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 즈음 부푼 기대를 안고 미국으로 건너 간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보통 많은 어학연수생들이 짧게는 4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연수를 다녀오는 것에 비하면 다소 긴 기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1년이 아닌 2년을 애초에 계획한 이유는 처음 1년은 영어공부에 집중하다가 2년차에는 향상된 영어능력과 내 전공을 맞물려 실질적인 미국 산업디자인회사에서의 실무 경험을 해보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 남들과 똑같은 경험 하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 차별화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심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해외인턴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기에 디자인 인턴쉽을 선택한 것이지만, 사실 영어와 산업디자인,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인턴쉽 말고도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아트 컬리지(College)에 편입하여 학위를 따오거나, 어학원 등을 통해 대학전공과목을 청강할 수도 있다. 아트 컬리지나 타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고 또 전공지식도 넓힐 수 있다.
인턴을 하기 위해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산업디자인 회사를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업과의 인턴을 연결해주는 스폰서에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냈지만, 소재한 디자인회사가 많지 않아 연결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굳이 인턴을 하기 원한다면 규모가 있는 LA나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1년을 서부지역에서 살았고 이왕 미국에 더 있기로 결정한 것 이라면 같은 서부권보다는 동부권에서의 인턴을 하는 것이 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시카고로 옮기게 된 것이었다. 마침 유학마스터의 김선희 원장님의 추천으로 시카고에 소재하고 있는 인트락스(INTRAX INSTITUTE) 어학원에 ‘Career Preparation’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집중 영어 프로그램 예를 들어, 회화반 혹은 시험 대비반 등 자신이 원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으며, 오후에는 회사로 가서 실무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나처럼 F1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어학연수생들이 미국 내에서 무보수로 인턴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법 상 F1비자로는 보수를 받고 하는 정식 인턴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식 보수직 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문화교류비자인 ‘J1비자’를 발급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디자인 회사에 인턴쉽을 지원하는 과정과 실무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 회사선택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처음부터 비교적 잘 알려진, 남들이 어디에서 일했다고 하면 놀랄만한 큰 규모의 기업에서 인턴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나는 처음으로 하는 해외 인턴이었고, 또 보수를 받는 입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회사를 선택함에 있어 규모나 인지도보다는 작은 규모의 기업이더라도 보람되고 알찬 실무경험을 쌓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회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를 선택한다든지, 네임밸류가 있는 회사에 들어가 스펙을 끌어올린다든지 하는 것 등 말이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일해보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사전조사가 철저히 필요하다. 그래야 회사와 관련된 인터뷰 질문을 받을 시 능수능란하게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영문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회사에 넣기
회사를 선정했다면 이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낼 차례이다. 이때 보내는 이력서는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어야 한다. 지원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선택되려면 똑같은 포맷과 내용으로 승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부각시키되, 읽는 이가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한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몇몇 회사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마침 나는 번역작업을 같이 도와주는 선생님께서 마침 미국 내 유명 디자인학교인 SAIC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의 졸업생이셨고, 같이 번역 작업을 하는 동안 디자인 전문 용어 등을 배우고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3. 인터뷰
만약 회사가 보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관심이 있으면 회사로부터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이 오게 되는데, 이때 통상적으로 인터뷰 날짜를 잡게 된다. 그런 후 면접요령 및 인터뷰 질문 유형분석 등 인터뷰를 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인터뷰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 회사에 왜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 설득하는 것’ 과 ‘ 긍정적인 태도’인데 모든 질문의 대한 답의 핵심은 어떤 내용을 답하느냐가 아닌 ‘답을 풀어나가는 과정’(How can you solve the problem?’) 있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실제 인터뷰 중 받았던 질문이자 준비해놓았던 예시이고 이것을 답하는 과정이다.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렇게 자신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단점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닌, 이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What is your greatest weakness?
“ I would say my greatest weakness is my lack of flexibility and seriousness. At first, I might seem like a stubborn and serious person to some people. However, when I spend sometime talking to someone and find out more about him or her, such hid or her interests, I can speak fluently with anybody and can share ideas. I usually try to use my sense of humour and small talks to break the ice with people I have newly met.”
4. 실무생활
첫 출근을 했던 긴장되는 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무엇보다 과연 학교에서 배운 디자인 방법론이나 스케치 및 모델링 능력이 얼마만큼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내가 근무했던 산업디자인 회사는 시카고 다운타운 근처에 소재한 ‘Product Council’이라는 컨설팅 회사였다. 창립된 지 15년이 넘는 이 회사는 ‘Panasonic’, ‘Onkyo’와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소규모 기업까지 80개가 넘는 기업과 연계하여 의료, 헬스케어, 전자, 주방기구,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를 하면서 좋다고 느꼈던 점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겨난 궁금증에 대한 것들을 친절히 알려주었던 점이다. 가령, 전에는 몰랐던 제품이 양산되는 과정이나 디자인을 놓고 벌인 고객과의 마찰에 대한 에피소드 들려주는 등 실무경험과 더불어 배우는 과정 또한 겸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는 기본적으로 상사가 지시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스케치나 2D / 3D 렌더링 구현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기본적인 디자인 프로그램들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했다. 모든 능력을 겸비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자신이 3D모델링이나 스케치 중 어느 것 하나가 약하다고 생각할 시에는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3D모델링 보다는 스케치에 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장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컨셉을 제시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잘함과 못함이 아닌 바로 성실성과 열정에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지키고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곧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인턴을 하면서 절대로 함부로 언급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I am sorry” 이다. 이 말은 국내 회사에서는 상황마다 다른 뉘앙스로 사용되고 때론 좋은 말로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미국사회에서는 대부분 자신감이 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함부로 남발하는 것이 좋지 않다. 상사의 말을 잘못 이해했거나 컨셉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하더라도 미안하다고 하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설명해줄 수 있느냐, 내가 잘 못 알아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실 유학 온지 얼마나 되지 않았는데 영어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모르는 용어를 물어보거나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고 해서 절대로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운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당해져라.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반적인 미국 내 산업디자인 컨설팅회사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안목을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후배들이나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유용한 과정이다. 끝으로 많은 자료를 주고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유학마스터의 김신희 원장님과 이경미 대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