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care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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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업 개요
/2013-1 헬스케어디자인

헬스케어디자인 수업은 ECD 융합디자인 전공과목으로써 디자인전공자들과 타전공자들의 융합프로젝트를 통하여 협업에 대한 역량을 증진, 디자인결과물을 산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3년도 1학기의 헬스케어 디자인 수업은 이전과는 다르게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와 방법론들이 요구되었다. 하여, 현재 의료서비스디자인을 실무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구정하 강사님이 수업의 진행에 참여하였고 이 글의 후반부에서는 구정하 강사님과의 인터뷰에서 있었던 의미 있는 내용들을 전하고자 한다.

본 수업의 과정은 한 학기동안 두 차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디자인예술학부의 이주명 교수님의 지도 아래 ‘건강검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구정하 강사님의 지도로 ‘원주기독병원의 로비’를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디자인을 제안하였다. 본 수업에서 진행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필자는 10주간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의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2. 수업 과정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병원 로비는 환자가 병원과 만나는 첫 실내 공간이자 직접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기다리고, 이동하고, 정보를 제공받고, 소통하고, 거래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원주기독병원의 병원로비를 대상으로 환자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 또는 로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위를 재해석하여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Design for User Experience)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다음은 프로젝트의 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1) 디자인 리서치 : 배경지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기술과 고객 지식, 비즈니스 환경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정의하고, 조사계획 및 사전 준비를 통해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한 후, 병원 현장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리서치를 더욱 심화 및 확장해 나갔으며 이 밖에 탐구를 위한 방법(도구)으로 에쓰노그라피, 이해관계자맵, 쉐도잉 등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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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료 해석과 아이디어 발상 : 리서치를 진행한 후에는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여기에는 퍼소나와 시나리오, 디자인 드라이버 등의 방법이 이루어졌으며 로우데이터(rawdata)가 아닌 결과물에 대해 시각화한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요구되었다. 디자인 드라이버는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일컫는 말로 통찰(insight)과 그것의 집합체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며 모든 팀들은 리서치와 전략, 가치, 그리고 통찰을 컨셉(concept)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학습하였다.

untitled-243) 컨셉 선정과 발전, 심화 : 하지만 리서치 과정 및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 디자인 도구들이 어느 한 단계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때까지 수행과 반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는 순차적이기 보다는 순환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체화/시각화 과정을 통해 컨셉을 도출하고, 이를 발전·심화 시키는 단계를 몇 주간 진행하였다.

4) 발표와 전시 : 10주간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 발표 및 전시를 진행하였다. 각 조는 그 간 연구해왔던 환자 및 보호자의 needs와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내었다. 이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형태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제품/시스템의 도입, 병원을 찾는 이들 중 각기 다른 needs를 갖는 사람들을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이었다. 아래는 그 결과물의 모습이며 왼쪽부터 차례로 ‘Mom’s eye’, ‘도란도란 수납’, ‘로비테라피’이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대기 시간을 줄일수 있도록 한 무인 수납 서비스, 야간 로비를 활용하여 내원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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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와 의의

“헨리 포드가 만일 일반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는 소니 전 회장이었던 모리타 아키오의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객 insight를 얻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일반인들을 이끄는 것은 분석이 아닌 직관을 통한 혁신적 사고를 바탕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을 반박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으나,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문제해결’로써의 디자인 개념이 부각되면서 디자이너들은 현상을 더 나아지게,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는데 이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조형을 만들어 내거나 시각화하는 과정보다는 리서치와 분석에 대한 과정을 더욱 강화하게 하였다. 보통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에 사용자 조사를 하는 과정을 생각해보겠다. 이 과정은 문헌조사보다는 관찰, 인터뷰 등의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들이 과연 얼마나 잘 수행되어지느냐 하는 문제는 연구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과연 우리는 이들을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확실하게 사용했을까?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본 수업의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들과의 인터뷰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리타 아키오의 말처럼 고객에게 물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어떠한 직관적 사고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의료 서비스 디자인’은 다르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수많은 서비스 산업 중 특히 의료산업은 사람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의료현장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한 환자를 포함해 의료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직관적 사고보다는 오랜 기간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쌓은 지식과 사람 중심의 분석적 사고가 바탕이 된 서비스 디자인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본 수업에서 진행되었던 두 번의 의료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향후 학부 학생들이 이 분야로 진출함에 있어 서비스 디자이너 또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써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는 첫 발판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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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_김민주_Kim, Minju / 산업디자인전공 / 석사과정
인터뷰이_구정하_Ku, Jungha / Design Care / Service Designer

1. 선생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비스 전략 디자이너’ 구정하입니다. 서비스디자이너라는 말은 굉장히 흔하게 쓰이지만, 본질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의료산업에 관하여 서비스 전략, 병원 경영, 환경 디자인 이 세 가지를 다루며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입니다.

2. 지난 헬스케어디자인 수업에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이 어떠하였나요? 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들로 인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이 학생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확립된 상태가 아니라 그것조차도 키워나가야하는 학부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들이야 결과적으로는 이 수업에서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차원에서 좋은 것이지만 타 전공의 학생들에게는 ‘이 수업을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그들에게 이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진행을 해보니, 잘하더라고요.(웃음)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자기분야에서의 관점을 유지한 채 방향을 내놓고,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백퍼센트 쏟으려고 하는 부분들이 아주 좋았어요. 나중에는 타 전공의 학생이 처음 보는 디자인 프로그램 툴들을 배워가며 같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들 간의 확연한 경계가 있었지만 나중이 되어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된 거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 오픈마인드가 되고, 팀원들과 무언가를 함께 도모해 보아야겠다는 생각들이 생긴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이야말로 이 친구들이 얻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도 결코 디자이너만 해서는 나올 결과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학생들 스스로도 결과물이나 아이디어가 혼자 진행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수업에 비중을 두게 된 것도 그들이 스스로 느끼는 충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해요. 또 결과물 자체를 보기 보다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웠다는 의미가 중요하구요.

3. 디자인 분야에서 새롭게 대두된 서비스디자인의 의미와 이것이 갖는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는 서비스디자인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은 ‘서비스디자인이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가지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디자인적 사고가 갖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는 디자이너가 쓰는 방법이나 프로세스를 문제해결에 사용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서비스가 있고 이들은 고유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부족했어요. 하지만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디자이너가 일을 하는 방법과 프로세스 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 것이죠. 서비스디자인은 사람을 중심으로, 또 그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비단 서비스 뿐 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여러 사람들을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시켜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서비스 디자인 또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의료산업에서 서비스디자인이 갖는 위기와 기회는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현재는 ‘의료서비스디자인’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고 국가적으로도 지원을 많이 하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서비스 디자인을 의료산업에 적용할 때에, 디자이너가 그저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짠’하고 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의료계에서는 그저 이벤트성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일로 서비스디자인이 부각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워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실제로 병원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의료계 전체가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등을 돌려버릴 수가 있는 거죠. 이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위험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고, 일을 하는 방법이 바뀔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알려줘야 합니다. 의료서비스에서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굉장히 한정적이고 지엽적일 수밖에 없어요. 의료계는 굉장한 전문성을 가진 분야이고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광범위한 곳이니까요. 우선 디자이너는 의료계 내의 사람들을 알아야 하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가져야 해요. 의료계가 가진 문제를 풀기 위해서 디자이너의 이러한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이를 서비스디자인이 잘 해낸다면 의료계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선생님께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실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나요?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노력합니다. 초반의 리서치 및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과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자료들을 잘 모으는 게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해요. 이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얼마나 동기를 가지고 참여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물론 개인적인 동기들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들이 즐겁게 참여해야 무언가가 되는 것이거든요. 이처럼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참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이야기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요?

6. 미래의 서비스디자이너를 꿈꾸는 연세대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신문도 많이 보고, 인문학 관련한 책들을 보는 것도 좋고, 다방면에 관심을 많이 가져두는 것이 나중에 서비스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 중요한 원천이 될 것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혼자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전문지식은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해요. 디자인 고유분야가 아닌 분야들에 대해서도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서비스디자이너는 종전 디자이너의 역할처럼 시각화를 전담하는 역할에서 벗어났으며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숨어있는 창의력을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예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디자이너가 세상에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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