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흐를 수 있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Nov 19, 2018 | Design Message

이용혁_Lee, Yonghyuk

이용혁_Lee, Yonghyuk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 학사
빅이슈코리아 아트 디렉터
한양대학교 미술 영재 프로그램 강사
B2 브랜딩 스튜디오 대표(현)

Flexible Design Communication

Designers provide specialized services. With knowledge of aesthetics, engineering, and marketing, they create experiences for consumers to purchase through marketplaces. Furthermore, designers communicate with their clients to determine how to best meet their wants and needs subject to constraints. However, people are generally aware of the former aspect of design and not the latter. Despite this lack of awareness, communication skills are just as important to designers as their actual design skills.


디자인 업계에서 일해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브랜딩 업계에서 실장으로 불리며, 나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전문가로 기업을 컨설팅해 주거나 심사위원으로 불려 가기도 한다. (*매체에 보이거나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하진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쥐꼬리만 한 봉급에서 지금 정도의 먹고살 만한 수입까지 오는 데에는 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지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수많은 디자인 잡지에서는 디자이너를 정말 멋있게만 그리거나 *있어빌리티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이런 것 때문에 정작 처음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착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전문직의 일종이자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학과 공학,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또한, 디자인 의뢰를 맡기는 클라이언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그에 맞는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많은 매체는 전자의 경우를 다루지만, 후자의 경우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가 없다.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에는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는데도 말이다. 디자이너에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툴을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떤 부류는 툴보다도 카운셀러에 비견될 정도의 비대칭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봤다.) 그런 마음에서 일종의 산문의 형식으로 기고하는 것이니 문체나 형식이 엉망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논문은 아니니깐.

각설하고, 실무에 나와보면 정말이지 별별 사람들이 있다. 같은 부서의 동료나 선배들도 나와는 다른 공감대를 갖거나, 클라이언트들 역시도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뿐이지 전혀 다른 표현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신입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거나 답답해한다. 나 역시도 왜 이들이 말하는 ‘심플’이 내가 생각하는 ‘심플’이 아니고 ‘정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이런 부류의 표현을 들을 경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꽤 답답해하고 분노한 경험이 있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살지만) 하지만 한발 물러나서 찬찬히 생각해 본다면 이들은 감성에 대한 표현법이 나와 다르거나 어휘가 부족한 경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활하고 전문적인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그들과 주파수를 맞추고 대화해야지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며, 성공적인 프로젝트 결과물로 나의 능력과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라는 질문이 뒤따라오게 된다. 자기계발서처럼 선지적 답을 정해주기는 힘들겠지만, 여기에 몇몇 요령은 있으니 읽어보고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참고하길 바란다.

첫째로, 어렵겠지만 일단 친절해져 보자. 많은 클라이언트가 주니어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이유로 불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을 뽑는다. 직장 내 상사들이나 독립한 신입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의 방향에 대한 요청이나 수정에 대해 대화를 할 때, 친절한 전문가를 원한다. 사실 이렇게 글로 적는 것은 쉽지만, 실무에서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어느 순간 일을 하다 보니 소위 연차가 오래되거나 오랫동안 본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실장/대표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비스 마인드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단 디자이너가 아닌 전문직의 종사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직업적인 친절함을 유지하고 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거나, 심지어 문자나 메일을 보내어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아 프로젝트를 드롭한다는 식의 전문가와는 누구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디자이너는 신경질적인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둘째, 제발 연락이 되는 디자이너가 되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디자인은 어쩔 수 없이 시장 친화적인 학문이다. 기획부서, 마케팅, 심지어 경영진과도 밀접하게 조율하며 고민하고 해답을 주어야 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A to Z까지 결정사항이 많고 연락이 잦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계약 후에 조용히 외국에 날아가 해변을 보면서 훌륭한 마스터 피스를 작업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멋지게 PT와 동시에 박수갈채를 받는 일은 프리랜서의 판타지일지 모른다. 아니, 심지어 나는 그런 부류의 작업은 아티스트이지 디자이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로고 작업 하나를 할 때도 수많은 상담과 시안보고들로 기업의 의미와 철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담당자와 경영진을 설득해야 하므로 프로젝트 기간에는 자주 연락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양쪽 모두에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담당자는 진행되는 내용을 공유 받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고 디자이너는 정확한 스케줄을 공유하기 때문에 작업 기간 동안 귀찮게 하지 않는다. 이것은 곧 퀄리티가 있는 작업물로 보답받는다. 하지만 드롭되거나 실패한 프로젝트 대부분은 피드백이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디자이너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시로 변경되거나 시안에 관한 내용을 상담하려 해도 통화를 받지 않거나, 심지어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음성을 듣게 된다면 대부분의 의뢰자는 ‘이번까지만’이라는 생각을 하지, ‘다음에도’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 것이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필드에는 아직도 이런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디자이너들과는 일하기 힘들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한몫하고 있다. 셋째, 분야의 전문가로서 상담을 해줘야 한다. 간혹 의뢰자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 그리는 작업’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작업은 디자이너의 경험과 학교에서 배운 Case study를 들어 친절하게 알려주고 스타일 별로 선택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디자이너가 이끌어갈 수 있으며, 퀄리티 있는 작업물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발성 작업물로 YES or NO가 되어 버린다면, NO가 반복될 경우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디테일 해지고 엉망이 되며 본인 취향의 퀄리티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비전공자도 알기 쉬운 트랜드에 대한 흐름이나 스타일 별 성공사례를 알고 있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기 쉽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거나 비전공자의 ‘본듯한’ 작업물을 그려주는 작업만 하는 디자이너가 된다면, 연차가 아무리 오래된다 하여도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힘들다.

물론 모든 것은 Case by Case인 것은 안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은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모두 평균적인 정상인 범주라고 상정하고 쓴 글이다. 하지만 언제나 늘 그렇듯?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한 사람은 만날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만의 라인을 정해 놓고 행동한다면 프로젝트 이행에 대한 판단이 상당히 손쉬우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일반적인 의뢰자들한테도 ‘디자이너란 일하기 힘든 사람들이야’라는 인식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기고를 통해 온갖 멋진 글과 ‘디자인이란’ 부류의 말로 무게를 잡기보다는 전문적인 작업자로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팁을 적어보았다. 그래서 시작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건 논문은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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