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saga in UK: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There are already so many people who have studied abroad and I mean, who am I to give advice? But if I have to, I think I can at least say this: listen to as many people as you can but make decisions on your own. Listening to lots of experienced people is important because every person has different experiences and takeaways from different perspectives. However, take benefits only and do not expect you to experience the same. It is basically in the same vein as I mentioned earlier, set a goal to achieve instead of expectations. Do not expect the situations to do something for you, but think about what kinds of environments you will make for yourself. The clearer goals you have, the better the quality of time. And play! I think the majority of learnings I have gained during the period was from outside of the uni. Ditch the class and take a stroll in the sunshine. Talk to people, make friends and sometimes have some arguments as well. No one knows you there anyway and you have “home” where you can always come back, so do whatever you want and be whoever you want. Take benefits of being an outsider. Think about the money you have spent to get this opportunity. Make it worthy. The time you live now will never come back, so do your best not to regret it.
▎Q: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전공 12학번 졸업생 황보원입니다. 17년도에 학사를 졸업하고 그해 영국 런던의 Goldsmiths 대학 Design Expanded Practice라는 과로 석사 유학을 갔었고, 총 15개월의 코스를 마치고 19년도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어요. 지금은 좋은 기회로 YSID에 유학에 관해 글을 싣게 되었네요. (웃음)
▎Q: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복합적인 이유긴 한데, 크게 구분하자면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후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스스로 계획하고 간 첫 여행이자 성인이 된 이후 처음 간 해외여행이어서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려고 작정하고 떠났던 것 같아요. 처음 영국에 도착한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친구 캐리어는 고장 나고, 밤은 늦고, 길도 모르겠고, 인터넷도 안 터지고. 고생고생하며 겨우 숙소를 찾아가는데 그 와중에도 모든 게 새롭고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 이후 짐도 없이 상쾌하게 길로 다닐 때는 얼마나 좋았겠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건축물, 설치미술, 전시 작품들을 보며 각 나라와 도시들이 내뿜는 제각각의 색깔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려 애썼어요. 그렇게 다니며 보니 각 도시가 저마다 하나의 잘 디자인된 브랜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환경 속에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또,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다 보니 그들의 색다른 문화와 배경이 저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 돌아오는 걸 보고, 조금 더 다채로운 언어와 의견이 공존하는 곳에 나도 나만의 언어와 의견을 더하며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침 복학을 하니 4학년이었고, 졸업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라는 나름의 심오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됐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는데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웃음) 우리 과 특성상 제품, 공간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우잖아요.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뤄보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당시 개인적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뭔지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항상 가이드라인이 존재했던 과제만 하다 보니 4년이라는 짧고도 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을, 내 생각을 넣어서 풀어내 본 적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졸업작품도요. 그런데 막상 ‘그래서 내가 가진 의문이 뭐지?’ 하면 그 답도 못 내놓는 거죠. ‘나’가 없는 느낌이었어요. 그럼 앞으로도 전문성이 생길 수 없을 거잖아요. 나아갈 길을 모르는데. 그래서 디자인뿐 아니라 나에 대해서 더 알고 배워야겠다는 판단이 서서, 그렇다면 이 기회에 외국으로 나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며 공부해보자며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죠.
▎Q: 어느 학교, 무슨 과를 다니셨으며 그 학교나 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이라는 학교의 Design Expanded Practice라는 과를 나왔어요. 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과는 정말 디자인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실험을 하는 곳이에요. 그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 전공의 친구들뿐 아니라 디자인 백그라운드가 없는 학생들도(예를 들면 철학과라던가 엔지니어링 등) 같은 과에 입학하여 같이, 혹은 따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학교 자체가 아트 성향이 굉장히 강한 학교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보다는 항상 ‘과정’이 중요시되고, 과정 자체가 결과가 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도 많이 해요. 과하다 할 정도로 자유롭고 실험이 존중되는 학교인 만큼 정형화된 것이 전혀 없어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않으면 갈피를 잃기 정말 쉬운 곳이에요. 실용적, 산업적인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서 취업에도 당장의 실질적인 도움은 잘 안 될 수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엔 여러 실험을 통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내는 것이 이번 유학의 목표였기 때문에 철학적인 탐구를 많이 하고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게 가장 중했고, 그래서 이 학교, 이 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Q: 다니셨던 과에서 배운 내용이 무엇인지, 배운 것에 대한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생각하는 훈련을 주로 했어요. 삐까뻔쩍한 결과물, 혹은 실용적인 결과물보다 ‘나’라는 사람이 가치를 두는 물음에 초점을 맞추는 법. 그리고 그 물음을 마찬가지로 나만의 관점과 가치로 풀어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법을 배웠어요. 아직 풀어가는 법은 배우는 중인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 배운 것들에 대한 가치는 정의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커요. 학문적인 부분뿐 아니라 저라는 사람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을 줬거든요. 이런 말 하기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영국에 살았던 시간은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그때 겪었던 학교 안과 밖의 경험들이 저도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제 속의 저 자신을 발견하게 해줬어요. 고작해야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의 4%? 도 안되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모든 걸 바꿔 놓았죠. 덕분에 지금도 끊임없이 혼란스럽고 저 자신이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때보다는 낫지 않나 싶네요. (웃음)
▎Q: 영국 디자인에 대한 선배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영국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설령 그런 게 있다고 한들 그 짧은 기간, 단 하나의 학교만 겪어 본 제가 감히 그런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요. (웃음) 한국 디자인도 잘 모르겠는 걸요. 다만, 영국, 특히 런던에서 제가 겪어본 디자인에 관해 얘기하자면 도시 특성상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디자인에도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어떤 하나의 전형적인 디자인 결과물보다는 각 디자이너와 그들의 작품이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와 객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근데 또 어떤 때에는 오히려 디자이너와 그의 작품이 그 사람의 배경에 의해 편견, 혹은 프레임에 갇히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결국 모든 건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조금 다른 얘기이기도 하고 사실 좋은 얘기인진 모르겠지만, 간혹 이런 걸 잘 이용하면 튜터링 받을 때 조금 편해질 수는 있어요. 정말 꼭 가지고 가고 싶은 요소가 있는데 부정적인 피드백이 들어왔을 때, ‘아시아에선 이래’ 라고 해버리면 편해지더라고요…. 그게 안 되면 우리나라…. 또 안되면 여자들…. 또 안되면 내 또래…. 최후에는 우리나라 내 또래 여자들…. 제가 종교는 없어서…. 네…. 뭐 그렇습니다….
▎Q: 유학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동시에, 유학 오길 잘했다고 느끼거나 유학 생활 중 좋았던 점은 무엇인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한테 있어서 유학 생활의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거의 동전의 양면 같아요. 새로운 교육방식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고, 내 나라말도 아닌 말을 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프로젝트를 끌어나가야 하니 힘들었고, 크고 작은 인종차별에 싸우느라 힘들었고, 높은 물가 때문에 힘들었죠. 그렇지만 그 덕에 다양한 문화를 겪으며 많은 경험을 했고, 영어가 늘었고, 주도성이 생겼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고, 효율적으로 사는 법을 익혔어요. 혼자여서 외로웠지만, 혼자여서 자유롭기도 했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중인격처럼 유학 온 걸 후회했다가 좋아했다가 그랬던 것 같아요.
▎Q: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음…. 제 경험에 비추어 얘기하자면, 기대하지 않는 것과 자신에 대한 믿음? 뭐가 됐든, 어디가 됐든, 누가 됐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앞단에는 도시가 브랜드화가 되었네, 뭐네 하며 장황하게 얘기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유학을 떠나던 그 순간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가면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내 나라, 내 가족 떠나 혼자 살아가는데 쉬울 리가 없죠. 기대하면 더 힘들어져요. 바뀌는 건 환경이지 내가 아니니까. 그 변화가 마냥 핑크빛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다만, 행복하지 않은 때가 오더라도,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어요. 정말 힘들면 언제든 버리고 돌아가는 것도 그 선택의 축에 항상 끼워두었고요. 유학 성공의 기준이 ‘나’가 될 수 있게 애썼어요. 억지로 버티는 것도, 마냥 잘하려는 것도 아닌, 그냥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요.
▎Q: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디자인예술학부 학우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학 다녀온 사람도 수두룩하고 제가 뭐라고 감히 조언이라는 걸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되, 결정은 나를 위해서 하세요. 개인마다 느끼고 배운 게 다를 거라, 경험자들의 말을 많이 들어보는 건 중요할 것 같아요. 대신, 취할 것만 취하고, 나도 같은 경험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사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데, 기대 대신 목표를 갖고 가세요. 상황이 나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상황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목표가 뚜렷해야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유학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많이 놀아요! 유학 생활을 하며 배운 것 중 8할은 학교 밖에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날 좋으면 학교 빠지고 여기저기 걸어도 다니고, 여러 사람한테 말도 걸어보고. 싸워도 보고! 어차피 걔넨 나 모르니까, 여차하면 한국 오면 그만이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되고 싶은 사람 되어봐요. 다시없을 기회 적지 않은 돈 들여가는 건데 후회할 시간 만들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