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베어든 경험

2009년 3월. 스무 살에 만난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나의 많은 이야기를 시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3년동안 능동적인 대학 생활을 했다. 교내의 광고동아리 열광에서 활동을 하면서 다수의 공모전에 참여도 해보고, 동아리 조직을 이끌며, 연고대의 네 개의 광고 동아리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동아리를 이끌면서 학교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되었는데, 특히 연세대학교 종합인력개발센터(지금은 인재개발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이용하게되면서 지원을 받아 스페인도 다녀왔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독일 해외 인턴을 지원하게 된 것도 적극적으로 도전했기 때문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6월, 우연히 등록해놓은 여행사의 뉴스레터를 열어보게 되었는데, 한 눈에 들어 온 것이 ‘독일 인턴 프로그램 모집’이라는 문구였다. 이전부터 막연히 해외에서의 경험을 하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 바로 지원 접수를 하고 서류 합격 후 스카이프로 음성 면접도 하면서 무슨 업무를 하는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 프로그램인지 – 하다못해 무슨 회사인지 알아보기 위해 사업자 등록증 까지도 받아서-확실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부터 비행기 티켓 준비 등 모든 준비를 한 달 만에 끝냈다. 드디어 3학년 1학기 종강을 하자마자 트렁크 두 개를 끌고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목적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였다. 도착한 장소는 유럽의 삼성 본사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내가 일을 하게 된 곳은 한국 회사의 독일 지사이자 직원들의 교육장이었다. 처음 공항에 도착해서 회사 관계자 분을 따라 교육장에 도착했고 첫 저녁 음식으로 칼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것은 사회로 나가기 전에 회사의 일부 업무 맡으면서 사회인으로써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배우는 것이었다. 일종의 직장 체험 개념이다. 처음 한달 간을 일을 하는 기본 자세에 대해 배우는 교육기간을 가졌었다. 업무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본인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는 법, 사람 사이의 예절, 돈 관리하는 법 등 갖춰야 하는 기본에 대해 배웠다. 교육기간 이후에 내가 맡은 업무는 2D 디자인 작업으로 기본 광고 디자인이나 뉴스레터 디자인, 웹 디자인 작업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업무를 하면서도 일 처리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배운 것은 일을 하는 자세에 대한 것이었다. 일의 순서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일을 하는 방법,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자세 등에 대한 것을 배웠고 깨달은 것이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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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런 교육을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했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신 분께서 말하시길, 기본 교육이 굉장히 잘 되어있는 독일의 환경 속에서 본인의 가르침 외에 보고 배울점이 많을 것이라 했다. 실제로 새로운 환경에서 직접 보고 배운 깨달음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루는 밖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독일인들의 행동은 나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거리는 굉장히 조용했고 차가 지나가지 않아도 횡단보도의 신호를 지키고,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신기했다. 특히 그들에게는 굉장히 절약하는 자세가 기본으로 몸에 베어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전기나 물, 자원 등을 낭비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절약하기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어있다. 재활용을 유도하는 보증금 환급 제도가 그 예 이다. 독일인의 생활 속에서 같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절약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재미있게 보았던 점은 독일의 마켓이었다. 반 년 정도 거주하면서 생활용품들은 마을의 슈퍼마켓을 가거나 XXXL Möbelhäuse 이나 Media Markt, IKEA 같은 대형 마켓에서 구매하곤 했는데, 쇼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전시장을 구경 하는 것 같았다. 매장의 진열이나 디자인, 고품질, 다양한 용도의 제품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고 더 높은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2012년 10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독일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독일에 다녀오면 나의 많은 것이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표면적으로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다름을 경험하고 좀 더 주의 깊게 주변을 보다 보니 어느새 그 곳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이 내 생각과 몸에 베어져 자연스럽게 나의 행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진,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운이 닿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행운이던 불운이던, 내가 먼저 움직이고 다가가고 준비해야 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운을 누릴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한 마음을 늘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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