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구글의 수장 에릭 슈미츠는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엇을 하나요? 잠에서 깨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맞추거나 SNS등을 보고 잠을 청한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의 도구로써 굳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에 따른 발전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 초에 화웨이에서 두께 8mm대의 스마트 폰을 출시하였고 팬택에서 Endless metal프레임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스마트 워치를 애플에서 지문인식 홈키를 적용한 제품이 각각 출시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제조업체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내가 1년간 인턴생활을 한 팬택은 지난 17년간 국내외 모바일 시장에서 작은 거인으로 치열하게 생존해온 회사로 과거 SKY로 지금은 VEGA로 브랜드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스마트디바이스 제조업체이다. 이곳에서 나는 팬택의 디자인 정책 중 하나인 ‘스카이 디자이너스 커뮤니티’에 소속 2차례 스마트디바이스를 디자인, 제작하는 기회를 얻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직접 스마트디바이스를 디자인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다.
‘스카이 디자이너스 커뮤니티’는 10년째 이어오는 팬택소속 산업디자인과 대학생 단체로, 해마다 전국 디자인과 대학생 중 20여명을 선출하여 약 2억원에 해당하는 디자인 목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0기로 강원대, 건국대, 경성대, 경희대, 상명대, 세종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학생들이 선출되었다. 선출된 학생들은 2차례의 큰 프로젝트와 1차례의 자율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연초에 시작하는 동계프로젝트와 하계프로젝트가 메인 프로젝트로 각기 80여일 정도 소요된다. 이 때 하게 되는 일은 크게 리서치, 컨셉제시, 스케치, 2D랜더링, 도면, 목업, 영상제작, 편집물 제작 순이다. 특히 리서치 단계에서 대기업에서 접할 수 있는 최신 유료자료를 실무 팀과 같이 제공 받고 커뮤니티 멤버 간 토의를 통해 향후 1.5년 뒤 트렌드를 예측하는 과정은 학교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 트렌드는 디자인 트렌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경제, 기술 트렌드를 포함한 내용으로 앞으로 팬택의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순히 스마트 폰에 머물러 있지 않는 새로운 Proportion의 제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좀 더 정확한 컨셉제시의 밑바탕이 돼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후 스케치과정은 전 맴버의 스케치를 사무실에 도배하듯 붙인 뒤 냉혹한 Feedback을 받게 된다. 이 때 언급조차 되지 못한 스케치는 그 자체가 피드백이다. 이렇게 Select된 스케치는 2D랜더링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된다. 2D랜더링은 시간싸움으로 이때는 매우 긴장된 상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스카이커뮤니티’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면제작 단계는 실무에서의 프로세스를 학생들이 그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과정이다. 실제 제품제작을 위한 도면을 쳐야하는 과정으로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도면화 시켜 목업 제작 업체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한다. 목업은 0.15mm의 NC바늘이 깎아낸 결과물로 말 그대로 디자이너가 0.15mm까지 컨트롤 할 수 있게 한다. 이 때 0.3알 값과 0.5알 값의 차이를 결과물을 통해 느껴서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욱 정확히 의도된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목업은 실 제품과 100%동일한 형태로 제작되며 마지막 실크프린팅까지 하게 된다. 그 뒤 자신의 작품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영상물과 편집물을 제작해서 최종적으로 전시를 한다. 전시는 커뮤니티 멤버들도 참가할 수 없는 비공개 형식으로 이 때 실무 디자이너들과 임원들, 국내외 통신업체 관계자들이 초대되어서 향후 팬택의 방향과 양산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동계 메인프로젝트를 끝내면 학기 중에는 평소 관심사가 비슷한 멤버끼리 팀으로 구성되어 각자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중에는 가구를 제작하는 팀, 국외 공모전에 출품하는 팀, 제품 양산프로세스를 경험하는 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나는 제품양산에 관심 있는 중앙대, 경성대 멤버와 함께 의료기기 디자인 회사와 일을 하였다. 이 때 디자인 된 의료기기가 좋은 반응을 얻어 올 말에 양산하고 내년 KIMES에 전시 될 예정이다.현재 나는 하계 메인 프로젝트까지 끝내고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다. 어떠한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천부적인 디자인적 사고를 갖지도, 매우 감각적인 센스를 갖지도 못했다. 그나마 위안인건 디자인을 좋아하고 성실히 생활하려는 태도가 있다. 이번 팬택에서의 인턴생활은 디자인을 ‘연습’하는데 5000시간을 들였다. 약 10개월간 5000시간이라면 주말포함 하루에 17시간 정도이다. 이제 어떤 형태가 감각적인 형태이고 디자인적 사고가 어떠한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앞으로 나머지 5000시간을 채워 사회에 나가서 사용자로 하여금 미소가 나오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것 같다. 앞으로 나머지 5000시간을 채워 사회에 나가 사용자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