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小考, 急變時代

Nov 19, 2018 | Design Message

이병종_Lee, Byeongjong

이병종_Lee, Byeongjong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 전공교수

Would architectural and industrial design be dominated by the logic of the global marketplace, causing their collective stores of knowledge and expertise to be lost? Will artificial intelligence pave the way for realizing the combination of art, production, and cybernetics first conceived of in the 1960s? More than anything else, how will the great social and cultural revolutions brought about by the end of war change us and how will it change architectural and industrial design? The chaos in which humanity finds itself obscures the future such that the only things that can be relied upon are fundamental concepts that are based on our bodies and nature, the gestalt at the root of material cognition. Consequently, seeking the root of this gestalt as demanded by contemporary challenges is the best thing to be done at the moment.


작년 봄 알파고(AlphaGo)가 장안의 화제로 급부상한 이후, 나날이 온갖 곳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제4차 산업혁명을 치켜세우고 있다. 여기저기서 인간의 삶은 이제 곧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뀔 것이란 외침이 커져만 간다. 각종 매체에서는 자율 주행 자동차와 자동인형 로봇을 소개하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AI와 제4차 산업혁명 발전에 미래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도 그것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과 그에 따른 AI, 로봇, 자율 주행, 제4차 산업혁명 등등에 관한 기술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은 각종 매체에서 설명하는 희망찬 밝은 미래에 들뜨면서도, 반면으로는 AI와 로봇이 기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공포감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산업사회의 개막으로 펼쳐진 밝은 미래의 희망 속에서 자동기계와 로봇에 대한 공포가 짙게 드리워진 서구의 1920년대,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다가온 소비사회의 물질적 풍요 속에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도 핵전쟁의 공포에 떨던 1950년대와 매우 흡사한 양상이다. 어떻든 간에, 지금 역시 신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서구의 1920년대나 1950년대 못지않게 급변하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종전(終戰)이 된다면, 그에 따른 사회 전반의 변화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다가올 것이다.

急變時代 – 終戰

2018년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종전(終戰)”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된다 점이다. 선전포고(宣戰布告) 없이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로 기록되는 전쟁. 1953년 정전협정(停戰協定) 이후 휴전선(休戰線)을 사이에 두고 65년간 전시상태(戰時狀態)로, 전시상황(戰時上況) 속으로 내몰려 지내온 사람들. 전쟁 중이지만, 전쟁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전쟁 중이라는 것을 빌미로 벌어진 온갖 폭압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 태평양 건너 지구 저편의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마치 자신들에 대한 핵위협으로 여기는 사람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꿈꾸는 것이 이적사상(利敵思想)으로 금기시되어 온 그간의 시간들.

전시상황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종전 이후가 어떤 세상일지, 그 속에서 살게 될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도무지 그려지지 않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헌법에서 전시상태를 대변하는 국가의 구성과 조직 및 작용 등에 관한 각 항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쟁 이데올로기에 점령당한 사회 윤리와 도덕은 어떻게 되는 걸까? 국가, 사회, 공공영역 전반에 걸쳐 뿌리내린 온갖 전시체제/전시통제체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속에서 각각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간의 국민교육과 그 교육내용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시상황 속에서 만연된 약육강식(弱肉强食), 승자독식(勝者獨食),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 작동 논리와 그에 따른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상생활 속에 사물들의 쓰임과 사람들의 취향은 종전 이후에 어떻게 변화되는 걸까? 더구나 나라 안팎에서는 구한말의 악몽을 떠올리는 동향들이 회오리치기에, 어떤 판국이 펼쳐질지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急變時代 – 第4次 産業革命

1980년대 후반, 우리에게 PC가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공작기계가 퍼지기 시작할 당시부터 십여 년간 가전제품 광고에 유행하던 말이 “인공지능”이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대신 주로 영어 “AI”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오늘날 일정 규모 이상의 대량생산공장에서는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뿐만 아니라, 심지어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시스템까지 갖추고 수많은 로봇이 생산 작업을 한다. 허나 이와 같은 현실은 일반에게 거의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단지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는 장난감 로봇 인형을 보면서, 조만간 그와 같은 로봇의 시중을 받으며 살게 될 꿈을 꾸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제4차 산업혁명” 정책 추진은 사람들을 더욱 몽상(夢想)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개념부터 모호한 말, 그래서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안성맞춤인 말 “제4차 산업혁명”. 이 말은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Industriemesse Hannover)에서 “산업버전4.0(Industrie 4.0)”이라는 신조어로 처음 주창되었다고 한다.

산업 버전1.0은 산업혁명으로 알려진 수력과 증기에너지를 이용한 기계제 생산방식의 도입이라 한다. 산업 버전2.0은 포드 모델 T 생산방식으로 대표되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량생산방식의 도입이라 한다. 그러나 IT(Information Technology) 기반 전자제어 대량생산방식으로 설명하는 산업버전3.0은 기존 대량생산방식과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후 전자/전산기술의 혁명적 발전, 특히 1980년대의 ‘컴퓨터 혁명’을 거치면서, 그 이전의 대량생산방식과 차이가 없지는 않다. 여기서 컴퓨터로 자동화된 전자제어 생산 시스템은 무엇보다 IT, 즉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 무선정보통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런 자동화 시스템의 확장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CIM System 구축 및 확산을 가속시켰다. 바로 이러한 자동화된 대량생산방식을 산업 버전4.0이라 칭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1970년대부터 추구된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와 1990년대보다 확장된 CIM System 개념의 동어반복일 뿐이다. 따라서 이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번역한 신조어 “산업 버전4.0”은, 독일도 이제 미국의 전철을 따라 산업기술 하락이 시작되었고, 특히 무선정보통신 기술에서 뒤처지는 위기감 속에서 자구책으로 나온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 재벌기업들은 IT기반 전자제어 대량생산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량생산기술은 커녕 규격화된 초보적 산업 생산기술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극심한 기술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된 생산기술의 현실 속에서 “제4차 산업혁명” 주장이란 현실 인식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인 한편, 다른 편에서는 ‘한국=서울’ 만으로 인식하는 것과 똑같은, ‘한국 산업=재벌 산업’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急變時代 – 工業設計의 激變

공업 설계(Industrial Design)의 전문 활동과 그 방법 및 교육 등은 한 시대의 기술∙경제 체계뿐 아니라, 사회∙문화 체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변모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은 산업사회로의 전환기 유럽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바우하우스 역시 볼세비키 미술을 모범으로 삼아, 독일 11월 혁명 미술 발전을 꾀하는 새로운 미술교육을 실험하면서 서구의 현대 미술을 선도했다. 당시 1920년대는 산업 기술을 바탕으로 인본주의에 입각한 이상 사회 건설을 꿈꾸던 시기였다. 따라서 바우하우스는 산업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새로운 미술교육(Art+Industry)을 추구하였고, 그 새로운 미술의 중심축은 바로 건축∙공업 설계였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도 역시 건축∙공업 설계를 주축으로 이 같은 새로운 미술 개발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미국화된 세계에서 붉어진 소비와 환경파괴 등의 문제들로 인해, ‘1968 문화 운동’이 혁명처럼 펼쳐지고 포스트모던 사회로의 변화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바우하우스의 혁명 미술을 계승하고자 노력한 울름조형대학(Hochschule fuer Gestaltung Ulm)에서는 미국식 마케팅과 스타일링을 부정하고 환경 조형(Umweltgestaltung)을 통해 당시 심각해져만 가는 소비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 조형의 전문미술/기술, 즉 우리가 공업 설계라고 칭하는 제품설계(Produktgestaltung)의 전문교육이 발전되었다. 이는 바로 바우하우스의 미술교육(Art+Industry)에 Cybernetics(자동화/자동제어 이론, AI 분야의 초기 명칭)의 도입으로 특징지어진, 즉 사용자를 위해 인간공학을 기반으로 제품의 사용자 표면(Benutzer Oberflaeche, User Interface)을 인본적으로 최적화하는 전문 기술의 교육이었다.

1980년대 포스트모던 사회의 도래와 함께, 건축공업 설계는 다원주의에 입각한 현대개념미술처럼 활동하는 한편, 다른 편에서는 컴퓨터 혁명에 힘입어 CAD와 함께 VR(Virtual Reality)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도입하였다. 그러나 현대 개념미술로써의 건축∙공업 설계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교육체계 또한 구축하지 못하여 점차 동력을 잃어버렸다. 또한 컴퓨터 기반 건축∙공업 설계는 CAD와 정보통신기술에 갈수록 깊이 매몰되면서 자신의 실체를 상실해가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의 건축∙공업 설계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방향을 상실하여, 과거의 설계만을 모방하고 이것저것 뒤섞어 놓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결국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건축∙공업 설계는 복고의 경향과 함께 과거의 것을 뒤섞는 Retro-Fusion 양식들 속으로만 더욱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5년이 멀다 하고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던, “감성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 “공공디자인”, “창조/창의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등등의 갖가지 유행 이슈들이 더 이상 새로이 등장하지 않은지 오래다.

이제 건축∙공업 설계는 세계 자본주의 시장경제논리에 매몰되어 자신의 전문성을 잃고, 결국에는 쇠퇴하고 마는 것일까? 아니면 그간의 AI 기술을 지렛대로 삼아, 1960년대에 구축한 Art+Industry+Cybernetics 전문 틀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종전(終戰)이 가져올 사회∙문화의 대변혁은 우리를 어떻게 바꿔 놓고, 우리의 건축∙공업 설계에 어떠한 요구들을 내놓을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극심한 혼돈 속에서,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마도 우리 몸과 자연에 기초한 근본, 즉 물질적 인식의 근간인 게슈탈트(Gestalt)뿐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게슈탈트의 근본을 찾아가는 것만이 지금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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