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칙에 관하여

Dec 12, 2019 | Design Message

채승진_Chae, Sungzin

채승진_Chae, Sungzin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 전공교수

About the law

Computer slows down when data piles up, while human gets faster. Being able to find shortcuts within the overflow of information seems almost the only function that AI (Artificial Intelligence) is lack of; compare to human. Of course, the shortcut is often destined for destruction. It can also be extended to the general idea that younger generations are often smarter, yet they are a little slow in processing physical work than older generations. Those who understand with the social catch, intuition, situation-grasp with satire and cynicism are Old Boys, also abbreviated as OBs. I will talk about school life and the surrounding circumstances referring to this phenomenon as the “law.”


컴퓨터는 데이터가 쌓이면 느려지는데, 인간은 빨라진다. 정보 홍수 속에서도 지름길을 빠르게 찾는 것이 AI(인공지능)가 인간보다 부족한 능력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지름길은 파멸을 향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머리는 빨리 도는데 나이 든 사람보다 감을 잡는 데는 좀 더딘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감을 잡기, 직관, 상황 파악… 여기에 더해 약간의 풍자와 냉소를 얹어 이해하는 게 올드 보이(OB)들이다. 이걸 ‘법칙’이라고까지 내세우며 학교생활과 그 주변 상황을 이야기해본다.

1. 과제 법칙

뭐든지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과제 1 법칙) 프로젝트나 일의 규모가 클수록, 일할 시간은 짧다.(과제 2 법칙) 프로젝트를 대충 계획하면 마치기까지 예상보다 세배 정도 시간이 더 든다.: 조심스레 계획하면 단지 두 배 시간만 더 든다.(과제 3 법칙) 지금 해야 할 일이 뭐든 간에 그보다 먼저 해야 할 뭔가가 있었다.(과제 4 법칙) 주어진 시간의 90%로 일 전반부의 과제 90%를 처리할 수 있고, 나머지 10% 일에 남은 시간의 90%가 든다. 즉, 최소한 180% 시간이 필요하다.(과제 5 법칙)

2. 팀 프로젝트 법칙

해결된 문제 각각이 새로운 문제를 하나씩 끌고 들어온다.(팀 프로젝트 1 법칙) 유능한 사람에게 일이 전부 몰려 결국 그가 잠적하게 만든다.(팀 프로젝트 2 법칙) 항상 팀원 잘못이다.(팀 프로젝트 3 법칙)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지시를 내리면 내릴수록, 상황은 더 꼬인다.(팀 프로젝트 4 법칙) 당신이 뭔가 할 일이 있는데도, 이를 안 하고 오래 뭉개고 있으면, 누군가가 대신해 이를 처리하는 순간이 온다.(팀 프로젝트 5 법칙)

3. 중간고사 법칙

시험을 마친 직후 확신에 찼다면 그건 당신이 뭘 좀 더 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몰랐기 때문이다.(중간고사 1 법칙) 이처럼 화창한 날에 누군가 불행한 사람이 있다고는 절대 믿을 수 없겠는데… 우린 시험 봐야 한다네.(중간고사 2 법칙)

4. 공구 법칙

어떤 공구든 일단 떨어뜨리면 작업장서 제일 꺼내기 힘든 구석으로 굴러 들어간다.(공구 1 법칙) 장소를 불문하고 놓친 연장은 꼭 발등 위로 떨어진다.(공구 2 법칙) 그럴듯한 공구는 작동하지 않는다.(공구 3 법칙)

5. 학부사무실 대여 장비 법칙 혹은 목업 실 공작기계 법칙

빌릴 수 있고 잘 망가지는 물건이면 꼭 빌리게 되고 결국 망가트린다.(장비 1 법칙) 작동 안 하면… 힘을 줘볼 것. 그래서 부서지면, 그건 어차피 교체해야 할 것이었음.(장비 2 법칙) 없어진 물건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새로 구매하는 것이다.(장비 3 법칙) 그게 쓸만한 거라면 고장 나 있을 것이다.(장비 4 법칙) 제일 먼저 빌린 사람이 마지막 사용자가 될 것이다. (장비 5 법칙)

6. 인터넷 쇼핑 법칙

허접한 제품일 때, 그 배송 체계만은 완벽하게 작동한다.(인터넷 쇼핑 1 법칙) 건전지 미포함.(인터넷 쇼핑 2 법칙) 별짓을 다 해도 안 될 때, 설명서를 읽어 볼 것.(인터넷 쇼핑 3 법칙) 제일 좋아하고 몸에도 딱 맞는 드레스나 양복은 세일 대상 품목이 아니다.(인터넷 쇼핑 4 법칙) 고장 날 수 있다면 고장 난다. 보증기간이 지나면 반드시.(인터넷 쇼핑 5 법칙) 필요한 물건이 세일할 때는 반드시 정가를 주고 구매한 후다.(인터넷 쇼핑 6 법칙) 그게 쓸만한 거라면 절판되었을 것이다.(인터넷 쇼핑 7 법칙)

7. 학식 법칙

메뉴를 설명하는 수식어와 동사 개수와 해당 메뉴의 질은 반비례한다.(학식 1 법칙) 뜨거워야 할 것은 차갑고, 차가와야 할 것은 뜨겁다.(학식 2 법칙) 기름에 튀긴 것인가, 기름에 절인 것인가.(학식 3 법칙) 가급적 창조적 조합을 제공할 것(예: 스파게티와 튀김만두, 무말랭이와 설렁탕)(학식 4 법칙) ‘제일 맛있는 음식이 열량도 가장 높다’라는 법칙은 틀렸다.(학식 5 법칙)

8. 버스 법칙

당신이 도착하기 직전 정류장을 떠난 그 버스가 당신 버스다.(버스 1 법칙) 버스를 기다려야 할 시간과 정비례해 날씨가 혹독하다.(버스 2 법칙) 건너 길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채 절대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버스 3 법칙)

9. 국가고시 출제 법칙

좀 지난 일이지만 국가고시 출제위원으로 몇 주 동안 감금되어 시험문제를 출제한 적이 있다. 약간의 과장과 풍자를 더 해 당시 느낌을 정리한 출제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가급적 구석을 뒤질 것.
  2. 너무 황당해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찾아볼 것.
    (단 책 2권 이상에 나와 있어야 함. 저자와 출판사는 어디든 무방)
  3. 아무 쓸데 없는, 그러나 아주 정확한 사실을 찾을 것.
  4. 어렵게 쓸 것.
  5. 관료를 교란할 것.
  6. ‘시험의 유효성’에 의심이 들게 할 것.

어느덧 시험은 필요한 실력을 확인하기보다는 정해진 인원을 뽑기 위해 수많은 응시생을 걸러내는 역할에 일차 목적을 두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문제로 성립할 수 있는가?’며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을 알고 있는 가는 부차적인 일이다. 이게 1에서 3번까지 이유겠고, 문제 서술을 평이하게 하면 문제로 품격이 떨어진다고 보는 듯하다. 즉, 국가 고시용 문제는 주관기관을 대변해 수험생에게 거들먹거릴 수 있어야 한다(4번). 5번, 왜 관료를 교란해야 하는가? 문제가 관료들의 이해범위에 들어가는 순간 관료는 그들의 인식구조 속에 순화(?)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출제 문제가 문제처럼 보이게는 하되 그들에게 친숙한 인상을 주면 안 된다(관료의 원래 전공을 반드시 체크하고 문제 내용이 그 근처에 가게 해서는 안 됨). 6번, 되도록 응시생이 수험행위가 의미 있는 과정이라 생각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 풀이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함으로써 응시 결과에도 덜 연연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민원 가능성 차단). 필요악은 주목받지 않아야 계속 써먹을 수 있다.

10. 공무원 법칙

  1. 그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에 감정을 싣지 말 것.
  2. 스스로 유배되었지만, 도를 닦지 않는 자.
  3. 무슨 이유로 세끼를 다 먹는가?
    (아침도 맛있다. 점심도 맛있다. 저녁은 말할 것도 없고)
  4. 그들의 몽매함을 설득하려 말 것.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몽매함에 도전하지 말 것.
  5. 눈앞에 그림, 사진, 이미지.. 그 어떤 것이 있어도 보지 않는다.
    책을 찾아 동일한 문구를 제시할 것. (관료의 신조)
  6. 디자인을 경멸하지만 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내 지위와 월급은 보장된다. (디자인담당 공무원의 신조),
  7. 3년을 갇히나 3일을 갇히나 죄수는 죄수다.
    그리고 그런 곳 어디든 감방장을 자처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8. 세상 인간 중에는 수감생활 경험을 대단한 경력 내지는 벼슬쯤으로 여기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과 같은 공간에 갇히면 지옥이 따로 없다.
  9. 내가 모르면 그건 틀린 거다.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실일 수 없다)
  10. 참새와 얼룩말이 지금도 참새와 얼룩말인 이유는 공무원과 화해하지 않았기 때문.
  11. 어떤 자리에서 최상급자를 가장 빨리 알아보는 놈이 가장 사악한 놈이다.
  12. 어떤 정보나 지식을 머리에 남기고 싶지 않으면 부정확한 내용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며 오래오래 떠들어 대면 된다.
  13. 어떤 ‘사실 fact’에 대한 진실성 인정 혹은 부정의 강도(세기)는 직급이 1계단 올라갈 때마다 로그값으로 증가한다.

세상 어딜 가나 같은 이치인데, 부정적인 말과 거짓말은 짧고 간단해야 한다. 사실이라도 듣기 거북한 말이 길어지면 불편해지고 거기에 감정까지 얹으면 증오심을 불러일으킨다. 거짓말은 설명이 붙을수록 들통날 가능성도 커진다. 부정적 공감은 전적으로 해롭다. 우린 유배된 자들의 도 닦는 이야기를 무수히 들어왔지만 그건 전설 속 이야기거나 몇 가지 이야기의 반복, 변주된 버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배된 자는 대부분 사나워지고 그들끼리 서로 다툰다. 그곳은 직장일 수도 있고 감방일 수도 있다. 현대 사무직을 들여다보면 하는 일에 비해 세끼를 다 챙겨 먹는 게 좀 이상하다. 그러나 이는 금방 익숙해지는 듯하다. 그들에게 다른 낙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점심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모든 기관의 재소자가 식판에 집착하는 것과 같다. 나와 다르게 형성된 타인의 정체성에 이의제기하거나 도전해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생각은 같지 않다. 각자 시간 쓰는 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막막한 몽매함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특히 공무원들과 당분간 별수 없이 같이 지내야하거나 의사결정을 같이 해야 할 경우는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눈앞에 어떤 상황과 사건과 자료가 있어도 이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다(검찰이 어떤 사건을 공소 감으로 선택하는가를 떠올려 볼 것). 권력 수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취할 수도 있고 전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기억되고 기록되어 방심한 순간에 나를 덮칠 수 있다. 하급자부터 상급자까지 관료는 감시에 아주 능하다. 다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감시 결과를 선별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 교육, 문화, 보건, 법률, 예술, 디자인… 정부에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촘촘히 박혀있지만, 과학, 기술, 교육, 문화, 보건, 법률, 예술, 디자인… 이 모든 분야가 갈수록 척박해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 슬로건이 지원이건, 진흥이건, 육성이건 핵심은 통제기 때문이다. 의심, 감시, 얕잡아보기, 경멸하기는 통제하는 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다. 사립대를 비롯해 모든 사립 교육기관은 부패와 비리의 온상임을 전제로 함이 (감찰 기관으로서) 교육부 존재의 근본 근거고 의심과 경멸은 교육부 관료의 보편적 접근법이다. 중요한 생존법인데 종종 간과하는 것이 그 자리의 최고 권력자가 누군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사지가 멀쩡하다고 다 같은 인간으로 여기는 것이 ‘순진한 인간’의 본성인데, 이들 반대편에는 이면의 권력 관계를 재빠르게 파악하는 영리한 자들이 있다. 통상 이런 사람들을 사회적 지능이 높다고 하는데 별 잘못도 없이 이들에게 호되게 당하고도 한동안 이유를 모른다.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 이토록 무식한 이유는 왜일까? 쓰레기 정보로 넘쳐나는 네이버 지식인, 인터넷 뉴스, 종편에서 개그맨, 워먼들, 그들의 2세까지 동원되어 여기저기 몰려 돌아다니며 놀고 허튼짓하는 프로가 재밌는 이유는 왜일까? 정확할 필요도 없고 알아도 몰라도 차이가 없는 헐렁한 주제와 소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바닷속에선 절대 휴대전화를 놓치면 안 되고 머리에 든 게 없을수록 잘 뜬다. 하늘 높이.

11. 기타 법칙

  •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오늘 당신이 미룬 일은 언젠가는 저절로 된다.(권오성 법칙)
  • 실제로. 실제로. 실제로, 실제로, 실제로는.(이병종 법칙)
  • 모든 문제엔 답이 있다. 하나 어려운 점이라면 그걸 찾아내는 것이다.(이주명 법칙)
  • 어떤 일이 건 뛰어들긴 쉬우나 빠져나오긴 어렵다.(채승진 법칙)
  • 일이 제대로 될 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J3 법칙)

*참고자료: Official Law, P. Di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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