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management resolves problems with the logic of economy that reflects the characteristics of design. For example, regulations are effective for controlling groups, but some of the regulations applied for design groups are quite loose in order not to restrict designers’ creativity. It would be absurd to demand strict dress codes for designers to wear dress shirts and ties or uniform jumpers. Majority rule is an important principle that aggregates the opinions of the whole. However, design results should not be decided hastily by the agreements of all the employees in the office without listening to the voices of the real users or a mysterious fortuneteller. The role of design management is to persuade the executives of the need for these distinguished principles, plan strategies that bring consumers into submission by the aesthetic bombardment, and develop the aesthetic sense of the CEO, who decides everything in the end.
내가 처음 디자인경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생 당시 미대학보에 싣고자 받았던 정경원 선생의 디자인경영 소개 원고를 보면서였다. 깔끔하게 육필로 원고지에 정리된 내용들은 지금도 내기억 속에 큰 인상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관심은 1989년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입사한 회사는 국내 시장에서 나름 고개를 들고 다녔지만 해외로 나가기만 하면 절로 꼬리를 내리게 되는 그런 정도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상황이 못내 불만스러운 사람들이 가득하였던 곳이라 어떻게 해서든 그런 지위를 벗어나고자 다짐하고 노력하였다. 경영진은 이른바 ‘비전’을 정하고, 2000년에는 세계 5위의 가전업체가 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진 디자인종합연구소 기획팀에 신입사원이었던 내가 그 부서의 막내로 들어가게 된다. 동기들은 제품의 도면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기업 디자인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껴들어간 것이다. 직접 형태를 생각하지 않는 것에 회의도 잠시 가졌지만 디자인경영은 어느새 나의 큰 관심사가 되었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학생들에게 디자인과 디자인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가졌던 관심은 확대되고 나의 연구주제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디자인경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디자인경영은 왜 필요한가를 묻곤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도대체 디자인경영은 무엇인가,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디자인경영의 시작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분야가 현실적 필요로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이후 형성된 근대적 개념의 기업은 이윤을 확보하는데 상품의 미적 특질이 중요함을 깨닫고 미술가를 고용한다. 하지만 손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술가의 개인 작업은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대량생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접 붓과 물감으로 그리던 그림은 인쇄라는 대량생산의 효율로 재구성되었고, 미술가는 ‘생산으로서 그리기’가 아닌 ‘계획으로서의 그리기’를 담당하는 미적 계획자, 디자이너로 그 역할이 변화된다. 대량생산을 만나면서 디자인은 계획이 되었고, 디자인의 작업은 실제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결과물을 모의로 만드는 시뮬레이션(결과를 모색하기 위한 모의 실험)이 되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생산만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물의 미적 특질을 결정짓는데 생산기술과 과정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곧 드러난다. 디자인된 결과물은 기업의 산품으로 이익의 원천이다. 그래서 과연 그 특질이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인지, 기업은 어떤 투자를 해야 할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은 어떤 가치를 얻게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생산을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결국 경영 차원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디자인에 개입되어야 하고 디자인과 경영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디자인된 결과물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경영은 최선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예컨대 좋은 디자이너를 뽑아 조직을 구성하고, 기자재와 공간을 마련한다. 디자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의사결정은 도대체 어떻게 내려야 할지도 고민한다. 창의성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주된 관심거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이라는 장 안에서 다른 기능들 사이에서 디자인의 특성을 격려하면서도 전체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 예외의 범위는 어디까지 할 것인지 생각한다. 말하자면 경영은 자신의 장으로 디자인을 초청해서, 디자인이 기업 조직과 과정의 일부분으로 적절히 편입되고 조화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럼 디자인은 왜 기업의 장으로 들어가 경영을 만나는가? 그것은 디자인의 주 임무인 ‘계획’이라는 활동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한다면 ‘공상’에 그치고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지 않아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그 세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그저 헛된 바람일 뿐이다. 기업은 실현의 장이고 디자인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현장이 필요하다. 헌데 그 현장의 주도자는 경영이므로, 디자인은 불가피하게 경영이 지배하는 현장의 규칙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하는 것 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도 경영의 관행을 배우고, 마케팅의 용어를 익히며, 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최종적으로 경영진의 일부로 들어가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디자이닝과 구별되는 영역으로 디자인경영이라 부를 수 있다. 앞서 말한 경영의 디자인과 디자인의 경영이 합쳐져 결국, 디자인경영이란 ‘경영 현장에서 디자인이 최고의 시너지를 내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는 모든 것’이다. 디자인과 경영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경영은 소비자와 소통의 매개로서, 팔 것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서 디자인을 기업 기능의 하나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근본적으로 꿈꾸기인 디자인은 계획할 대상과 꿈을 펼칠 장소로서 현실이 필요하고 그곳에 잘 적응해 나가야 한다. 기업이 처음 디자인을 알게 되면 얼마 후 외부의 디자인을 활용하기 시작하며, 차츰 디자이너를 고용하면서 내부의 기능으로 정착시켜 나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창의적이며 감성적인 디자인의 특질이 기업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더 나아가 기업 전반에 스며들면서 디자인중심문화(design-centric culture)를 갖춘 애플과 같은 디자인기업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기업이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발전의 단계가 있다. 디자인경영은 이러한 단계 전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경영이 만나는 모든 접점을 관리하고 세부적인 관련 활동을 운영한다. 서로 상충하는 디자인의 창의성과 조직적 효율성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고, 디자인이 기업 전반의 아젠다가 될 수 있도록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기업 구성원들을 폭넓은 의미에서 ‘교육’하기도 한다. 물론 그 모든 활동의 정당성은 기업 내의 신뢰와 가치 인정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CEO의 지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CEO가 관심을 갖는 것은 ‘디자인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와 ‘디자인경영은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일 것이다.
디자인이 기업에 기여하는 바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①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가치 창출, ②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실천, ③ 기업 내부에 혁신 체질 이식이다. 디자인이 제시한 핵심 가치는 뽀로로, 옥소굿그립, BMW mini, 다이슨 청소기, 무인양품 시리즈, 애플 아이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제품과 광고를 포함한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채널에서 디자인은 기업을 표현하고 고객은 디자인을 통해 기업을 신뢰한다. ①②가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기존 디자인 활동이 중심이 되는 반면 ③은 디자인의 생각하는 방법 자체가 핵심이다. 디자인이 그림을 통해 새로움을 계획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디자인을 활용하는 과정이 동시에 혁신을 내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럼에도 디자인을 외면하거나 편협하게 생각하는 CEO가 있다면, 눈앞의 떡을 알아채지 못하는 ‘바보’ 라고 칭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자인이 위 3가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성공적인 실행을 이끄는 것은 바로 디자인경영의 몫이다. 디자인경영자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차츰 경영진의 신뢰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기업 내 정규 활동으로, 정규 부서로 자리 잡아가도록 필요한 업무를 진행한다. 적절한 자원 투입과 디자인 과정 운영, 여타 기업 기능과 조화, 경영진과 소통, 목표제시와 보상체계, 디자인 전문성 유지 발전 등이 디자인경영의 핵심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경영은 디자인특성이 반영된 경영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한다. 예컨대 규정은 조직을 통제하는데 매우 유용함에 틀림없지만 디자인 조직에 적용되는 일부 규정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가급적 제한하지 않도록 좀 느슨하다. 디자이너에게 장그래나 오과장처럼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거나 공장의 점퍼를 뒤집어쓰고 다니라고 하는 규칙을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무식한 행위로 여겨진다. 다수결은 전체의 의견을 종합하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지만 디자인 결과물은 급하게 불러 모은 위 아래층 여사원이 모두 동의한다고 해도 앞을 내다보는 신비로운 누군가나 실제 사용할 사람들의 진심을 들을 때까지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미생의 원인터내셔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디자인 조직에 없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도 조직의 일부이고 사람이며 디자이너라는 특징은 일부에 불과하니까 대부분의 경영 논리들은 상당히 유용하게 적용된다. 이런 점들을 구분해서 경영진에게 이해시키고, 심미적인 폭격으로 고객을 굴복시킬 방법이 무엇일지 전략을 세우며, 결국 마지막에 모든 것을 결정할 CEO의 심미안을 확장시켜주는 것이 디자인경영자가 할 일[ref]여기서 심미적이라는 것은 화장으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는 모든 것을 포괄한 최대의 만족을 표현한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만족을 구하는 방법으로 화장, 성형, 교양, 사랑이 있다. 화장은 시선을 끌고, 성형은 육체적, 교양은 정신적, 사랑은 무조건적인 만족을 이끌어낸다. 그러니 심미의 최고봉은 사랑이다. 즉, 고객이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찾아내는 전략을 CEO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조나단 아이브가 항상 고민하고 스티브 잡스가 실행에 옮겼던 것처럼.[/ref]이다. 디자인경영팀에 소속된 말단이라면 디자인경영자가 하는 일 중에, 예를 들어 디자인 인식(design awareness) 전환의 한 꼭지를 맡아서 잘 정리해보게 될 것이므로 이제 막 졸업한 내 일은 아니라고 성급히 생각하지는 않겠지?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디자인경영은 꼭 필요한 것인가? 아마도 이런 질문을 던지면 그것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면 현재 디자인이 기업의 조직, 과정에 잘 적응하여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자. 디자인의 역할이 오해되고, 그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그것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경영의 문제일 수 있다. 또한, 디자이너로서 여러분의 작업이 비즈니스와 잘 연결되어 있는가? 즉, 돈벌이가 잘 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디자인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분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인을 활용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이나 누군가라면 그것도 역시 디자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경영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디자인경영이 모든 문제에 대처할 만큼 연륜과 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각각의 이슈가 갖고 있는 고유의 구조에 따라 디자인경영이 다룰 수 있는 부분도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디자인과 경영 사이의 접점에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야가 디자인경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디자인경영은 디자인 이해관계자인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더 많은 학생과 연구자들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