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험의 시대

Nov 19, 2018 | ID Lecture, Know-理知

황다은_Hwang, Daeun

황다은_Hwang, Daeun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
학사 및 동대학원 디자인경영학협동과정

Era of Consumer Experience

My master’s thesis is entitled “A Study on Consumer Experiences to Establish Lifestyle Shop Strategies.” The purpose of this research was to better understand consumer experiences in lifestyle shops that sell unique, unbranded, high-quality goods. This paper discusses what consumer experience is, why this study was conducted on lifestyle shops that sell unbranded goods,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consumer experiences and unbranded, high-quality goods.


들어가며

필자는 석사졸업 연구로 「라이프스타일 매장 전략 수립을 위한 고객 경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내용은 라이프스타일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정성적 연구방법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며, 매장 사례로는 무인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연구의 앞단에 해당하는 고객 경험이 무엇인지, 왜 무형적인 경험에 대해 집중을 하는지, 그리고 고객 경험과 무인양품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경험의 시대

4차 혁명이 한바탕 소란스레 지나간 후 2018년 트렌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워라밸」,「소확행」,「케렌시아」,「플라시보 소비」··· 등등 경험 이야기를 할 것 같았는데 왜 갑자기 트렌드의 키워드를 이야기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네 가지의 키워드들의 공통점을 꼽아본다면 무엇이 될까? 아마 모두 “나의 만족” 또는 “마음의 안정”을 위한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싶다. 무형의 소비재를 통해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의 만족을 찾아 돈을 쓰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은 구매와 동시에 효용을 얻어 경험의 소비라는 구조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2018년이 되어서야 나타나게 된 것은 아니다.

이미 1990년대 많은 학자는 고객들이 단순히 상품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이야기와 경험을 사는 경제 활동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림 1을 보면 재화 형태에 따른 가격과 시장 경제성을 볼 수 있는데, 물자, 상품,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을 거쳐 “경험”을 파는 새로운 단계가 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단계를 경험 경제라고 한다. 이 경험 경제에서는 경험재가 곧 상품이라고 볼 수 있으며, 경험재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느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같은 경험을 제공하더라도 제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 2. The progression of economic value

소비자 경험이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의 경우 소비자 경험보다는 사용자 경험이 친숙할 것이다. 사용자 경험과 소비자 경험은 별반 차이가 많이 없을 것 같이 들리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경험의 의미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경험이란 개인이 어떠한 상황을 직접 행동하거나 관찰함으로써 얻어지는 기술, 지식, 기억 등의 결과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붙은 경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앞에서 경험의 의미를 알았으니 이제 소비자의 의미만 알면 되겠다. 소비자란 일반적으로 사업자 및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곧 시중에 존재하는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겠다.

따라서 소비자 경험은 곧 인간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자 또는 용역을 하기 위한 행동적/사고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내용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소비한다는 것은 어디서 인식하고, 무엇을 찾고, 어떻게 구매하느냐로 구성될 수 있기에 사용의 개념과는 다르다. 사용은 구매가 끝난 단계부터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여 판단하는 단계라면 소비는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하고 그것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소비를 위한 과정은 어디서 이루어질까?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매장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샀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상거래의 양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빠뜨릴 수 없는 온라인 쇼핑몰이 대세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기 전에는 오프라인 즉 현장 구매가 주를 이루었는데 지금도 그 위상은 변함없어 보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소비가 현장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소규모 매장 등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곳에 방문하게 된다.

소비자 경험과 디자인의 관계는?

앞서 말한 소비자 경험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은 마케팅이나 경영에서 해야 하는 일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역할이 소비목적의 방문객이지만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매장 속 무형의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 곧 매장을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소비자들이며, 매장 속 사용자 경험은 소비자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장의 편의를 높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매장 서비스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 과정은 어떻게 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소비자의 구매 과정을 잘 표현한 5E’s of Customer journey map을 소개한다.

그림 3. The 5E’s Customer journey map

[첫번째 단계] 유도
유도(Entice) 단계는 직접 매장에 들어서는 단계가 아닌 그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흔히 물건을 사기 전에 어떤 물건을 사고, 어디에 가서 살지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제품/서비스의 이미지와 브랜드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과정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광고와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이끌어낸다.

[두번째 단계] 입장
입장(Enter) 단계는 실제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들어선 순간을 이야기하며 소비자들에게 시각적인 인상을 주는 곳이다. 따라서 매장의 첫인상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에까지 영향을 주는 요소로 소비자와 매장의 관계를 좋게 만들려고 한다. 첫인상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 청각적 부분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와 전등의 빛 그리고 각종 집기와 정보들의 시각디자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어떻게 매장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연구하고 매장에 들어선 고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세번째 단계] 관여
관여(Engage) 단계는 이제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매장에서 행동을 하는 단계이다. 어떤 사람들을 물건을 꼼꼼히 보고, 찾고, 물어보며 살지 말지 결정하지만, 그와 반대로 의도했던 물건을 찾아 계산대로 직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사람마다 구매 과정은 다르지만, 관여 단계는 실제 구매를 하기까지의 과정으로 소비자는 매장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사람들은 물건을 보고, 만지고, 직원들에게 물어보며 특이점으로 매장의 다른 고객들은 어떤 반응인지 살펴보며 구매에 대한 결정을 한다.

[네번째 단계] 퇴장
퇴장(Exit) 단계는 실제 구매 행위가 끝나 매장 밖으로 나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구매자들은 실제 구매 과정에서 느낀 사후 서비스의 인상, 매장의 전체적인 인상을 통해 다시 한번 매장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계기가 되며 집기와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충동구매나 체류 시간을 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낮은 가격의 제품들을 계산대 주변에 배치하며, 계산대까지의 대기 줄을 눈에 쉽게 보이도록 하여 미연의 불쾌감을 낮게 만들도록 노력한다.

[다섯번째 단계] 확장
확장(Expand) 단계는 구매가 끝난 후 구매했던 경험이 확장되는 단계이다. 매장에서 겪었던 일을 토대로 해당 매장에 대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하고 다시 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결과적으로 그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고 이용했던 매장의 기억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나의 사례, 무인양품!
짤막한 서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사례대상으로 무인양품이라고 소개한 바가 있다. 무인양품은 생활잡화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으로 일본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와 합작하여 2004년도에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무인양품에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다양한 생활용품을 파는 회사로 2016년 기준 국내 26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약 7000개의 제품을 팔고 있다. 그리고 무인양품의 핵심이 되는 가치는 3無인데 아이덴티티가 없으며 본질에 충실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그림 4. 무인양품

하지만 왜 한국기업도 아닌 일본 기업을 선정하였으며, 어떤 이유로 온갖 것을 파는 가게를 사례로 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무인양품은 한국에서 소리 없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 매장을 낸 지 13년 만에 1095억으로 2016년 대비 2배 이상이나 올랐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인 여의도 IFC몰 매장이 지난 4월에 개장하였으며, 그 규모는 2개 층에 걸쳐 약 355평이다. 2018년 기준 꾸준히 그 수요가 늘고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인양품에서는 국내 매장을 20개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이 아닌 공유하며 느낄 수 있도록 복합문화매장화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인 츠타야 서점에는 단순히 책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한 일본 업계의 흐름과 함께 무인양품에서는 지역 상생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국내 최대 플래그샵인 신촌 매장에는 특이한 공간들이 숨겨져 있다.

그림 5. 무인양품 신촌점 매장

무인양품 신촌점은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몰에 입점하는 방식이 아닌 플래그십 형태로 독립 매장이다. 1층은 헬스 & 뷰티 테마로 아로마향이나 화장품 여행용품을 볼 수 있고, 2층은 성인 의류와 액세서리 3층은 생활용품 및 문구, 식품 4층은 가구, 패브릭을 판매한다. 무인양품 신촌점은 지역 상생을 기초로 다양한 매장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림 5를 보면 특이한 공간들이 몇몇 눈에 띄지 않는가?

입구로 들어서서 1층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안쪽 공간에 커피 라운지가 위치하고 있다. 커피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마실 수 있으며, 일반 카페와 달리 좌석은 많지 않다.

2층으로 올라가면 여성 의류와 남성 의류가 펼쳐지는데 그 안쪽으로는 자수공방 서비스가 있다. 고객이 원하는 모양과 글 그리고 색상에 따라 자수를 놓아주는 서비스로 비용은 별도이다. 자수공방 서비스는 의류 뒤쪽, 피팅룸 옆으로 위치해 있어 구매한 고객들이 쉽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동선이다.

3층을 넘어 4층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무지의 전시가 이루어진다. Found Muji는 무인양품이 외국 소재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 및 전시하는 프로젝트이다. 무인양품의 기술력과 다양한 시도들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이다.

벽면 무인양품의 건너편으로는 조그마한 서점이 있다. 책을 살펴보기 전 거대한 보드에 금주의 추천도서가 써져있고, 일본 도서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데 4층의 경우 쇼룸 형식으로 전시된 가구들이 있어 오랜 시간 사람들이 체류한다.
이 외에도 4층에는 인테리어 상담 코너가 따로 있으며 해당 패브릭 제품 및 가구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지난 현장 관찰을 하면서 체류 시간이 4층에서 가장 오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무인양품이 브랜드가 없고 미니멀리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지만 실제로 매장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을 재현하고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스며들도록 매장을 구성하고 있었다.

글을 마치며

실제 무인양품은 한국인들의 삶을 충분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공간 내로 끌고 들어오고 있다. 본 연구는 사람들이 무인양품과 같이 일상적 경험이 녹아든 매장에서 쇼핑을 할 경우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대상자들을 관찰과 섀도잉 기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추후 그들에게 인터뷰를 함으로써 그들이 쇼핑 공간에서 겪었던 경험을 다시 재현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소비자 개인의 경험을 정성적 연구방법으로 파악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며, 경험의 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관계성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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