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빌레뜨 공원(Parc de la villette 1982)현상 설계에 당선되어 디자인의 전권을 위임받은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기본적인 의도는 새로운 도시적 전략, 즉 새로운 ‘유형’의 도시공원을 정의하는 것이자 동시대적인 ‘문화의 구축’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서로 다른 시스템들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라 빌레트의 계획안에서 영화적 산책(cinemic promenade)을 따르는 여러 소정원들의 설계를 건축가, 조경계획가, 예술가, 철학자, 작가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위임함으로써 도시 규모의 문화적인 구축에 이들이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철학 분야의 적임자로써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공식 의뢰를 받아 건축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츄미는 이후에 데리다를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에게 소개하게 되었고 그 만남 이후에 아이젠만의 건축으로 1990년 디자인된 렙스톡 파크 마스터플랜(Rebstockpark Master Plan)에서 그 영향을 읽을 수 있다. 즉 강직한 기하학적 입체가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해 유연하게 ‘변형된’입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는 ‘물질(matter)’을 파열적이고 연속적인 것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최소단위를 점이 아닌 주름(fold)으로 보았다는 관점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오브제보다는 이벤트가 중요해진 동시대에 정적인 도시 계획에 반하는 것으로서 계획하였고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걸 맞는 공공건물은 고전적인 의미에서 기념비성을 벗어나 각각의 부분들이 모두 저마다의 특성을 가져야 하며 복잡성에 대응할 수 있는 형태를 가져야 하며 동일한 위층에 속한 서로 다른 형태들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과 맺고 있는 미학적/상징적관계, 건물이 대지와 맺고 있는 직접적인 관계, 그리고 프로그램상의 경험 등 도시 내에 위치한 주요 건물이 따라야 할 세가지 원칙(즉 무형의 내용을) 과거와 미래의 공생을 가능하게 할 복잡한 공간적 통일체로써의 건축을 제안하였다.
201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전시의 주제는 우리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공통기반(Common Ground)인데 그 방향은 독특한 능력뿐만 아니라(공동의 역사, 공동의 열망, 공동의 문제들과 이상에 대한 관념 속에서 엮어진)다양한 사고들의 풍부한 지속성으로 만들어진 건축역사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에서 모든 것은 땅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참고하는 시스템이며, 그것에 제일 먼저 표시를 하고, 우리의 집을 지탱할 기반을 판다. 땅 위에서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를 설정하는 선을 그린다. 오늘날 땅에 대한 우리의 관계는 더 이상 이전처럼 직접적이지 않지만, 우리의 장소와 우리가 사는 곳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땅은 여전히 기본이 된다. 물리적으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단지 인간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안과 밖, 공동체속의 개인을 정의한다. 세상은 점점 더 개인들의 욕구대로 되는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정의하기 힘든 공동체에 대한 사고들을(도시적인 삶, 대중, 공동체) 발견한다. 우리는 여전히 도시에서 집단적인 정체성(대규모 공공시설들, 시내, 광장, 공공극장)을 보여주는 것을 원한다.
물론 공통기반은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인 경계의 안에서 혹은 그 너머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사고들을 가리킨다. 이 주제는 어떻게 이러한 공유된 인식들, 고민들 그리고 기대들이 좀 더 올바른 방향성을 갖도록 할 수 있는지 고려하도록 이끈다.
건축 비엔날레의 맥락 속에서 공통기반은 공유되는 공간과 생각들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역사, 경험, 이미지, 언어의 풍부한 기반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명확하고 잠재적인 재료의 켜들이 우리들의 기억을 형성하고 판단들을 결정한다.
공통기반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사회에 대한 집단적인 열망들과 생각들의 물리적인 표현들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주제들과 엮일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우리가 공유된 역사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어 우리가 건축적인 협업의 특징과 그것들의 공통적인 과정에서 보여지는 놀랄만한 잠재성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건축 특히 공공성을 가진 건축은 단순히 건축가 개인의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방면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
그런 면에서 완공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표면적으로는 동대문 프로젝트가 가지는 역사적, 도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을 환유적으로 통합하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 컨셉이었다고 하지만 과연 동대문이 본래 갖고 있었던 문화적 맥락과 맺고 있는 미학적/상징적 관계나 대지와 맺고 있는 직접적인 관계, 그리고 프로그램상의 경험 등이 고려되어서 과거와 미래의 공생을 가능하게 할 복잡한 공간적 통일체로써 설계되고 또 시공되어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과연 현장에 한번도 온 경험이 없는 건축가가 얼마나 그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디자인했을까 하는 면에서 단지 스타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에만 현혹되어 또 하나의 디자인 정책의 실패작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괜한 기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프로젝트와 여러 방면에서 대조되는 건축안이 재미건축가 우규승씨가 설계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당선작이다. 친환경적이고 지하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로 랜드마크적 요소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건축가는 뉴욕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센트럴파크를 예로 들었다. 즉 인지도는 높이가 아니라 장소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의견일 수 있는데 우리는 최고나 최대, 최초 등을 내세우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아시아 최대 규모, 세계 최초 등의 수식어를 앞에 붙이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실제로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몇 개나 있겠는가. 건축에 있어 기념비적인 요소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러나 지나치게 기념비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면 본래 건물이 가져야하는 요소에 소홀해질 수 있다. 그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고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높이 평가 될 만하다. 그는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점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디자인은 주관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윤리성의 기준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공공성을 띠고 있다면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에서 분명히 윤리적인 책임감은 요구되어지며 우리나라와 같이 공청회를 통한 의견 조율의 과정이 힘든 상황에서 더더욱 요구되어지고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