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싸이가 외친다. “소리 지르는 네가 참삐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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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가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고 몇 년이 흐른 2000년대 초반,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예전에 듣던 ‘새됐어’라는 소리가 라디오에서 들려왔다. 어린 시절에도 한 번 써보지 못했던 말이라 마치 딴 세계의 용어처럼 낯설기는 했지만, ‘완전히 새 됐~어’라고 ‘됐’을 끌어올리고 급히 내려가 버리는 특이한 높낮이가 귀를 잡아당겼다. 헌데 전곡을 잘 들어보니, 이건 완전히 날라리의 노래가 아닌가? 대놓고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길 만한 노래는 아니었다. 가수는 당시 신인이라는 ‘싸이’. 그때쯤에는 싸이로 시작하는 다른 말이 별로 없어서였는지 아주 쉽사리 그것이 ‘싸이코’를 줄인 말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 왠 싸이코가 유혹적인 저속함을 무기로 단어와 곡조를 한 대목 만들었구나. 텔레비전에서 그 싸이코를 마주쳤을 때에도 단번에 그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곁눈과 좀 비열해 보이는 미소, 기름진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나이트클럽 친구라는 청담동호루라기를 통해서 내 머리 속에 싸이라는 인물은 규정되었다. 최소한 겉으로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통속적인 저질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저속한 것은 좀 끌리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가진 그런 측면이 발동한다고 할까. 무관심보다는 여러 시선을 의식한 윤리적 근엄함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어서 내 직업과 일치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당시의 한국의 노래들은 단조롭거나 어색하였다. 심지어는 경쾌한 백댄서들을 볼 때에도 그들의 찌푸린 얼굴과 경직된 동작이 거슬리고 있던 참이었다. 간간히 접하던 AFKN 소울트레인의 유연한 몸놀림과 달라서 ‘저게 뭐야’라고 한심한 생각이 들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면 춤을 출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 비슷한 막나가는 ‘자유로움’을 보니 살짝 두렵기도 하였다. 아무일이라도 벌릴 수 있을 듯 엿보이는 자유로운 내면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버려 균형이 깨진 불안감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싸이는 우리 주변의 날라리이면서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져 더 두려운 ‘그쪽’이었다.

그 다음 싸이를 기억하는 것은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들은 ‘챔피언’이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시간이 좀 흘러서인지 2002년 월드컵의 광장놀이를 거친 후 만들어졌다는 싸이의 노래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 노래는 건전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시절 오랜 동안 유행가 카세트테이프의 맨 뒤에 자리잡고 있던 ‘건전 가요’보다 훨씬 더 건전하였다. 언제나 주저 없이 패스트포워드를 눌러 스킵해버리던 맨 뒷곡 ‘건전 가요’와는 달리 내 마음을 아주 건전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도 맨 앞자리에 서보지 못한 우리에게 ‘챔피언’이라니. 얼마나 고마운 단어였던가? 건전한 가사로 나의 도덕적 경계심이 무너지니 훨씬 더 많은 것이 들리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제자리 뛰기 춤은 뛸 줄 모르는 나에게 나도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싸이가 ‘흔들어’를 소리 지를 때 튀는 땀방울과 거친 목소리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정말 에너지 그 자체였다. 이제 그 자유로움은 내가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와 있었다.

그가 내지르는 ‘챔피언’은 ‘챔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참피온’, 아니 실제 싸이의 발음에 가깝게 써본다면 ‘참삐온’이었다. 대선이 있던 2008년 초 당시 당선자 캠프의 고위직에 있던 어느 분의 ‘오우뤠-ㄴ지’ 파동이 있었다. 어느 대학 총장이셨던 그 분은 오랜 교육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영어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새로운 목표치로서 영어 단어를 몸소 원어 수준으로 발음하셨다. 이후 어떤 이유에선지 그 분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나는 지금도 그 분이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분은 원어에 가깝게 고품질로 발음하고자 하였는데 싸이는 영어 단어를 더 우리말처럼, 그리고 그답게 저(품)질로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어린 시절, 원서는 언제나 영문본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오랜 고전이 왜 원서라 불리지 않는지 언제나 궁금했다. 그런데 싸이는 당연히 원어가 존재하는 그 영어 단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맘대로 발음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업 중에 원어에 가까운 발음이 나올라 치면 ‘와’또는 ‘우’비슷한 탄성을 질러 발음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던 그런 시기였다. 싸이의 머릿속 에는 찾아보고 추종해야 하는 (근)원이라는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와 달리 저 멀리 계신 근원에 치여 살던 나에게 그것은 반란이었고 통쾌함이었다. 책이나 자료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우리는 어디선가 굴러들어온 원서 하나가 그 품질과는 무관하게 영어권에서 쓰였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보물이 되고 그 내용을 신봉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편향된 번역 말 한 마디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려고 글쓴이의 의도에 추정과 상상을 버무리면서 그와 생각을 일치시키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 우리 환경에서 우리 음식을 먹고, 우리말을 쓰면서도 우리가 기대는 가치의 기준은 대부분 바깥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싸이는 제멋대로인 사람이었다. 남의 시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만들어진 아이돌은 ‘다른 사람 신경 쓰기의 극치’인 반면, 진정한 아티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한다. 2012년이 되어 싸이가 세계를 향해 터뜨린 강남스타일은 바로 그런 제멋대로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것이 어떤 절묘한 지점에서 환호 받는 최상위권의 모습을 만들었는지 분석하기보다, 나는 그저 내가 목격한 싸이의 출발점이 ‘제 멋’대로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싸이 성공의 한 축이라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고자 한다. 얼마 전 어느 학생이 한국적이라는 것을 고민하면서 일본은 고유의 것이 보이는 반면 우리의 것은 도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침 방문한 일본인 디자인 선생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 답은 ‘자기의 것을 하라’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의 스승이신 민철홍 선생께서 오래 전 말씀하셨던 ‘지금의 네가 하는 것이 바로 한국적’이라는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것을 별도로 ‘만들려’하지 말고, 그냥 우리 것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만큼, 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우리가 뿌듯함을 느낄 때까지 할 일을 잘하면 그때 우리만의 멋이 천천히 배어나온다. 안상수 선생이 만든 ‘멋 짓’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론 디자인을 대체할 우리말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언젠가 ‘번역된’이라는 수식어까지 떼어버릴 수있기를 바란다.[ref]그것을 번역했다고 하지 말자. 우리가 우리한테 만든 말을 새롭게 만든 것이지. 번역은 여전히 우리와 는 다른 근원을 생각하게 하고 원서를 찾아 헤매게 한다.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은 인류가 지식공동체를 통해 성장해 온 것을 볼 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말을 소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지 않은 채, 날 것으로 막 몸 안에 집어넣는 일이 우리 밥 한 그릇을 침과 섞어 잘 씹어 삼키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집 앞의 마당만 잘 쓸고 닦아도 몇천년 전 멀리 서 온 철학 못지않은 삶의 원칙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이론을 정립하고 전파할 철학자가 아닌 이상 그 정도면 충분하다.[/ref] 우리 자신의 행위가 우리말로 그대로 탄생되는 일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디자이너들은 싸이가 했던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을까? 남들이 자신의 기준으로 저질이라고 욕하고, 때로는 반사회적이라고 비난해도 자신의 디자인을 자신의 기준으로 멋지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ref]창의성은 당대가 평가할 수 없다. 창의적이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평가자들의 이해가 필요한데, 이미 그러한 이해의 단계로 넘어서는 순간 창의적이었던 그것은 이미 기존의 관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관찰할 때 호오도온 효과로 말미암아 대상이 변하면서 더 이상 그 대상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의성의 결과물은 그것의 탄생 시점에 가까이 갈수록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단계에 속한다.[/ref] 아니면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슬래비쉬드 카피’의 사건처럼, 마케팅의 이유가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몰상식한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예술가들이 중요한 이유는 싸이가 자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깨달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싸이는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내면에 기초한 자신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 한 결코 혼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혼이라는 것을 잡아다가 만들어진 것에 넣고 그것에 따라 매번 자신의 기준을 수정하는 역전된 방식으로는 결코 작품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ref]싸이의 3기(현재가 2기?)가 기대되는 것은 대중의 환호라는 괴물에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장 속에 싸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닌, 전 세계의 잘 드러나지 않고 언젠가 돌변할 수 있는 괴물. 그것을 타는 것에 몰두해서 언젠가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않는 싸이가 되기를 바란다. 오히려 그 괴물을 타고서 한 판 멋지게 놀아보고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괴물 타기는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인생에 한두번 정도 있지 않을까? 언제나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당연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ref]

최근 뉴스에 따르면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의 집사들이 중국, 중동, 러시아 등의 신흥국들의 부호들을 겨냥하여 양성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정 중에 그들은 부츠를 닦는 법, 식사 예절 들을 포함하여 각종 필요한 태도와 기법 들을 배우는데 이는 갑자기 획득한 부를 통해 상류층이 된 사람들의 부족한 예의범절을 주입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예의범절이라는 것은 영국 등 서구의 문화가 바탕이 된 전형적인 키치로서 이질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키치도 시간이 흐르면 그 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지만 집사 수입(輸入)에서 드러나는 그것들은 상류층 소수의 정립되지 못한 취향에 끼어들은 것일 뿐이므로 그 지역의 대다수가 차지하는 문화와는 매우 오랜 기간 상충하게 될 것이다. 문화는 상호 교류를 통해 이질적인 것이 이식되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고 오히려 문화에 생동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정 문화권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외래에 대한 동경이고 외부의 기준으로 내부를 재단하는 것이라면 그 문화는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설령 그것이 천박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 시선이 혹시 외부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튼실한 문화는 현재의 나 자신을 긍정하는 주체성으로부터 나온다. 외부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깃들은 주체가 말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싸이를 누군가 2급 문화라고 폄하하더라도 ‘그래도 나는 그의 에너지가 좋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젊은이들은 누구도 싸이를 싸구려라고 생각하지 않고, 싸이를 싸이코로 경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싸이코가 되기를 열망한다. 그런 면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이미 스스로를 참삐온이라고 생각할 태도가 되어 있으니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기준으로 스스로 완성하면 될 일이다. 나의 세대가 갖지 못했던 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려운 시절 이후 몇십년이 걸려 이제는 회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직 완전히 홀로서기를 할 만큼 자기 사랑이 충만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잡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당신의 시간은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도그마에 갇히지 마세요. 타인의 주장이 만들어내 소음이 당신 내면의 소리를 잠재우게 두어선 안돼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의 직관을 따라갈 용기를 갖는 것이에요. 여러분들 내면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다른 것은 전부 부차적일 뿐이에요.”

이렇게 유명인사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어쩌면 나의 세대가 뭔가 설명할 때마다 갖게 되는 강박관념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런 것들이 여전히 나의 고민이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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