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잘 버티는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Dec 1, 2016 | People Inside

송재윤 Song, jae-yun 주효찬 Ju, hyo-chan 오정빈 Oh, jung-bin

송재윤 Song, jae-yun 주효찬 Ju, hyo-chan 오정빈 Oh, jung-bin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The Importance of Enduring the Hard Times

Unfortunately, the present and future of mordern art and design cannot be decleared bright. The world is already full of ideas and themes, let alone the difficulty to call for a shift in generations to attempt something new. I would like to ask younger artists and designers on the start of their career to stand strong and wait. In some years, after a political turnover and reconstruction in the design industry, new generation of designers born in the early 90’s could reform the industry through a generation shift. In such context, more spotlight should be given to artists working with new medium and method to shape and elaborate original agendas.

디자인뿐만 아니라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흐름을 읽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과 넓은 시각은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이러한 면에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지식들을 기반으로 작품을 재조명하는 평론가 ‘임근준’님을 인터뷰 하였다.
임근준 평론가는 현대 미술에 관한 평론뿐만 아니라 디자인평론, 강의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를 통해 ‘지식-디자인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간접적인 해답을 나누어보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미술 평론가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특히 임근준 평론가가 그 직업을 가질 때 즈음 그 환경은 더욱 열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초반엔 작가 활동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사연구 기반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소논문을 작성한다던가, 큐레이터로 일을 하게 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평론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큐레이터를 그만두고 평론가로 돌아선 것은 2004년이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가지를 쳐내다보니 남는 것이 평론가였다.

디자인/현대 미술 작품을 평론할 때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있는가?
인간의 정념을 물화시키는 것. 어떠한 물질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가가 미술과 디자인의 공통점이자 성격이다. 옛날에 아비 바르부르크란 사람이 현대적 미술사의 바탕을 만든 사람인데, 그가 말하는 것이 정념 정형이다. 파토스 포스멜 파토스가 어떻게 형태가 되는가를 봐야 한다. 작품을 볼 땐 어떤 정신이 깃들었는가, 그 정신이 어떻게 물화되게 이 작가가 방법론을 구사했는가를 본다.

작품이나 디자인 평론에 있어서 주로 참고하는 매체, 문헌이 있는가?
뉴욕 타임즈 같은 중요 기사들, 업계지는 모두 보고있다. 또한 트위터같은 SNS로 올라오는 기사들도 챙겨본다. 특히 평론가에게 중요한 자료라 하면 각 미술 기관이나 갤러리에서 배포하는 보도 자료를 들 수 있다. 즉, 꼭 특정한 정규 매체나 문헌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그러한 지식들을 모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강의를 다니는데, 후기를 보니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입담과 재치가 좋아 즐겁게 들었다는 평이 많더라.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지난 십 몇 년 동안 만들어 놓은 나만의 아카이브가 있다. 그러한 자료나 연구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강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강의의 중요도나 청중들에 따라서 약간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큰 예시가 파워포인트이다.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아도 되는 강의 혹은 입문자들이 있는 경우엔 파워포인트로 강의를 하고, 중요한 주제라면 가급적 파워포인트를 만들지 않고 진행하는 편이다.

최근 SNS에서 개별 청년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유효한 실험을 전개하는 이에게 마땅한 신작 창작 – 전시 기회와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라고 발언하며, 이미 주류 미술계는 미적 파산상태라고 평한 적 있다. 이런 문제는 어디서 발발했다고 보는가?
주류 미술계가 지금 한계 지점에 봉착한 이유를 들자면 이미 현대 미술이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은 흐름의 파도가 흘러가고, 반복하면서 계속 갱신을 해왔는데 그 에너지가 지금 다 됐다. 또한 현재 현대 미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8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활동하던 분들이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다 되어버렸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말로만 혁신을 외칠 뿐, 실질적으로 변화를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미술 시장이 위기를 맞고 좁아진 터라 대형 신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지금 존재하는 거대한 미술계는 실제 젊은 작가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얘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은 큰 세대 교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문제점들이 잔뜩 쌓여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식-디자인과의 상관관계

임근준 평론가가 말하는 ‘차세대 미술가로 동의할 수 있는’ 작가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요즘 작가들은 스마트폰이나 미디어환경의 변화로 인해 시공간 자체를 인지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서 이 시대와 비평적 대립각을 세우는 오브제나 영상, 디자인 등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시각성인 것 같다. 이것을 어떤 식으로 조형화하고 시각화하느냐에 관한 문제가 다 풀린 것은 아니어서 각 부분을 세밀하게 의제화하여 자신의 문제로 삼아 해결하는 작가들, 그 분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현대 미술의 전반적 흐름, 각 시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결과물과 작가의 감각, 개성에 의존한 결과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 보는가?
작업이 이성적이냐 감성적이냐의 차이일 것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작가가 인생에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길어야 10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조사하고 분석한 작가가 롱런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의 지식에 얽매이다 보면 ‘새로움’과 ‘시도’의 부분에서 남들의 작품과 유사하게 나오는 등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아니다. 기존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야 자신이 나아갈 방향 또한 아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고해서 자신이 그동안 받아왔던 영향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남들은 이미 시도했고 지나갔던 예전의 것들을 반복하는 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동종 경쟁자의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인/예술 분야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예술 또한 ‘스낵 컬쳐’ 처럼 가볍게 느끼고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현대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소재가 떨어진 미디어나 잡지사 등이 현대 미술과 디자인 등을 언급하면서 마치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디 뮤지엄, 셀카 찍는 뮤지엄 등 특이한 뮤지엄들이 생겼으나 그 또한 예술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대중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임근준 평론가가 전망하는 미래의 미술계의 큰 흐름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관료주의 사회, 산업, 학교(이하 관, 산, 학)로 삼각바퀴가 서로 연관관계에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를 보면 이 모든 부분에서 위기를 맞았다. 미술시장이 정체되다 보면 당연히 ‘학’ 부분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생길 것이고, 많은 학생들과 아티스트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다. 그나마 희망이라 한다면 93,94년생의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많은 편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세대 교체를 통해 미술 시장의 재기를 노려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평론가로서 바라보는 신진작가/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버티면 이긴다. 지금이 재미없는 시기이다.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2018년일 것이다. 2018년도에 정권이 바뀌면 20년도쯤에는 대대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

Interviewee

미술/디자인 평론가
임근준 Im, geun-jun

  • 1995년부터 2000년까지 LGBTQ 운동가로, 1999년부터 2013년 까지 DT 네트워크 동인으로 활동했고, 계간 공예와 문화 편집장, 한국미술연구소/시공아트 편집장, 월간 아트인컬처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 <크레이지 아트, 메이드 인 코리아>(2006), <이것이 현대적 미술>(2009), <여섯 빛깔 무지개>(2015) 등이 대표 저작이고, 2017년 상반기에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환: 포스트-컨템퍼러리 시대의 예술 생존법>(가제)을 발간할 예정이다.
  • 당대미술이 붕괴-해체되는 과정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Interviewer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송재윤 Song, jae-yun
주효찬 Ju, hyo-chan
오정빈 Oh, jung-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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