 경우, 기초적인 공학지식은 생각보다 유용하게 사용 될 수 있으며, 창조적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진다. 또 다른 예로, 새로운 시스템을 디자인 할 시, 단지 새로이 고안된 최적화 모델을 추상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그 모델의 최적화 과정을 적어도 간단한 함수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증명한다면 더욱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질적인 감성적 데이터를 양적인 수치적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보다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사용자를 실직적인 디자인 업무에 참여시켜 보다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일종의 Co-design 시스템이 20년 전 부터 도입되어, 지금은 활성화가 아주 잘 되어있다. 사용자가 디자인 프로세스 상에서 실질적인 디자인 활동을 할때, 사용자로부터 디자이너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Co-design의 순기능), 사용자가 가지지 못한 고차원 적인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그들을 올바르게 인도하여 최종적으로 제품화하는 과정은 결국 디자이너들이 담당하게 된다. 디자이너에게 위의 본문에서 언급한 올바른 자세, 지식, 그리고 경험에서 비롯된 역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Co-design 시스템은 운영될 수가 없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끊임 없이 노력하고 정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필요한 자세와 요소들이 역량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거나,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은 아니다. 본인이 지향하는 적합한 방법과 방향이 각기 있을 것이고, 결국 그것에 대한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학부생일 때 만약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염두해두고 생활 했었다면, 졸업 후 보다 역량있는 디자이너에 한발 짝 더 다가가 있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썼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It usually takes 4 hours by car to move from city A to city B because of the canyon and the valley located in between the two cities. So the engineers focus on constructing a bridge that minimizes the transporting time and distance. As a result, engineers construct a progressive bridge that allows you to move between the cities in just 40 minutes. Nonetheless, what did the engineers missed in this case? Although it took 4 hours, there could have been people who wanted to enjoy the sceneries of the valley while on their way. It is true that the importance of taking the human sensibility into consideration has been greatly emphasized in almost every discipline, but just as the case mentioned above, there are many cases in which we miss the point. Accordingly, Emotional Design is essential for enriching the human life.” I think my advisor judged from my answer that I had the capability as designer to work and have the basic communication with experts in the fields of engineering and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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