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굶어도 안 죽어!”_목진요 교수

“10 Years of Hunger Doesn’t Make You Die!”_Mok, Jin-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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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남역에 가면 아름다운 불빛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거대한 육면체의 조형물을 발견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와 목진요 교수가 함께한 프로젝트인’브릴리언트 큐브’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는 현재 연세대학교 디자인 예술학부 디지털 아트 전공 교수직을 맡고 있다. 작가이자 교수로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Q: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내가 아마 1세대로 영화포스터 디자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만든 포스터가 영화 벽보판에 붙어있는 것을 건너편 정류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잘 안보이더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포스터를 보는데, 내 포스터는 안보이고 도리어 그 포스터가 붙어있는 프레임이 보였다. 근데 그 프레임이 너무 보기가 싫었다. 버스가 가면서 멀어지니까 이번엔 그 벽보판 뒤에 있는 놀이터 뒷동산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 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 날로 시각디자인을 안하기로 결심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할 것은 뭔가 다른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컴퓨터의 체계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컴퓨터를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그림 그리는 툴로만 사용했다. 동그라미나 직선을 완벽하게 그리는 정도로만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가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명령어를 넣어야 수행이 된다는 것, 그 체계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 구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계속 꿈을 찾아 나가다 보니 미디어 아트를 하게 되었다.

Q: 미디어 아트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같은 것에 익숙하다. 현재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고, 그를 통한 문화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익숙해있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외형적으로 드러낸다. 즉,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생각한다.

Q: 디자이너는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이다. 국내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마친 후, 유학을 갔다 오는 것에 있어 뒤쳐짐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두려움은 당연히 있었다. 근데 이상한 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이’두려움’이라는 것을 유독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여기 학생들은 거의 두려움에 가득 찬 겁쟁이들이다. 오히려 여기보다 좋은 학교 학생들을 보면 배짱이 더 좋다. 이것이 어떤 구조일 것 같나? 이게 바로 빈익빈 부익부다.
예를 들어 보면, 내가 어릴 적 우리 집과 앞 집 모두 쫄면 장사를 했었다. 그런데 앞 집은 항상 우리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한번은 그 집에 가서 쫄면을 먹어보니 단무지도 더 신선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오이도 신선하였다. 맛의 차이라기보다는 신선함이 달랐다. 그 후, 어머니께 “엄마, 우리도 신선한 재료를 쓰고, 참기름도 더 넣고 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선 “이놈아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러냐.” 하시더라. 앞집은 그 날 산 게 그 날 다 팔리니까, 다음날 재료를 또 사오고, 때문에 저 집은 계속 신선한 재료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집은 장사가 안되니까 한 번 재료를 사면 1~2주가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은 갈수록 맛이 없어지고 앞집은 갈수록 맛있어지게 된다. 이 것이 선순환과 악순환이다.
보통 우리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배짱이 더 좋고 도전 의식이 강하다. 그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교’라고 하는 연고를 무시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배짱까지 좋다. 내가 볼 때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겁 많은 학생들 같다. 무엇을 하던 간에 그냥 먹고 살기만을 바라보는 것은 어림도 없는 말이다. 나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중요한 개념이다. 게다가, 마흔 살에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겁은 없었다.

Q: 보통 작업을 시작할 때,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고, 또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A: 영감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잘 맞지 않는 단어이다. 영감이 노는 사람에게 얻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감이라는 것은 내가 온통 무언가에 몰두해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영감은 예를 들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을 쓰다 지쳐서 바람을 쏘이려 잔디밭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뚝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서 오는 것, 그게 영감이다. 영감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때, 특정한 자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그곳에 빠져 있으면, 그 어느 때던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과제에 열심히 매달리고 하다 보면, 자다가, 혹은 학교를 오거나 밥을 먹다가 ‘아!’ 하고 생각 날 것이다. 그저 놀다가는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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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 작업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나는 예술가지만 미술관에 들어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미술관이라는 이상한 필터 없이 직접적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것, 그것이 일종의 미디어다. 이런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도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난다는 것에 가장 신경 썼고, 또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였다.

Q: 키네틱 아트는 역동적 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예술인걸로 알고 있다.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서도 상하로 움직이는 LED를 사용하였던데, 그 움직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A: 브릴리언트 큐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가변형이기 때문에 변형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다른 이미지와 구동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고 난 뒤의 판단은 시민들이 보기 나름이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노릇이 아닌 것 같다.

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 LED를 많이 사용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밖의 다른 작업에도 LED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다. LED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이번 작품에는 약 25만개의 LED가 쓰였다. 조금 건방져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LED를 쓰는 이유는 LED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LED를 너무 싸게 쓴다. LED로 무지개 색을 내며 예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느낀다. LED에는 고정적인 색이 없다. 그래서 내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변형의 최대치까지 노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LED는 얼마든지 다른 색을 낼 수 있지만 한 색으로 굳어 있을 때 더 보기 좋을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더 좋은 LED 작품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고, 이것이 내가 LED를 사용하는 이유다.

Q: 교수님의 작품을 보면 Music Box나 Soni Column, Light Bead Curtain, EMAN과 같이 예전엔 개인 작업들이 많던데, 최근엔 Hyper-Matrix나 Brilliant Cube 같이 기업과 함께한 작품들이 많더라. 개인 작업과 기업과 관련된 작업의 장단점을 알고 싶다.
A: 개인작업의 장점은 ‘개인작업 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거의 모든 것을 결정 할 수 있다. 기업하고 함께 작업 할 때에는 보통 내가 90퍼센트 정도 결정하고, 기업이 5~10% 정도 참여한다. 기업은 철저하게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을 나에게 요구하고, 기업의 메시지를 작품에 싣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것이 불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고, 기업의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Q: 작품 활동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A: 지금은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의 나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내가 기업하고 큰 액수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기업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들이 이 작품에 수십억의 돈을 써도 아깝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얻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디어아트의 시장은 열리게 돼있다. 지금까지는 신세계나 현대와 작품을 같이 했지만, 이제 다른 대기업들도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놀라지만, 그들은 이미 나의 작품들을 보았다. 그렇기에 이 정도 돈에 이 정도 효과라면, 결국 TV CF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TV CF 하나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30억이 투자된다. 실제 CF를 제작하는 비용은 적게는 2~3억이면 만들지만 나머지 비 용은 중요한 시간대에 그 광고가 나가게끔 하는 데 에 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와 상관없는 곳, 즉, 미 디어 비용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기업에게 이 런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 30억을 TV CF 한 편 만들기 위해 날리지 말고, 그 돈 날 줘라. 그러 면 방송에 나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더 좋은 광고 효과를 내게 해주겠다.”

Q: 교수님의 다른 인터뷰를 봤었는데, “관객과 작 품은 그 날,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만난다.”라는 말 씀이 매우 인상적이더라.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중 시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직접적인, 그리고 ‘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교수님이 말하는’ 뻔함’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난 뻔한 것에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보통 디자 이너들은 뻔한 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뻔한 것에는 뻔한 이유가 있다. 보통 예술가들은 뻔함을 절대적 으로 피해야하는 요소라고 배운다. 나도 그랬다. 내 가 디자이너였을 때, ‘남들 다 하는 거 하지 마라’라 는 것을 제일 먼저 배웠고, 지금도 내가 남이 하는 것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것은 절대로 피하 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함에는 내가 아직 성취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 즉, 메인 스트림이라는 것이다. 예술가고 디자이너 로서, 내가 물을 먹었다면 나는 맑은 물만 먹었다 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정수가 된 맑은 물만 공급 하고, ‘비싸고 맑은 물만 먹을 사람만 먹으세요.’라 는 이런 자세였다. 그런데 뻔함이라고 하는 것은 메인 스트림을 얘기하는 것이다. 강물엔 주류와 지 류가 있는데, 지류는 깨끗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메인 스트림은 다 섞 이게 된다. 이렇게 청탁이 뒤섞여 있는 것이 메인 스트림이다. 이 메인 스트림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것을 무시한 채로 지류에만 머무를 수 없다. 그 것이 내가 뻔함을 추구하는 이유다. 즉, 내 스스로 뻔해지겠다고 하는 것은 나의 포부인거다. 메인 스 트림으로 들어가서 ‘큰물을 내가 휘어잡겠다. 그 안 에서 충분히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하겠다. 그 안에 서 무엇이든 내가 남기겠다.’라고 하는 포부. 비록 아직까지도 잘 성사되진 않았다. 청탁 중에 ‘청’만 고르려고 하는 그런 오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욕심인 것이다.

Q: 기술과 예술을 모두 잘 아는 공집합형 전문가들 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적이 있더라. 하지만 현 재 대학 교육 방식은 기술과 예술을 구분 짓는 경 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현재 대학 방식을 신랄하게 얘기한다면, 융합이라는 타이틀은 맨날 단다. 근데 단 한 번도 융합한 적이 없다. 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디자이너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 인데요.” 라고 스스로를 칭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부터 붙여준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은 나부터 녹는 거다. 그래야 알갱이가 아닌 원소 단위가 합쳐지게 된다. 큰 용광로에 온갖 것을 다 집어넣고 녹여서 틀에 갖다 부으면, 완전히 새로운 제 3의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그 안에 어떠한 알갱이도 살아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디자인 중심의 융합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는 디자인 할 거니까, 공학아 와서 도우라.” 는 것이지, 융합이 아니다. 이건 협업과 융합을 혼용하는 것이다. 내가 믿고 있는 융합이란 무엇이 예술일까 기술일까를 구분하지 않는, 정확히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라고는 판단하지 못 하겠다. 왜냐하면 지금 와서 “과거의 이름과 장르는 다 가라.” 는 것 또한 틀린 생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나에게 디지털아트를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기술과 예술을 가려서 가르치지 않는다. 내가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할 때마다 많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이 내게 묻곤 했다. “선생님, 기술 공부를얼마나 해야 선생님처럼 할 수 있나요?”, 혹은, “꼭 그렇게 기술적인 공부를 해야 하나요?” 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 질문은 “미국에 갈 건데, 영어를 꼭 해야 하나요?” 혹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 찍는 기술을 꼭 익혀야 되나요?” 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카메라가 좋다고 좋은 사진이 찍히는가? 절대 아니다. 카메라가 안 좋아도 사진사가 좋으면 잘 찍을 수 있다. 과연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기술을 몰랐는데 우연히 잘 찍었을까? 이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영감’처럼, 내가 다루는 기계, 미디어와 정말 잘 소통하고 있을 때 불쑥 나오는 것이다. 좋은 사진, 좋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Q: 연세대학교 디자인과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디지털 아트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조 과제를 하다보면, 같은 전공의 학생들끼리 과제를 할 때 보다 더 많은 논쟁이 일어난다. 이것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있는가.
A: 그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다. 이 것은 무슨 묘안이 있어 물 흐르듯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물을, 물 흐르듯이 간다고 하는데, 그 물밑으로 얼마나 많은 돌이 있는지 알지 않나. 그 물흐르는 과정 속에서도 굉장히 많은 저항과 마찰이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고요하게 흘러가 보일지언정 저항과 마찰은 반드시 어느 과정에나 있다. 너희들 사이의 수많은 마찰들도 이겨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이 그런 과정을 겪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목표를 한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강론에서 얼만한 차 이가 있든 자연적으로 해결 된다. 예를 들면, 무엇 을 만들 것인가 혹은 왜 만드는 것일까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다 통일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분쟁 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이것을 하려고 하는 거 아 니냐. 이렇게 하기 위해 이걸 하는 것 아니냐.” 라 는 목표를 갖다 대면 분쟁의 폭이 좁아진다. 모든 분쟁은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다면 자연적으로 해 결 될 것이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미디어 아트란 무엇이며 앞 으로 미디어 아트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 라 생각하는가.
A: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떠한 형 태로 나아갈지는 내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의 형태는 최고의 디자이너와 최고의 엔지니어를 불러 한방에 가둬 놓고 “너희 이제부터 이거 만들어”하고 문 잠그고 나가는 식이다. 그럼 둘이 쿵짝 쿵짝 해서 뭘 만들 어 내는 건데,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런 방식 은 뭔가를 follow up 하는 데는 최고다. 하지만 완 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현 재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나 오는 것이 아니고, 앞서 내가 얘기했던, ‘공집합형, 융합형’ 인재들로부터 나온다. 이런 사람들끼리 모 여 얘기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제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 할 수 없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의 방 향이 어떻게 틀어지고 변모 해 갈지는 쉽게 예측 하지 못한다. 나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디자인을 구분 하지 않 는다. 다행인건, 나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늘 어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낼 미래는 지 금 내 머리로는 예측할 수 없다. 굳이 예측을 하자 면, 화학과 생물학이다. 이제는 이 분야까지 융합 될 것이다. 이게 뻔히 보이는 미래다. 또, 앞으로 는 희한한 기계가 아닌, 희한한 유기체가 나올 것 이다. 분명히 그럴 것 같다. 그쪽이 미래라고 확신 할 수 있다..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A: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금의 나와 똑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교수님께서 싫은 과제를 내 주시면 아예 안했다. 말하자면 빵꾸를 낸 셈이다. 그래서 수강 신청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말 이다. 교수님의 수업 방식에 대한 것도 많이 신경 썼다. 특히 나는 주제를 정해주는 과제가 정말 싫 었다. ‘나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직 어 리지만 나도 살아있는 사람인데.’하는 생각 때문이 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이것을 표현해봐.” 라고 얘기하시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되고, 결국 잘 안 되더라. 억지스러운 일을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맘에 들 때까지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 수업의 과제를 반복해서 스물 몇 번까지 해본 적이 있다. 다른 과제는 안하고 그 한 과제만 맘에 들 때까지.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쟨 정말 저거에만 미쳐있는,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했는데 성적은 그게 아 니었다. 근데 이런 거 얘기해도 되나? (웃음)

Q: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 르치는 교수로서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 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혹은 그들이 갖췄으면 하 는 자세가 있는가.
A: “너 하고 싶은 것, 너 좋은 것 해라.” 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남이 좋다고 하는 것에 자신을 끼워 맞 추지 마라. 그래서는 자신의 재능이 나오지 않는다. 재능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많 이 나온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는지는 모 르겠지만 참 열심히 한다.” 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 다. 나는 그 얘기가 좀 낯설다. 열심히 한 적이 없 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다’라는 어감에는 왠지 싫 은 일을 끈기 있게 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하루 종일 했을 때, ‘하기 싫 지만 내가 좋아하는 엄마니까 도와드려야지.’해서 했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런데, 난 내가 하고 싶 어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이걸 해야 되기 때문에 하는 건데, 남들이 볼 때, 내가 이걸 좋아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를 때는, ‘쟤는 정말 열심히 한다. 저것만 한다’고 본 다. 보는 포인트가 약간 다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는 잘 되지 않는다. 아주 잘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 주 잘하려면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한다. 언젠가 부 터 디자인이나 예술 쪽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되고, 그냥 대충해도 먹고사는 분야가 됐는데, 원래는 그렇지 않다. 이 분야는 올림픽 금메달처럼 최고가 아니면 써먹을 데가 없는 분야이다. 때문에 이 분야를 잘하기 위해선 정말 좋아해야 한다. 그 런데 우리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 정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학생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 특히 오늘날의 입시 과정은 자신의 개성 같은 것은 완전히 무시된다.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받은 성 적으로 학교다 싶은 곳에 가게 되고 전공도 정해진 다. 자신이 이걸 하는 게 맞는 건지, 자신이 좋아하 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따라가고 성 실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도록 바꾸는 태도가 제일 필요하다. 붕 떠있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여기 있는 학생들 중에는 마치 연꽃잎이 물위에서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어디에서 뭘 해야 될지 모 르는 채로 그저 떠다니는 학생들이 참 많다. 그게 가장 낭비가 아닐까 싶다. 뭘 하든지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사랑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나는 그거는 잘해 왔다. 그래서 뭐든지 내가 좋으면 참 열심히 했고, 별로 맘에 안 들어도 내가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해야 내 몸이 움직이고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됨을 아니까 무엇보다 이걸 좋아하는 게 우선이었다. 첫눈에 보고 반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되겠나. 좋아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저절로 다 해결된다. 미디어 아트를 하게된 것도 다 그렇다. ‘이런 걸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니 뭘 해야 하는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15년도 넘어가서 하고 있는데, 15년이 굉장히 길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길지 않다. 학생들한테 내가 던지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10년 굶어도 안 죽어.”라는 말을 꼭 좀 써줬으면 한다. 10년 굶어도 안 죽는다. 까딱없다. 10년 굶을 각오를 하고 꿈을 쫓아보는 놈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는 대학 졸업 후 10년을 뜻하는 거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데, 다들 젊을 때 돈 주고 사서도 한다는 고생을 안하려 한다. “너희들의 꿈이 뭐냐?”하면 “일단 취직부터 하고 여유가 생기면 뭐를 하겠다.”고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취직을 하면 회사가 너희들이 그렇게 하게 둘 것 같은가? 천만에. 회사는 너희들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회사는 너희들의 꿈에는 관심이 없다. 당장 1,2년을 못 참고 그냥 살기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접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잘될 수가 없다. 10년을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 만큼을 배수진을 치고 살아야 한다. 전쟁을 할 때 내 등 뒤에 강이 있어서 여기서 밀리면 강에 빠지는 거다. 젊은 시간 10년을 그렇게 보내는 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그 10년이 지나고 나면, 배수진을 치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가 죽으면 딸려죽는 식구들이 생긴다. 그래서 배수진을 칠 나이 때는 정말 주저 없이 배수진을 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향해 가야한다. 꿈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좋은 화려한 이름이 아닌, 너희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너희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주저 없이 10년을 투자해야 한다. 10년 투자안하고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 가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꿈보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 한다면,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뭔가를 쫓아가는 자한테 10년은 정말 짧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성장 곡선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곡선’이다. 사람이 성장할 때 보통 직선으로 성장한 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초반기가 길다. 하지만 한 번 성장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성장한다. 앞의 긴 초반기가 10년인 것이다. 이게 첫, 아주 기본적인 10년이다. 이 때 자신을 앞지르고 치고 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만나고 앞지르게도 되어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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