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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 2016 | Design Message

채승진 Chae, sung-zin

채승진 Chae, sung-zin

연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전공교수


Numerous academic, scientific, and engineering achievements are considered to be the result of the remarkable technological accomplishment that makes humanity so much more advanced. These achievements have been developing in a way they exclude humanity from themselves by verifying the uselessness of the mankind. Advertisement has become more provocative and elaborate to make people buy things that they do not necessarily need, and design aims people to throw away perfectly fine products that they already have and desire the new by making the old feel outdated. For the past 200 years, rapidly developing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 science has set an utopia based on the uselessness of humanity. Design, likewise, has set up an utopia of its own, which justifies the present by denying the past. The only accomplishment modern design gained could be summarized as the greed of humans wasting resource and causing environmental pollution for the sake of continuously denied past achievements. 

산업디자인의 시작점으로 보는 산업혁명. 18세기 중반 발명되고 개선된 증기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기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국은 연료와 선박 제작 등에 따른 지나친 벌목으로 산림 황폐화가 한계에 달했고 그 대체품으로 석탄을 캐기 시작했는데 지표면 가까이까지는 문제없었지만, 계속 파내려가 갱도가 깊어지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로 펌프를 돌려 퍼냈지만 갱도가 옆으로 퍼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쏟아져 들어오는 지하수를 당해낼 수 없었다. 조악한 수준이지만 파낸 석탄을 연료로 물을 퍼낼 수 있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개선을 거듭하며 열효율이 좋아지고 높은 증기압에 견디는 보일러가 제작되었다. 캐낸 석탄을 나를 때는 마차를 썼는데 무거운 탄차가 진흙탕에 빠지지 않도록 선로를 놓았다. 증기기관 설계와 보일러 제작 기술이 발전하며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그 전까지 말이 끌던 석탄 마차를 증기기관차가 대체했다. 석탄을 태워 석탄을 나르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지만 일면 자연스러워 보이는 제반의 과정은 기계와 화석연료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게 되는 모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증기기관으로 가동되는 공장에서 대량의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고, 증기선, 증기기관차가 바다와 강과 대륙을 가로질러 많은 사람과 엄청난 양의 물건을 운반하며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의 기초가 다져지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초기 산업혁명 기간 중 이루어진 대부분의 일은 근육이 할 일을 밤낮으로 일하는 기계로 대신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한번 방법이 확립되자, 내연기관으로 전기모터로 빠르게 인간의 노동은 대체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레저나 스포츠를 위한 근육, 시각효과나 몸매를 과시하는 근육은 흔하지만 노동하는 근육은 이렇게 사라졌다. 

 다음은 분업화다. 생산과정에 강력한 힘이 투입되면서 이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일정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공장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거대한 증기기관이 구동하는 거대한 굴대가 공장을 가로지르며 여러 개의 풀리를 돌리고 거기에 각각에 개별 공작기계에 연결하는 벨트를 설치해 구동시킴으로써 각각의 공작기계는 일정한 작업을 수행하고 작업 속도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톱이 자르면 샌더가 갈아내고 선반이 원통으로 깎고 둘레 자리를 내고 루터가 가로세로 방향으로 홈을 파고 드릴프레스가 구멍을 내는 식이다. 이렇게 해 하나의 부품이 나오고, 또 다른 공정을 거쳐 다른 모양의 부품이 여럿 생산된다. 필요에 따라 부품의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각각 부품의 규격은 동일하다. 각각의 공정과 다른 과정으로 만들어진 부품이 한 곳에 모여 고정, 끼움, 접합, 용접, 체결 공정을 이를 수행하는 일련의 기계로 조립되고 칠해지며 기름이 주입되고 인쇄되어 포장되고 적재된다. 장인이나 숙련공이 복잡한 설계 능력을 구사하고 고유의 연장과 손재주를 동원하여 꼼꼼하게, 그러나 시간을 들여 하던 작업은 사라졌다. 그들의 작업은 하나하나 분해되어 여러 기계에 위임되고 거대한 엔진이 이들을 구동하는 공장에 넘어갔다. 공장직공이 하는 일이란 이런 기계를 돌보며 교대로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일이다. 오락거리 눈요기용 기술을 구사하는 묘기꾼은 많지만 고유의 능력으로 쓸모있는 물건을 설계하고 만들던 기술자와 작업자는 사라졌다. 분업화와 표준화는 인간 손기술의 필요성을 없앴다.

컴퓨터 기술과 대량전달형 오락산업이 세 번째로 등장해 두뇌의 필요성과 역할을 없앴다. 수리능력은 인간 두뇌의 중요한 역할이었지만 컴퓨터를 통해 계산식을 풀고 고속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과학과 공학은 물론 산업과 일상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정량적 문제에 답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시험 보는 것 외에 특별히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오락 속에 빠져들어도 좋게 되었고, 라디오 등 대량전달매체가 24시간 제공하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그저 그런 이야기에 모든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특히 이 방면의 몰입도에 있어 컴퓨터 게임은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이상적 수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가 구현된다면,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한 사람만 필요할 것이고. 물리도 그렇고, 화학도, 생물학도, 영문법도, 국문법도 그럴 것이다. 하나의 수학, 하나의 물리, 하나의 화학, 하나의 생물학, 하나의 영문학, 하나의 경영학, 하나의 사회학, 하위 분야별로 각각 하나의 공학만으로 전 세계 강의가 통일된다면 수많은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공학자가 대학에 있어야할 필요성도 사라진다. 수많은 수학 전공학생, 물리전공학생, 화학전공학생은 같은 수업을 들었으니 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같은 과학자, 공학자가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같은 직장은 얼마 없고 그 외 어떤 곳도 같은 사람을 여럿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모든 것이 편해지고, 빨라졌다. 또한 저렴해졌다. 기호품, 가전제품과 내구소비재는 개인의 소득수준에 비교해 대부분 80, 9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과열경쟁사회임은 분명하지만 삶 자체는 훨씬, 그리고 충분히 윤택해졌다. 이에 비해 소비부문에서 부담이 커진 부분은 부동산가격과 과도한 임대료다(자본주의 현실공간이 행사하는 물리력). 서비스산업은 낮은 노동단가에서 이익을 남기는 한편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로열티와 임대료 같은 자본소득이 다 빨아먹는다. 낮은 임금으로 마지못해 일하는 알바생들에게 제대로된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고, 고객과 점원사이의 유대감은 없다. 일터는 갈수록 삭막해지고, 고객은 어딜 가도 좋은 인상을 받질 못한다. 우리가 지옥을 만들고 우린 그 지옥을 개탄한다. 소득부문에서는 중저기술분야의 수많은 생산영역이 사라졌다. 전반적 문제로 수도권 집중화 심화와 지방과 격차에 따른 소득기회와 편의성 격차다. 소득기회를 확보하고 문화향유와 같은 편의성에 접근하려면 수도권의 비싼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부담을 각오해야한다. 부동산과 임대료에서 빨아들여진 자본은 재투자되어 양적으로 팽창하고 그만큼 더 많은 자본소득을 올리게 된다. 환한 편의점 조명아래 창백한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이 그렇고 도처의 치킨집이 그렇고 신호위반과 곡예 운전하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그렇고 침침한 담배연기 속 술에 쩐 많은 얼굴들이 그럴 것이다. 화석연료 엔진으로 생체 근육의 역할이 사라지며 인간 노동의 필요성 혹은 권리가 사라지고, 작업 분업화와 자동공작기계로 인간 손기술의 역할이 사라지며 인간 고유의 기술적 재능의 필요성이나 자부심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컴퓨터와 대중오락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리연산과 복잡한 두뇌기능이 불필요해지며 인간은 구태여 깊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눈부신 기술적 업적, 인류의 찬란한 진보로 여겨지는 수많은 학문 성취와 과학 업적과 공학의 성과는 인간의 쓸모없음을 증명하여 인간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광고는 필요 없는 것을 억지로라도 사게 하려고 갈수록 도발적이며 정교하게 발전하고 디자인은 여전히 잘 돌아가지만 단지 촌스럽다는 이유로 지금 것을 밀어내고 새 물건을 사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 200년 동안 급속히 발전 성장한 과학과 기술과 공학과 사회과학이 내세운 유토피아의 실체는 인간의 무용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매순간 디자인이 내세운 이상향은 이전 디자인의 성과를 깎아 내림으로써 현재를 정당화하는 일이었다. 매순간 부정되는 성과를 위해 자원을 낭비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헛된 탐욕의 인간성만을 이룬 것이 현대 디자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가 무가치해지는 것에 열광하고 물질적 탐욕만을 추구하여 인간의 본성 자체가 변형되어가는 과정을 한나 아렌트는 근대화라는 전체주의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전체주의적 과정’이란 인간이 필요 없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쓸모없게 만다는 모던적 태도를 의미한다. 인구팽창, 과학기술발전, 고향상실, 고학력실업 사이에 혜택처럼 보이는 피해들, 기계로는 수지가 안 맞아 겨우 남겨진 일을 맡아하는 저임금노동. 오늘날 인간 대다수는 ‘남아돌아 쓸모없는 대중들’이 되었다. 돈과 기술에 의해 정교히 통제되는 사회가 인간이 자연의 속박에서 벗어나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은 줄 수는 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4대강, 세월호, 마리나리조트, 원전사고(일본), 황사, 사드, ICBM, 미세먼지, 최순실 사건, 등등 여기에 몇 차례의 가뭄과 홍수와 폭풍과 해일과 지진은 이런 세계를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으며 그 인공세계가 첨단일수록,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있을수록, 생각없이 편하게 살수록 지옥으로 변하기도 좋다. 아무리 ‘나는 행복하다고.’ 라고 생각해도 그 행복을 지탱해주는 생활기반은 서서히 썩어 들어가고 있다. 이게 오늘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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