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선구자, 윤호섭 작가님을 만나다

Nov 25, 2017 | People Inside

이시은 Lee, Sieun

이시은 Lee, Sieun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Meeting the Green Pioneer, Designer Yoon Hoseop

I am truly sorry. I have no words to say. I sincerely mean this. I tell people around me not to go to college. I wish people could enjoy their lives more because there will always be a way of life open to them. I wish my work could inspire and show the next generation, exhausted and worn out by the social pressure to achieve the most from youth, that ‘ah, life is actually fun and enjoyable’.


갖은 개발과 산업화 이후, 우리들은 자연을 보존하기 보다는 파괴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자연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는 우리들은 이런 세상 속에서 어떻게 디자인을 해 나가야 하는 걸까요? 그를 알아 보기 위해 환경 디자인을 하시는 윤호섭 작가님을 뵈러 인사동으로 찾아갔습니다. 윤호섭 작가님은 일흔이 넘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환경과 관련된 디자인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매주 인사동에서 친환경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주시는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자연, 그리고 열정에 대해서 인터뷰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주최하신 ‘2017년 녹색 여름 전’에 대하여 질문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전시회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작가님의 간략한 해석과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으셨던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단 ‘모든 것을 연결되어있다’라는 작품은 생수병의 라벨을 떼어서 이어 붙여 물고기의 형태를 만든 작품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물에 대해서 생각하자. 그리고 플라스틱이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자’라는 복합적인 환경메세지가 담긴 작품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배냇저고리이며 상도 줬다.

작가님의 첫 전시회 포스터인 ‘Every day, Earth day’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일반 종이가 아닌 신문지에 그리셨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예전과 다르게 요즘의 신문은 발행부수가 아주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대로 쓰레기장으로 직행한다. 신문, 즉 저널이란 윤리와도 같은 것인데 그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자원을 낭비하는 행동을 비난하고 싶어서 의도하였다.

작가님 작품 중에 ‘아이러니 바이패드’라는 작품이 인상이 깊었는데요. 사람들이 한 목표를 가지고 경쟁하는 그 모습이 입시를 겪었던 저희로서는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간단한 해석 부탁드려도 될까요?
바이패드의 뜻은 ‘두 발 짐승’이라는 뜻이다. 작품을 보면 철사로 만들어진 5개의 링 위에 사람들이 뛰고 있다. 이 링들은 올림픽 마크를 뜻한다. 금메달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올림픽처럼 사람들은 돈과 명예만을 보며 뛰다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중요한 자원이 낭비되고 인성이 파괴되는 것은 신경 쓰지 못한다. 그래서 작품명을 ‘아이러니 바이패드’라고 지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공감할 많은 학생들, 치열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대학을 가지 말라고 말한다.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니까 놀면서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작품이나 행동이 입시에 지치고 힘들 다음 세대들에게 ‘아 저렇게 재밌게도 살 수 있구나!’라고 보여지길 바란다.

최근에 진행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가장 밀고 있는 작품은 구제역 메모리얼 기념비이다. 얼마 전 구제역으로 조류독감으로 돼지와 닭, 오리들이 많이 죽었다. 어느 작가의 전시회를 갔다가 8분짜리로 구성된 돼지를 생매장하는 영상을 봤는데 ‘내가 인간이지만 인간이라는게 너무하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령비를 디자인했다.

지금 그 작품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구제역 위령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래서 이동 위령비를 고안중이다. 사실 이동 위령비라는 것은 전세계에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집중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본질로 들어가면 아이디어가 바로 보인다. 본질을 알게 되면 아이디어가 보이는 것이다. 그에 접근을 못하면 산만하게 헤매게 되곤 한다. 하지만 본질만 알면 딱 보인다. 그게 최근 작품이고, 최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서너가지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 진짜 필요한 게 내 열정이나 집중력, 그게 첫째로 있어야하고 그 다음에 기술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용접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철사도 구부릴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런 걸 가능하게 하는 게 비용이다. 지금 작은 모형 시안까지는 만든 상황이다.

인사동에 매번 나오시는 것도 그렇고 특히 초등학교에 교육하러 많이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이미 생각이 굳어져 누가 뭐라고 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 각자의 성찰만의 답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생각의 각도만 조금 바꿔도 좋아진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강의를 많이 다닌다.

손수건에 그림 그려주실 때, 자주 그리시는 게 달, 별, 나뭇잎 같은 자연친화적인 것을 많이 그리시잖아요. 그런데 가끔 그리시는 초록 산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 초록 산타! 그건 의미가 있어서 그린거다. 어린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백혈병을 가지고 태어난 그런 애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 그래서 연말에 가서 그림도 그려주고 그러는데 거기 상징이 초록 산타이다. 그래서 연말에 애들한테 푸른 희망을 가져다 주려는 의미이다.

작가님은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해오셨고 열정적이신 것 같습니다. 활동의 양도 현역 디자이너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왕성하시고요. 그 오랜 시간 타오를 수 있었던 열정의 원동력이 혹시 있을까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재밌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인사동에 이렇게 매주 나와 활동을 하는 것도 큰 결심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보기도 하는데 사실 난 그렇지 않다. 이렇게 나와서 활동할 재료 꺼내놓고 앉아있는 게 힘든 일은 아니지 않은가? 힘든 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게 힘들긴 해도 준비하고 발상하는 과정이 통쾌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면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이 좋고 행복하다. 또한 내 작품을 사람들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게 느껴지는 것이 좋다.

Interviewee
윤호섭 Yoon, Hoseob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식각디자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학장
국민대학교 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Interviewer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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