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프로세스 디자인 – 디지털 디자인

Dec 12, 2019 | Design Message

이재훈_Lee, Jaehoon

이재훈_Lee, Jaehoon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 학사
AP Solutions VR팀 팀장

Design Process Design – Digital Design 

I thought digital designers simply assist styling designers. But the situation has changed now. As digital technology is more commonly used, it is now replacing the majority of the physical work. To secure the position within competitive automobile industry around the world, one should test and adopt new technologies that emerge every day, faster than anyone else. Recent design tasks focus more on creating new systems through developing HW and SW, rather than a simple desk work. Although I majored in industrial design, it is inevitable for me to study coding and 5G network technologies.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전략차종 디자인 품평을 위해 수석부회장님이 들어오셨다. 요즘 현대기아자동차의 어벤져스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동커볼케 부사장, 이상엽 전무 등 최고 임원진 50여 명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 품평을 진행하는 거대한 품평장 안에는 눈에 보이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참석한 모든 인원은 간략한 브리핑을 마친 후, VR 헤드셋(HMD)을 끼고 동시에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간다.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차량을 불러오고, 동남아와 인도 등 전 세계를 누빈다. 차를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에서도 보며,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실차와 목업이 단 한 대도 없는 이 품평을 통해 3년~5년 후에 등장할 전략차종의 미래 디자인 방향이 결정된다.
나는 작년 한 해, 현대자동차와 함께 새로운 VR 디자인 품평 시스템을 구축했고, 디자인 품평 때마다 VR을 통해 큰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교 2학년 CAPD 수업에서 Alias를 처음 접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미술을 배운 적 없던 나는 디자이너로서의 상상을 잘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디자인 툴인 Alias와 Rhino는 나에게 친숙한 도구로 다가왔고 빠르게 실력이 향상할 수 있었다.
군 제대 후 일부러 휴학을 연장하고, Alias에 대해 기술지원을 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실무에서 사용되는 디지털디자인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모델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지털 디자이너는 결국 스타일링을 하는 디자이너의 보조일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분명 매력 있는 디자인 영역이었다.

2018-Kona Ironman CGI Rendering

졸업 이후에는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가 렌더링이라고 이해하는 Visualization 분야의 디지털 디자인이다. 단순히 자동차 CG 작업을 하는 역할이었지만, 왠지 이 분야가 가진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첫 시작은 실사와 같은 자동차 CG 이미지 렌더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더 효과적인 디자인 전달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방법을 연구했다. 한 장의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영상에서 3D 입체 영상으로, 그리고 HMD를 활용한 가상현실까지 디자인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자동차 개발의 특성상, 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의 비용과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심지어, 품평을 위한 1:1스케일 목업 하나를 제작하는데 2~3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개발 프로세스의 개선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며,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첨단 기술일지라도 큰 비용을 들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투자하는 일이 많다.
그중, Visualization, 즉 디자이너의 상상을 마치 실제처럼 검토할 수 있게 보여주는 역할은 디자인 과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분야이다. 개발 프로세스를 실물 목업 대신 VR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매해 수십억의 비용 절감과 한 달 정도의 개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2018-Hyundai-Le_Fil_Rouge_Concept CGI Rendering

디지털 디자이너는 스타일링 디자이너를 보조하는 단순 작업자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피지컬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테스트하고 적용해야 한다. 최근의 업무는 컴퓨터 앞에 있는 디자인 업무보다, HW와 SW 개발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코딩과 5G 네트워크 기술을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때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 취업이 잘되는 공학 계열을 전공할 것을 후회한 적도 많다. 하지만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배웠던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를 멋있게 디자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전체 시스템을 파악하고, 제품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배웠다. 이는 현업에서 전체 시스템에 대한 기획자가 되어 프로젝트를 컨트롤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느낀 디지털 디자인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산업디자인 전공자들이 그렇듯이, 나도 대학생 때부터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물론 직접 스타일링을 하는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임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 서야 하는 일이다. 후배님들이 그런 경쟁을 뚫고 멋진 본인의 꿈을 이루는 것을 무엇보다 응원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 과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접지 않길 바란다. 자동차 디자인은 정말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후배님들이 가진 재능과 능력 하나하나가 미래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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