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웠던 디자인방법론: 체계적인 디자인 개발의 과정

Nov 23, 2020 | ID Lecture

백단목_Baek, Danmok

백단목_Baek, Danmok

산업디자인학 전공 15학번

Design methodology I learned: Courses of systematic design development

There are methodologies in designing as if there were differentiated methods on many things on the world. It seems for me to regard this method lighter before learning the design methodology. Perhaps, the result from the competition where I applied during sophomore was terrible. Don’t mention the finalist. I was not counted for prizing. At junior, I discovered the subject, design methodology while I looked into the major subjects. I wanted to know the reason of failure at the public exhibition and successful design knowhow. That was the reason and my resolution to listen this lecture. The lecture was made through online due to covid-19 and the group study as well. The first lecture suggested 2 products and service for the theme of group project. I selected the ‘folder phone’ out of the products and made a team with classmates who had same choice. Later, our team performed the project on new design of folder phone through following procedures.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한 방법을 알고 싶다

세상의 많은 일에 다양한 방법이 있듯이 디자인에도 방법론이 존재한다. 디자인 방법론을 배우기 이전의 나는 이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2학년 때 참가한 공모전의 결과는 처참했다. 최종 입상은 물론 입상 후보조차 들지 못했다. 그리고 3학년이 된 나는 전공 이수 과목을 살펴보던 중 디자인 방법론이라는 과목을 발견했다. 나는 내가 공모전에서 실패한 원인과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했다. 내가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된 이유이자 결심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강의는 물론 조별 활동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첫 강의에서는 조별 프로젝트의 주제로 각각 2개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시되었다. 나는 제품 중에 ‘폴더블 폰’을 선택했고, 같은 선택을 한 학우들과 한 팀이 되었다. 이후 다음과 같은 과정들을 통해 우리 팀은 폴더블 폰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토의 (Think Aloud & Brainstorming)

팀원들과 함께 폴더블 폰에 대해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한 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알고 있는 사실, 떠오르는 생각, 직접 겪어본 경험 등을 자유롭게 공유했다. 일차적인 목적은 정성적인 답을 찾는 게 아닌 정량적인 다수의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폴더블 폰의 가격 및 기능과 접힌다는 특성에 따른 사용성 등에 대한 토의를 나누었다. 이후 토의에서 얻은 내용 중에서 비슷한 것들을 각각의 범주로 정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고 장단점, 차별화, 가능성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분류되었다. 대상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일반 스마트폰과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미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의 발전 가능성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방향성이 되었다. 확실히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도출되었다. 대화도 훌륭한 디자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연구 문제와 연구 방법 설정

대상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이는 최종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때 3C+P+T의 관점에서 대상을 분석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3C는 각각 고객(Customer), 기업(Company), 경쟁 상품(Competitor)이다. P는 대상 제품(Product), 그리고 T는 제품에 사용된 기술(Technology)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 우리 팀은 특히 Customer와 Product, 즉 사용자로서의 고객과 제품의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방법으로는 설문조사와 인터뷰, 사용자 참여 디자인(Co-Design Workshop)이 사용되었다. 제품에 대한 연구 방법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실제 사용 영상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때 디자이너로서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이러한 체계성이었음을 깨달았다.

인터넷을 통한 자료 조사

네이버와 구글 등을 통해 대상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했다. 폴더블 폰 시장에 대한 조사에서는 여러 제품과 그 특성 및 가격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특히 삼성의 갤럭시 폴드와 Z플립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이를 근거로 우리 팀은 이 두 가지 모델을 디자인에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폴더블 폰에 대한 뉴스 기사나 유튜브 리뷰 영상에서는 제품의 결함이나 내구성에 대한 이슈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 분야는 디자이너가 아닌 엔지니어의 영역이라고 판단되므로, 우리 팀이 직접 다루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자인에 있어서 내가, 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별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을 줄일 방법이었다.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지 더 조사해보니, 주로 사용성에 관한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화면이 큰 것은 좋지만 그만큼 손으로 다루기 번거롭거나, 애당초 스마트폰을 굳이 접고 펼쳐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지적들은 우리 팀의 핵심적인 연구 문제로 다뤄지게 되었다. 사용자에게 있어서 적절한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폴더블 폰을 펼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UX)은 무엇이 있을지를 분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설문조사, 인터뷰, Co-Design Workshop

코로나 사태는 사용자의 의견을 물어보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우므로, 언택트(Untact) 상황을 극복할 수단이 되었다. 다만 설문조사는 사용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의견을 들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화상통화를 이용한 인터뷰로 보완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용자 참여 디자인(Co-Design Workshop)의 진행이었다. 되도록 많은 참여자를 한자리에 모아서 팀원들과 함께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원래의 목표였다. 하지만 상황을 고려하여 팀원들이 각각 한 명의 참여자와 1대 1로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팀은 폴더블 폰에 대한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로부터 주안점들을 도출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폴더블 폰을 손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참여자도 있었다는 점이다. 그 사람에게는 폴더블 폰 만의 특별한 경험이 더 중요했다. 내가 만약 손에 대한 사용 편의성에만 집중한 디자인을 한다면, 이런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다들 이런 실수를 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한 디자인이라면 그 누군가의 생각이 내 생각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팀원들이 함께 만든 설문지

주안점에 따른 디자인 요구사항 도출

최종 결과물을 위한 디자인 컨셉 개발에 앞서, 우리 팀은 다음과 같이 중요한 포인트를 정리했다.
외부 전면 디스플레이가 좀 더 넓어져야 한다.
접고 펼치는 것을 보조하는 기능을 탑재한다.
손으로 다루기에 불편한 몇몇 상황을 해소한다.
특별한 사용자 경험(UX)이 있어야 한다.
제품을 컨트롤하기 위한 UI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디자인 컨셉 개발의 과정

토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팀원들은 되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케치를 그려보고 종이를 접어 직접 외형을 만들기도 했다. 종이를 접어 만든 모델을 손에 쥐고 사용하는 시늉을 해보았더니, 특정한 기능들의 UI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가 떠올랐다. 확실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상상 속에서는 가능했는데 그림을 그려보니 불가능한 것이 있었고, 평면적인 그림에서는 가능했으나 입체적인 형태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있었다. 최대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이 방법을 통해 팀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를 검증해볼 수 있었다. 상상 속에서는 아무리 좋아도,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팀은 마침내 디자인 요구사항을 실현하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종이접기로 만든 컨셉 모델
사용자 참여 디자인
디자인 컨셉 아이디어 스케치


최종 결과물(Prototype)의 탄생

제품의 전체적인 크기와 두께는 사람들이 바라는 수치에 최대한 맞추었다. 기존 폴더블 폰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접는 방식이다. 샌드위치처럼 중심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는 것이 아니라, 마치 창문을 닫듯이 화면을 좌우로 접는다. 또한, 양방향 힌지를 사용하여 앞뒤로 자유롭게 접을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폴더블 폰을 보다 다양한 모양으로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좌우 한쪽 화면만 접어서 3/4 사이즈의 화면 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접는 방식은 사용자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펼쳤을 때의 화면 크기는 기존 스마트폰의 약 두 배이고, 접었을 때는 기존과 거의 비슷하므로 접은 상태로도 웬만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직접 접거나 펼칠 수도 있지만, 펼칠 때는 ‘펼침 아이콘’을 길게 누르면 힌지가 작동하여 화면이 자동으로 펼쳐진다.

UI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먼저 사용 빈도가 높은 밝기 및 음량 조절 바의 축을 변경했다. 기존의 조절 바는 가로 방향으로 수치를 조절하는데, 폴더블 폰은 펼쳤을 때 가로 폭이 매우 길기 때문에 한 손 엄지손가락만으로는 조절하기 힘들다. 따라서 조절 바의 수치 조절을 세로 방향으로 변경하여 한 손 엄지손가락으로 조절할 때의 편의성을 높였다. 마찬가지로 사용 빈도가 높은 키보드의 배열 또한 개선했다. 폴더블 폰을 완전히 펼치면 자연스럽게 양손으로 화면 좌우를 쥐게 된다. 이에 맞게 키보드를 좌우로 반씩 나누어 배치했다. 이때 양쪽 키보드 사이의 가운데 공간이 애매하게 비는데, 이곳에는 이모티콘이나 스티커, 키보드 설정 변경 등의 특수 기능들을 배치했다. 이처럼, 우리 팀은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주안점과 요구사항을 가능한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종 결과물을 완성했다.

조절 바의 개선

디자인 방법론은 힘들기에 배울 가치 있다

언젠가 어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할 줄 아는 일은 경쟁력이 없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가치 있는 것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몸값도 높다. 물론 힘들겠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디자인 방법론을 수강하면서 제품 디자인은 그런 영역의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다양한 방법을 배우며 동시에 실전처럼 느껴지는 과제들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각각의 방법들을 배우고 이해하며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은 말 그대로 힘든 수련이었다. 과제를 하느라 밤을 얼마나 지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 발표 평가에서 교수님께서는 우리 팀의 결과물을 좋게 봐주셨다. 제품 소개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이것이 우리 팀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공론화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팀원들의 사정상 영상 제작과 업로드까지는 못했지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적어도 공모전에 실패했던 2학년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힘들었던 만큼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성취감은 무언가를 배워 나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준다. 앞으로 디자인 방법론 강의를 듣게 될 후배들도 고생한 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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