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1/2를 경험 하는 곳

작년 가을 구글의 수장 에릭 슈미츠는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엇을 하나요? 잠에서 깨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맞추거나 SNS등을 보고 잠을 청한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의 도구로써 굳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에 따른 발전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 초에 화웨이에서 두께 8mm대의 스마트 폰을 출시하였고 팬택에서 Endless metal프레임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스마트 워치를 애플에서 지문인식 홈키를 적용한 제품이 각각 출시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제조업체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내가 1년간 인턴생활을 한 팬택은 지난 17년간 국내외 모바일 시장에서 작은 거인으로 치열하게 생존해온 회사로 과거 SKY로 지금은 VEGA로 브랜드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스마트디바이스 제조업체이다. 이곳에서 나는 팬택의 디자인 정책 중 하나인 ‘스카이 디자이너스 커뮤니티’에 소속 2차례 스마트디바이스를 디자인, 제작하는 기회를 얻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직접 스마트디바이스를 디자인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다.

‘스카이 디자이너스 커뮤니티’는 10년째 이어오는 팬택소속 산업디자인과 대학생 단체로, 해마다 전국 디자인과 대학생 중 20여명을 선출하여 약 2억원에 해당하는 디자인 목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0기로 강원대, 건국대, 경성대, 경희대, 상명대, 세종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학생들이 선출되었다. 선출된 학생들은 2차례의 큰 프로젝트와 1차례의 자율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연초에 시작하는 동계프로젝트와 하계프로젝트가 메인 프로젝트로 각기 80여일 정도 소요된다. 이 때 하게 되는 일은 크게 리서치, 컨셉제시, 스케치, 2D랜더링, 도면, 목업, 영상제작, 편집물 제작 순이다. 특히 리서치 단계에서 대기업에서 접할 수 있는 최신 유료자료를 실무 팀과 같이 제공 받고 커뮤니티 멤버 간 토의를 통해 향후 1.5년 뒤 트렌드를 예측하는 과정은 학교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 트렌드는 디자인 트렌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경제, 기술 트렌드를 포함한 내용으로 앞으로 팬택의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순히 스마트 폰에 머물러 있지 않는 새로운 Proportion의 제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좀 더 정확한 컨셉제시의 밑바탕이 돼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후 스케치과정은 전 맴버의 스케치를 사무실에 도배하듯 붙인 뒤 냉혹한 Feedback을 받게 된다. 이 때 언급조차 되지 못한 스케치는 그 자체가 피드백이다. 이렇게 Select된 스케치는 2D랜더링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된다. 2D랜더링은 시간싸움으로 이때는 매우 긴장된 상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스카이커뮤니티’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면제작 단계는 실무에서의 프로세스를 학생들이 그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과정이다. 실제 제품제작을 위한 도면을 쳐야하는 과정으로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도면화 시켜 목업 제작 업체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한다. 목업은 0.15mm의 NC바늘이 깎아낸 결과물로 말 그대로 디자이너가 0.15mm까지 컨트롤 할 수 있게 한다. 이 때 0.3알 값과 0.5알 값의 차이를 결과물을 통해 느껴서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욱 정확히 의도된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목업은 실 제품과 100%동일한 형태로 제작되며 마지막 실크프린팅까지 하게 된다. 그 뒤 자신의 작품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영상물과 편집물을 제작해서 최종적으로 전시를 한다. 전시는 커뮤니티 멤버들도 참가할 수 없는 비공개 형식으로 이 때 실무 디자이너들과 임원들, 국내외 통신업체 관계자들이 초대되어서 향후 팬택의 방향과 양산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동계 메인프로젝트를 끝내면 학기 중에는 평소 관심사가 비슷한 멤버끼리 팀으로 구성되어 각자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중에는 가구를 제작하는 팀, 국외 공모전에 출품하는 팀, 제품 양산프로세스를 경험하는 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나는 제품양산에 관심 있는 중앙대, 경성대 멤버와 함께 의료기기 디자인 회사와 일을 하였다. 이 때 디자인 된 의료기기가 좋은 반응을 얻어 올 말에 양산하고 내년 KIMES에 전시 될 예정이다.현재 나는 하계 메인 프로젝트까지 끝내고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다. 어떠한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천부적인 디자인적 사고를 갖지도, 매우 감각적인 센스를 갖지도 못했다. 그나마 위안인건 디자인을 좋아하고 성실히 생활하려는 태도가 있다. 이번 팬택에서의 인턴생활은 디자인을 ‘연습’하는데 5000시간을 들였다. 약 10개월간 5000시간이라면 주말포함 하루에 17시간 정도이다. 이제 어떤 형태가 감각적인 형태이고 디자인적 사고가 어떠한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앞으로 나머지 5000시간을 채워 사회에 나가서 사용자로 하여금 미소가 나오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것 같다. 앞으로 나머지 5000시간을 채워 사회에 나가 사용자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2013 HCI 학술대회

2013 HCI 학술대회가 2박 3일간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2012년 2학기 ‘인터랙션디자인(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HCI 학술대회에 작품 전시와 논문을 발표하였다. ‘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캡스톤디자인)’ 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마련하여 전시를 진행하였다.

HCI 학술대회는 매년 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부터 국제 학회로 인정받은 공신력 있는 학회이다. 이번에는 총 2,000명 이상의 기업 및 학계 전문인들이 참가하였다. 2015년부터는 국제 CHI 학회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런 국제적인 학회에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인데,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 학회에 전시하고 논문 발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인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LINC 사업단의 전폭적인 지원덕분일 것이다.

이번 2013 HCI 학회에서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인터랙션디자인(캡스톤디자인) 수업 결과물인 프로토타입 7점, 논문 발표 7점, 특허 출원 완료 4점과 Creative Award에 우수상 1점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이번 학회를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대기업에서도 우리 부스를 방문하여 큰 관심을 보여 이번 학회를 통해 앞으로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행보와 수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날, 새벽부터 모두 청송관 앞에 집결하여 인원 점검과 전시에 필요한 프로토 타입, 기타 물품들을 확인한 후 강원 하이원리조트 컨벤션센터로 출발하였다. 전시 장소인 강원랜드 컨벤션센터 5층에 도착하여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캡스톤디자인)’ 부스에 전시대, 포스터, 프로토타입들을 전시하였다. 총 3개의 부스를 이어서 사용했는데 운좋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위치해있었다. 설치는 11시쯤에 완료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1시 30분 숙소에 들어가 개인 짐을 모두 풀고 교수님과 학생들 간의 간단한 미팅을 가졌다. 앞으로 2박 3일간 일정 동안해야 할 일들과 업무 분담을 하였고, 미팅 후에는 식사를 위해 카페테리아로 가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맡은 3개의 부스에 꽉 채워놓은 7개 조의 작품들은 시작부터 관심을 쏟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부스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들이 전시되어 있던 터라 상대적으로 학부생들인 우리들의 전시에 많은 관심을 가질까 걱정도 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행사 첫날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KAIST와 서울대학교 등 여러 대학, 대학원에서도 우리 학부생들이 작업한 프로젝트에 상당히 큰 관심을 가졌다.

둘째 날의 전시도 첫째 날과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이 날에는 특히 대기업의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여 왔다. 명함을 직접 주며 차후에 연락을 주겠다는 콜까지 받으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직 학부생이라는 것이 때론 부족해보여도 사람들은 그것보다 우리들의 참신함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어 새로운 방식의 인터랙션과 다양한 아이디어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QoLT 공모전 수상작들과 KIDS 전시공간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책으로만 공부하던 우리시대와 다르게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고, 관심과 흥미를 느꼈다.

논문은 크게 구두 발표와 포스터 발표로 나뉘었다. ‘투명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뉴 인터랙션 제안’을 주제로 1조에서 구두 발표를 하였고, 나머지 조는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 1조는 특히 학술대회 마지막 날 HCI 전문인들과 UX분야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구두 발표를 하였다. 뛰어난 퀄리티의 프로토타입을 구현하여 사람들의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발표가 끝난 후 1조의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학교 부스에 찾아오는 덕분에 다른 조들의 작품도 홍보가 많이 되었다.
구두 발표 이외에도 6조를 제외한 2조, 3조, 4조, 5조, 7조는 컨벤션 홀 4층에서 포스터 발표를 가졌다. 2시간 동안 좁은 틈 사이로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발표였기 때문에 내용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시각적인 효과에 신경 쓴 우리가 훨씬 유리했다. 기술 구현이 완벽하지 않은 컨셉 제품임에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꼭 상용화 되었으면 좋겠다.’ 등 좋은 반응들이 나왔다.

둘째날 컨벤션 홀 5층에서 저녁 파티와 함께 Creative Award 시상식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원탁 식탁에 앉은 상태에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QoLT, Creative Awar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상식이 이루어졌고,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디지털아트학과의 홍서진 학생이 2013 Creative Award에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제로나오면 도움이 많이 될거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다. 시상 후 HCI 학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피터팬 콤플렉스의 공연을 시작으로 DJ들의 멋진 디제잉이 이어지는 등 다른 딱딱한 학회와는 다른 축하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스를 정리하고 다 같이 기념 촬영을 하였다. 아쉬운 마음, 기쁜 마음 등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지만 이렇게 큰 학회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뿌듯하였다.

해외공모전 : IDEA_김병수

Q: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연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재학중인 05학번 김병수 입니다.

Q: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학교 공부만이 아닌, 국제 공모전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작품 활동을 좀 더 많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Q: 팀은 어떻게 구성되었습니까?
A: 저를 포함해서 06학번 김용선 학우, 11학번 이강경 학우, 11학번 김민지 학우,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수상작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A: 바다 한 가운데에서 항해를 한다는 것은 언제든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갑작스런 폭풍우나 파도로 인해서 선박이 좌초되거나 전복되는 등 해양사고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설사 구명보트에 올라 간신히 목숨만은 건졌다 할지라도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망망대해를 건넌다는 것은 실로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이 없을 것 입니다. 평균적으로 성인 기준으로 저체온증과 갈증으로 인한 탈수현상으로 2시간이면 사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갈증으로 인한 탈수현상을 막아주는 제품이 바로 ‘puri’입니다. 역삼투압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전기나 연료 등의 부차적인 에너지원이 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역삼투압 막을 사용해 정수과정을 거치므로 필터만 교체해준다면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바다로 진출하는 해양산업이 크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호화유람선과 개인 요트 등 해양 레져 활동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 요트와 유람선을 소지한 부유층들에게 ‘puri’는 그들의 여가 활동 범위를 크게 늘려주는 필수품이 될 것 입니다. 바다로 기약없는 여행을 떠나더라도 ‘puri’를 이용해서 무한한 식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puri’는 단순히 긴급한 상황일 때에만 사용되는 휴대용담수기라는 한계를 넘어서 개인용 요트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꾸며줄 수 있는 실용성 있는 럭셔리 아이템으로써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한손으로 잡기 쉽게 손에 감기는 유선형 디자인과 정수된 물의 양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강화 아크릴부분은 ‘puri’를 세련된 제품으로 만들어 줍니다. 역삼투압 방식을 도입한 휴대용 담수기 ‘puri’는 점점 커져가는 해양 산업에 박차를 가해줄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입니다.

Q: 수상작 작업 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A: 역삽투압의 원리와 작동 방법을 가장 많이 신경썼습니다. 현재 실현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적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역삼투압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얻게 되는 깨끗한 물의 양과 휴대용 담수기의 크기를 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Q: 수상작의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A: 점점 급증하고 있는 해양사고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러한 해양사고를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았습니다.

Q: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배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팀원들끼리의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조율할 줄 아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또한 제품의 최종 output이 나오기까지의 design process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Q: 공모전에 관심이 많은 다른 대학생분께 공모전 수상 노하우와 아이디어 발상 혹은 패널제작 시 주의사항 등의 조언 부탁합니다.
A: 공모전 수상 노하우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패널 제작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국제 공모전이다 보니 영문 표기시 문맥상 매끄럽고 어색하지 않게 영어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패널과 더불어 동영상파일도 함께 제출했는데, 패널만 제작하는 것 보다는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추가로 영상파일이나 실제 목업 사진을 함께 첨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수상 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품이 실제로 나오면 도움이 많이 될거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Q: 어떤 매력에 끌려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나요? 
A: 디자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번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작품을 완성했을 때 그 희열과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입니다

해외공모전 : Red Dot_조혜인

레드닷 시상식은 11월 25일 싱가포르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렸다. 각 나라의 수상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시상식 시작전에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사진과 인터뷰 촬영을 하였다. 시상식장은 웅장하고 화려하며 모두가 웃음이 가득하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레드닷 아시아지역 총괄사장인 켄 쿠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무대 위 큰 전광판에 수상자의 이름과 작품이 나오면서 수상자들은 각기 다른 노래를 배경으로 런웨이를 걸었다. 평범하게 걸으며 수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밌는 퍼포먼스부터 귀엽고 멋진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준비한 수상자들도 있었다. 그 중 한국인들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었는데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런웨이를 걸어간 여학생도 있었는데 한국의 미를 한 없이 뽐냈고 보면서 자랑스러웠다. 다른 한국팀은 사랑하는 이와 런웨이 위에서 키스 퍼포먼스를 하는 팀도 있었다. 덕분에 시상식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라 더욱 즐거웠다. 대부분 깔끔한 정장과 원피스를 입고 참석하였고, 이 영광적인 순간을 담으려 시상식 내내 카메라가 쉬지 않았다. 또 자신의 시상이 아니어도 다 함께 축하해주고 호응해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시상식은 2시간 넘게 진행되었고 시상식이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에 대해 소개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보냈다. 또 엔트리북에 서로의 싸인을 받으며 서로를 축하하고 네임카드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갔던 싱가포르는 정말 아름다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라 기대와 설레임이 컸는데 기대 이상으로 멋지고 좋은 나라였다. 길에는 자동차도 많지 않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도 한국만큼이나 잘 되어있어서 여행 다니기에 정말 편하고 길 찾기도 수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는 푸드코트나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자신이 먹은 그릇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그냥 나오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한국의 경우 먹고 난 뒷정리는 자신이 치우고 나오는 문화가 있는데 그 곳에선 따로 치우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음에 그런 문화를 모르고 내가 스스로 치우려 하자 직원이 오더니 자신이 치워주겠다며 즐거운 여행이 되라는 인사를 했다. 정말 친절했다. 또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여행을 오다보니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이 지나가면 ‘삼성, 갤럭시’라는 말로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여름기후의 싱가포르지만 실내는 냉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지하철역이나 쇼핑센터와 같은 실내에 있는 동안은 심한 더위나 불쾌감을 느끼진 않았다. 음식들도 대부분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라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그 중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인 칠리크랩은 한국의 떡볶이와 비슷한 맛이었고 비쥬얼도 대단했다. 3박 4일 동안 싱가포르에서 지내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아름답고 멋진 곳도 많이 관광했다. 단순히 여행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 공모전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에 참가하는 의미로 가서 그런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 겨울부터 3개월 동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고 내가 디자인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적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결실에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항상 공모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과 특성상 학기 중에는 너무 바빠서 금세 한 학기가 지나가 버리다 보니 어느새 4학년이 되어 졸업을 앞두고서야 바쁘게 공모전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부지런 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졸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물론 취업을 위한 스펙을 위해서도 공모전의 의미가 크지만 가장 큰 의미는 자신의 실력향상이라 생각한다. 공모전은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그래서 공모전을 하다보면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상작들을 참고해 가며 공부하다보면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하던 것 보다 넓은 세상을 접하게 된다. 디자인은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의 생명을 키우길 바란다. 국제 공모전은 상금도 크고 수상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보니 대학생들에겐 좋은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제 공모전은 수상하게 되면 큰 명예를 얻게 되니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나는 이번 레드닷 수상을 하면서 내 디자인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제품을 사용하며 느끼는 불편함에 원인을 파악하고 작은 부분에 변화로 그 불편함을 개선 할 수 있다면 그 것이 가장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앞으로 내가 하는 디자인에 지금의 이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담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많은 공모전 수상작이 나오길 바라며 공모전에 대한 도전을 끊임없이 하여 실력을 키워주길 바란다.

Free hole spray는 스프레이의 분사 방향으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한 스프레이 아이디어이다. 헤어스프레이, 향수, 구취제, 미스트 등 각종 스프레이는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제품 중에 하나이지만 바쁘고 시간이 없을 때는 노즐의 구멍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뿌리게 되는데 이 때 손에 액체가 묻어나 얼굴에 잘못 뿌려지는 불편함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즐의 분사 구멍이 한 개인 기존의 노즐과 달리 노즐의 분사 구멍을 360도 안에 총 6개로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스프레이를 누르는 부분의 재질을 실리콘으로 디자인하여 손으로 누르는 부분은 실리콘이 눌리면서 분사 구멍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구멍을 막아주기 때문에 결국 어느 부분을 눌러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액체가 분사될 수 있게 하였다.

한 마디로 ‘Free hole spray’는 분사 위치를 번거롭게 확인하지 않아도 원하는 방향으로 분사가 가능한 스프레이 노즐 디자인이다.

해외공모전 : iF_이강경

Q: 먼저 이번 IF컨셉 어워드에서 수상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간략한 자기소개와 수상 소감 부탁 드립니다.
A: 많이 부족한데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까지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저는 13년도에 계원예술대학교에서 10학번으로 편입한 핸썸남 이강경이라고 합니다. 우선 부족한 실력에 이렇게 큰 상 받게 돼서 영광입니다. 더 열심히 디자인하라고 준거라 생각하면서 겸손하지만 단단하게 앞으로 디자인에 임하겠습니다. 말주변이 없어 말이 좀 이상하더라도 잘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목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이번 IF 공모전은 디자인 소모임인 SAY를 통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는 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네요. 이렇게 SAY멤버끼리 팀을 나눠 참가하게 됐습니다. 한달 동안 서로 밤 새면서 공모전 준비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공모전을 참가하게 된 목적은 수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큰의미로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팀워크, 디자인 프로세스, 수업에서 진행하지 못하는 여러 깊은 과정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내신 건가요? 간략히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이번 IF 공모전에 수상한 작품은 마지막으로 개인작품으로 냈던 에스컬레이터 살균기입니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사람들이 잡지 않고 이용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고,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에 변기보다 많은 세균들이 있다는 것을 리서치 자료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고 시 많은 부상자 및 사망자를 낸다는 통계자료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에스컬레이터 살균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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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모전 준비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해결하셨나요?
A: 우선 논리적 근거와 실증적 통계자료를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별수 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에스컬레이터 관련 회사 및 관리 정부 사이트등을 찾아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두 번째로 마감일자가 정해진 공모전에서 시간 안에 완성도 있게 작품을 내는 것도 힘들었었네요. 이번 작품이 5작품중에 마지막으로 작업해서 낸 거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데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공모전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꼭 알아야만 할 노하우 및 유의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해주세요.
A: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나 지식을 알려줄 단계가 아니라 뭐라고 딱히 말씀드릴 것은 없지만, 단 한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 이번 공모전 수상을 받기까지 10번 넘게 국제 공모전과 국내 공모전에서 떨어지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단 한 차례도 큰 상을 받은 적이 없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을 즐기면서 순간순간을 배운다 생각하시면, 수상은 여러분 곁에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팁은 글을 읽지 않아도 디자인만 봐도 모든 컨셉과 어디에 사용하는 제품인지 알 수 있다면 수상은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키워야 할 능력이기도 하고요. 아 참! 그리고 리서치 많이 하세요. 생각보다 이미 많은 아이디어들이 수상을 했습니다. 그럼 연세대 여러분! 저희 모두 파이팅해서 디자인이라는 바다 수면 아래 있는 연세대를 수면 밖으로 비상할 수 있게 파이팅 해요! 다시 한번 부족한 저에게 이런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집이 곧 재미다.

‘모노컴플렉스 ’는 조장원, 박현우, 황은상, 김태민 4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 그룹이다. 현재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단단히 갖춰나가면서 각종 공모전 수상과 전시횟수도 늘고 있다. 이들은 생활 속의 가구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그것들이 새로운 오브제로서 느껴지게 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모노컴플렉스의 작품들은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예술과 실용의 사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쾌한 그들을 만났다.


Q: 어떻게 졸업하시고 바로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A: 지금 우리가 3년 차다. 우리 팀은 산업디자인 출신 3명에 금속공학과 1명이다. 우리가 학생일 때 수업시간에 환경디자인도 배우고 인테리어도 배우고, 4명이 따로 실내디자인과 가구 수업도 들었었다. 첫 해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했다. 졸업을 하고 나니까 나갈 수 있는 루트가 좀 보이더라.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를 가면 디자이너로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등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하고 싶은걸 딱 1년만 해보자. 1년을 해보다가 안되면 그때 가서 취업을 다시 생각하든 해보자.’였다.

Q: 모노컴플랙스의 시작은 어땠나?
A: 처음 1년은 진짜 별게 없었다. 배너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전단지를 만들기도 하고, 홈페이지나 쇼핑몰 같은 데 들어가는걸 만들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포트폴리오도 없는데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할 수는 없어서 조금씩 시작을 했다. 예를 들어, 명함디자인을 했으면 명함디자인 좀 잘하네? 인테리어도 봐줄 수 있겠어? 이렇게 점점 인정을 받아나갔다. 산업디자인과다 보니까 3D 모델링을 할 줄 알고, 모델링도 좀 잘하는 편이고 일러스트나 포토샵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쓰이는 만큼은 문제없이 할 수 있으니까 범위가 넓어졌다. 포트폴리오에 넣을게 조금씩 생겨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엔 전단지, 배너부터 시작했다가 명함, 카페테이블부터 시작해서 인테리어 쪽으로 오게 된 것이다.

Q: 처음엔 어떤 일을 했었나?
A: 초창기에는 아트퍼니쳐로 시작을 했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보면 동시에 하게 된 거 같다. 작가가 만들 때는 그런 생각 안하고 만들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저거 우리 집에 사다 놓을까?’ 하는 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한계를 좀 느꼈다. 작가생활만으로는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을 해서 인테리어쪽도 하게 되고. 그렇다고 작가 활동을 놓는 게 아니라 인테리어를 하면서 이력 같은걸 올려 나갔다. 인테리어 만으로는 회사의 이력을 쌓기가 좀 어려운데 작품 전시활동은 ‘우리는 이런 것을 녹일 수 있는 작가다.’ 라는 네임벨류를 동반 상승시키는 작업이다.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를 하면 초기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근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힘들지만 두 가지를 동반 상승 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두 작업을 같이 하고있다.

Q: 그런 점은 모노컴플렉스만의 장점이다. 근데 그러기가 사실 어렵지 않은가?
A: 물론 그렇다. 왜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힘든가 생각을 해 봤는데, 사실 디자인 회사들은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 작업을 제일 많이 하는데 우리는 산업디자인과 출신이다 보니 조금 더 외향적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다른 회사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인테리어 컨설팅 같은 것도 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시공을 맡아서 하는 건 아니고, 컨셉을 잡는 정도 까지만 한다고 하는데 왜 그정도 까지만 하냐고 물었더니 밖에 나와서 실제 시공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땀을 흘리면서 짐을 나르고 먼지 묻혀가며 작업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

Q: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시고 지금 인테리어까지 하고 계시는데 디자인적으로 공부는 계속 하고 있는건가?
A: 그렇다. 사실 모르는 게 더 많다. 우리는 원래 이걸 하려고 했었으니까 다같이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래도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작업하면서 서로 배우는 경우도 있고, 공방에 가서 배우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스케치 한 것들을 들고 가면 그분들께서는 우리보다 오래하신 분들이니까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지식을 하나씩 받고 시작 한다. 가끔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많이 왔다갔다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학생 때는 그게 어렵다. 과제해야 되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고. 근데 여기저기 다니면서 물어보고 습득을 하는 게 좋은 거 같다. 우리도 계속 그런 식으로 지식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지만 물론 아직도 한 90%는 잘 모른다고 봐야한다. (웃음)

Q: 그럼 일하면서도 계속 재미있게 할 것 같다.
A: 처음 한 1년 동안은 순수 100% 재미였다. 일하러 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일이 없었으니까 그랬었던 것 같다(웃음). 사무실 앞에 카페가 있는데 거기 가서 남자 네 명이 6시간씩 이야기하고 그랬다. 서로 스케치하면서 ‘이거 예쁘지 않냐.’ 이런 이야기 하면서(웃음).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상상 속에 있는 것들을 스케치로 펼쳐내면서 그 희열 때문에 계속 신나게 했다. 지금은 클라이언트랑 일하다 보니 100% 재미로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재미를 많이 찾으려고 노력은 한다.

Q: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큰 재미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A: 고집이 곧 재미인 것 같다. 하나에 꽂혀서 남의 말은 안 들으려고 하는. 근데 그런걸 많이 꺾으려고 하는 편이다. 인테리어 뿐 아니라 모든 것 들은 돈이 개입이 돼있으니까. 고객이 천 만원을 주는데 아무리 좋아 보인다고 천 오백짜리를 권해도 안한다. 천 만 원짜리 프로젝트면 오백만원을 써서 천 이백처럼 보여야 되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니까.

Q: 그래도 일을 하면서 무조건 재미만 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은 어떻게 조율하는가?
A: 포트폴리오 좋은 회사가 디자인을 제안하면 굳이 보지 않아도 ‘이게 좋은 거구나.’ 한다. 고가 브랜드도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건 브랜드의 가치 때문이다. 우리도 브랜드 파워가 크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런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힘에 왔다 갔다 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면 재미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봤을 때 좋은 아이템인데 교수님이 안 좋아하고 팀원들이 바꾸자고 하면 하기 싫어진다. 근데 그것을 재미로 바꾸려고 많이 노력을 한다. ‘아 저 사람은 저럴 수 있지 저 사람은 이런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하고 인정하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Q: 다른 회사 경험 없이 바로 창업을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점이 있었다면 이야기 좀 부탁드린다.
A: 좋았던 점은 0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길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수 있고. 우리는 처음에 ‘가구랑 조명을 디자인 해서 전시를 하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그 나머지 길은 생각을 못했었다. 그래서 여러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잘 해놓고 나면 연락이 따로 오기도 하고, 아니면 도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포트폴리오가 쌓이니까 그걸 보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고, 잡지에서 보고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대개 그런 식으로 파생이 되더라.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연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견디는 걸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는 못 하는 것 같다. 그걸 못견디면 스튜디오는 사라진다. 근데 그 기간을 어느 정도 견뎌낸다면 그때부터 쉽게 말해서 자생할 수 잇는 힘이 생긴거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연락을 할 때터 스튜디오의 면모를 갖춘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

Q: 실무 경험 없이 바로 창업하고 깨달은 점이 있을 것 같다.
A: 14개의 잡지사에다가 우리 작품을 보냈는데 답이 딱 한 군데서 왔다. 그 때 현실을 받아들였다. 우릴 바라보는 사람이 이 정도다. 사무실이 클 필요도 없고 최대한 버티면서 늘려 나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디자인하는 분들도 우리를 잘 모르는데 디자인 안 하는 95%이상의 사람들이 우릴 알 리가 없는 게 당연하다. 적당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Q: 디자인 회사를 창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A: 실력은 다 동등하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줄 수 있는 인맥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남들과 다른 뛰어난 장기도 있어야 하고, 또 디자이너가 가장 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홍보이다. 먼저 연락 못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물론 우리도 잘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걸 알지만 창업을 하는 입장에서 먼저 와서 일을 맡겨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모노컴플렉스란 이름을 사람들에게 회사를 알리는 시기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우리가 찾아가야지. 우리도 3년 됐는데 아직도 찾아간다. 처음 사무실이 아파트 상가 안에 되게 조그만 방이었는데 책상만 겨우 들어가고 손님이 오면 문밖에 나가서 앉아야 하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초심이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 처음 시작을 거창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했다. 처음 시작이 크면 나중에 스트레스를 못 견디겠지만, 예를들어 내가 처음 내 집이 10평밖에 없어도 15평, 20평 이 되면 만족감이 대단하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 준다면?
A: 사실 디자인쪽이 일하기 힘힘든게 사실이다. 근데 재미가 있으면 그런걸 잘 모르게 된다. 창작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은 성과물이 딱 나왔을 때 그 동안의 짜증과 분노가 한 순간에 다 날아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가 뭔지 생각을 해 보고 진로 선택을 한다면 훨씬 좋을 것 같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디자이너_송승용

보통 사람들은 아트와 디자인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더 많이 고려하는 것이 디자이너일까? 그렇다면 아티스트는 관람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개성을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는 것이 아티스트라면, 자신의 개성을 제품에 표현하지 않는 것이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듯 아트와 디자인은 어떠한 경계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경계를 정확히 잡아낼 수 는 없다. 이런 모호한 경계에서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송승용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송승용 디자이너는 랭스고등미술디자인학교 디자인 석사과정을 이수 하였고, 한국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지난 6월 11일 개최된 ‘2013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이 선정한 ‘W 호텔 미래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Q : 아티스트는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고자 하고, 디자이너는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고자 하는데, 송승용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고자했는가.
A : 새로운 작품을 만들때 나의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릴적에 테이블 밑에 숨거나, 방석이나 이불을 높게 쌓아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이런 나의 추억을 오브제에 담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면 어떨까? “ 라는 생각을 하며 작업 했던 것 같다. 나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처럼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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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송승용 디자이너의 작품은 사용자의 사용성 뿐만 아니라 그들과 이야기 하려는 시도 때문인지, 오브제가 작품인지 제품인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것 같다. 송승용 디자이너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는 정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그 경계는 분명히 존재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계를 자신이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트 관련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있을 테고, 그와 똑같이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있을 것이다. 그 경계를 나 자신이 어떻게 정의 짓느냐에 따라 그 디자이너의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Q : 디자인 전공을 하기전 조각을 전공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디자인 전공을 하게 되었는가.
A : 조각을 전공 하던 시절에는 스님이 되고 싶었다. 불상 조각으로써 중생들에게 뜻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불교 미술을 공부 했다. 조각 공부를 다 끝낸 뒤, 유럽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 때의 유럽은 제품 생산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컨셉을 갖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은 컨셉 제품이 새롭지 않겠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컨셉 제품을 디자인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내게 있어 매우 신선했다. 컨셉 제품이 등장하기 전에는 ‘어떻게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까?’라는 생산중심의 생각이 주를 이뤘었지만, 내가 유학을 간 1990년대 말에는 컨셉 제품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대 흐름에 맞춰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컨셉을 도출해 내기위해 그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까지 고민했다. 자신의 컨셉 표현하기 위해 벽화를 그리거나, 바닥에 천을 깔아 그림을 그리거나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컨셉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아트냐, 디자인이냐 하는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컨셉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디자인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Q : 그들의 작업 모습이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게된 자극제가 가되었는데 그런 학생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하면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는가.
A : 나는 제일 처음 수강 했던 데생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은 석고상을 한가운데 놓고 둘러 앉아 석고상 그리는데, 입시 미술을 준비할때 처럼 그리면 덩어리 감을 멋지게 표현 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펼쳐 놓았는데 구도, 투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각자가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스피드 크로키를 하는 수업이었는데, 모델의 자세가 3초마다 변하고, 학생들은 그 모델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빠르게 스케치를 진행하니까 그림 그리는 것을 어색해 하던 친구들이 점점 그럴 듯하게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여러 가지 재료를 갖고 최대한 종이를 더럽히는 거였는데, 학생들은 종이를 던지고, 밟고 손으로 찍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그 더럽힌 종이 속에서 모델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찾아내야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칼로 긁어내고 지우개로 그림을 지워내면서 그림을 완성 시켰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연필뿐만 아니라 다른 도구도 표현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방법으로 모델의 모습을 찾아내려고 하니까 그 어지러운 종이 속에서 모델의 모습이 점점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방법 말고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Q : 수업이 어떤 것을 학습 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무엇인가를 느끼게끔 하는것 같은데, 그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궁극적으로 어떤것을 얻을 수 있었는가.
A : 이런 방식으로 1년 동안 데생 훈련을 하니까 학생들이 각자의 컨셉을 잡을 수 있었다. 점프하면서 스케치를 하거나, 더러워진 종이 속에서 특징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여러 방법에서 힌트를 얻는 방식 이었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은 모델을 거꾸로 매달고 그림을 그리는 수업에서 힌트를 얻어 ‘자신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자화상을 그린다면 어떨까?’ 라는 컨셉을 도출해 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컨셉으로 발전시킨다. 그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Q : 조각을 오랜시간동안 전공 하다가 다른 영역인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는데, 디자인 전공할 때 괴리감이 들지 않았는가.
A : 내가 조각을 공부 할 때 조각은 나에게 전부였다. 내가 조각을 전공하면서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정말 장인처럼 조각을 했다. 나의 작품에 교수님들도 대단하다며 칭찬 해주었고, 성적도 만족할 만큼 받았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조각 활동은 완벽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주변에서 인정 받다 보니까 예술이라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면 되고, 내가 영혼을 바쳐 작업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예술이라고 생각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학을 간 첫 일 년 동안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유학을 갔을 때, 선생님들이 내게 해준 말은 ‘네가 하는 조각 행위는 아트가 아니다. 너는 지금 아티스트로서의 행위가 아닌 장인으로서의 행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여태 것 해왔던 활동은 예술가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이었다. 그곳의 선생님들은 배움을 강조 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표현 하고 있고, 우수한 작품들은 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지, 그걸 통해서 내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단순히 남들보다 더 열정 있게 작업 한다고 해서 내작품이 훌륭한 작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Q : 디자이너 송승용 씨가 학생 때 정말 열심히 생활 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 디자인전공 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는가.
A : 나는 학생들에게 일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가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지금의 현실이 어떻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자 한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조각외의 세상을 몰랐던 내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것을 알려 주는 좋은 선배가 있었더라면 나는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 앞길이 지금보다 좋던 나쁘던 상관없이. 지금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빨리 사회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디자인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자 하면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찾으면 된다. 그 방법이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의 진실에 대한 것은 책에 나와 있지 않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앞으로 겪을 일의 예고편이거나 자극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을 만큼의 무게는 지니고 있지 않다. 학생들이 직접 뛰어들어 사회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 중 가장 좋은 것이 인턴 이다. 인턴을 빨리 나가면 나갈수록 좋다. 내가 생각하기 에는 1학년 때부터 인턴을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디자인에 발 담근 친구들한테 돈을 주며 일을 시킬까 싶지 만, 그때는 돈을 바라고 일을 해선 안된다. 돈 보다 중요한건 경력과 경험 그리고 성실함이다. 이러 방법으로 부딪히는 친구들은 나중에 취업하고자 할 때 눈에 띈다. 학교 성적이 좋지 못할지라도, 이정도의 경력이 있고 노력을 하는 친구라면 어느 회사라도 이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성실한 사람인 것이 입증 된 거니까. 나는 이런 것들을 직접 경험해보며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들 보다는 늦었었다. 여러분들은 내가 그때 처해 있던 환경 보다 더 좋은 환경속에 있다. 좋은 학교와 선배 그리고 무엇보다 기회가 많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잡아 잘 이용한다면 여러분들도 성공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0년 굶어도 안 죽어!”_목진요 교수

지금 강남역에 가면 아름다운 불빛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거대한 육면체의 조형물을 발견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와 목진요 교수가 함께한 프로젝트인’브릴리언트 큐브’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는 현재 연세대학교 디자인 예술학부 디지털 아트 전공 교수직을 맡고 있다. 작가이자 교수로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Q: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내가 아마 1세대로 영화포스터 디자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만든 포스터가 영화 벽보판에 붙어있는 것을 건너편 정류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잘 안보이더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포스터를 보는데, 내 포스터는 안보이고 도리어 그 포스터가 붙어있는 프레임이 보였다. 근데 그 프레임이 너무 보기가 싫었다. 버스가 가면서 멀어지니까 이번엔 그 벽보판 뒤에 있는 놀이터 뒷동산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 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 날로 시각디자인을 안하기로 결심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할 것은 뭔가 다른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컴퓨터의 체계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컴퓨터를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그림 그리는 툴로만 사용했다. 동그라미나 직선을 완벽하게 그리는 정도로만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가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명령어를 넣어야 수행이 된다는 것, 그 체계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 구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계속 꿈을 찾아 나가다 보니 미디어 아트를 하게 되었다.

Q: 미디어 아트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같은 것에 익숙하다. 현재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고, 그를 통한 문화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익숙해있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외형적으로 드러낸다. 즉,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생각한다.

Q: 디자이너는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이다. 국내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마친 후, 유학을 갔다 오는 것에 있어 뒤쳐짐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두려움은 당연히 있었다. 근데 이상한 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이’두려움’이라는 것을 유독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여기 학생들은 거의 두려움에 가득 찬 겁쟁이들이다. 오히려 여기보다 좋은 학교 학생들을 보면 배짱이 더 좋다. 이것이 어떤 구조일 것 같나? 이게 바로 빈익빈 부익부다.
예를 들어 보면, 내가 어릴 적 우리 집과 앞 집 모두 쫄면 장사를 했었다. 그런데 앞 집은 항상 우리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한번은 그 집에 가서 쫄면을 먹어보니 단무지도 더 신선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오이도 신선하였다. 맛의 차이라기보다는 신선함이 달랐다. 그 후, 어머니께 “엄마, 우리도 신선한 재료를 쓰고, 참기름도 더 넣고 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선 “이놈아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러냐.” 하시더라. 앞집은 그 날 산 게 그 날 다 팔리니까, 다음날 재료를 또 사오고, 때문에 저 집은 계속 신선한 재료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집은 장사가 안되니까 한 번 재료를 사면 1~2주가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은 갈수록 맛이 없어지고 앞집은 갈수록 맛있어지게 된다. 이 것이 선순환과 악순환이다.
보통 우리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배짱이 더 좋고 도전 의식이 강하다. 그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교’라고 하는 연고를 무시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배짱까지 좋다. 내가 볼 때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겁 많은 학생들 같다. 무엇을 하던 간에 그냥 먹고 살기만을 바라보는 것은 어림도 없는 말이다. 나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중요한 개념이다. 게다가, 마흔 살에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겁은 없었다.

Q: 보통 작업을 시작할 때,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고, 또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A: 영감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잘 맞지 않는 단어이다. 영감이 노는 사람에게 얻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감이라는 것은 내가 온통 무언가에 몰두해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영감은 예를 들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을 쓰다 지쳐서 바람을 쏘이려 잔디밭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뚝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서 오는 것, 그게 영감이다. 영감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때, 특정한 자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그곳에 빠져 있으면, 그 어느 때던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과제에 열심히 매달리고 하다 보면, 자다가, 혹은 학교를 오거나 밥을 먹다가 ‘아!’ 하고 생각 날 것이다. 그저 놀다가는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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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 작업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나는 예술가지만 미술관에 들어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미술관이라는 이상한 필터 없이 직접적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것, 그것이 일종의 미디어다. 이런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도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난다는 것에 가장 신경 썼고, 또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였다.

Q: 키네틱 아트는 역동적 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예술인걸로 알고 있다.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서도 상하로 움직이는 LED를 사용하였던데, 그 움직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A: 브릴리언트 큐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가변형이기 때문에 변형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다른 이미지와 구동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고 난 뒤의 판단은 시민들이 보기 나름이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노릇이 아닌 것 같다.

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 LED를 많이 사용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밖의 다른 작업에도 LED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다. LED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이번 작품에는 약 25만개의 LED가 쓰였다. 조금 건방져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LED를 쓰는 이유는 LED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LED를 너무 싸게 쓴다. LED로 무지개 색을 내며 예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느낀다. LED에는 고정적인 색이 없다. 그래서 내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변형의 최대치까지 노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LED는 얼마든지 다른 색을 낼 수 있지만 한 색으로 굳어 있을 때 더 보기 좋을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더 좋은 LED 작품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고, 이것이 내가 LED를 사용하는 이유다.

Q: 교수님의 작품을 보면 Music Box나 Soni Column, Light Bead Curtain, EMAN과 같이 예전엔 개인 작업들이 많던데, 최근엔 Hyper-Matrix나 Brilliant Cube 같이 기업과 함께한 작품들이 많더라. 개인 작업과 기업과 관련된 작업의 장단점을 알고 싶다.
A: 개인작업의 장점은 ‘개인작업 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거의 모든 것을 결정 할 수 있다. 기업하고 함께 작업 할 때에는 보통 내가 90퍼센트 정도 결정하고, 기업이 5~10% 정도 참여한다. 기업은 철저하게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을 나에게 요구하고, 기업의 메시지를 작품에 싣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것이 불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고, 기업의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Q: 작품 활동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A: 지금은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의 나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내가 기업하고 큰 액수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기업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들이 이 작품에 수십억의 돈을 써도 아깝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얻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디어아트의 시장은 열리게 돼있다. 지금까지는 신세계나 현대와 작품을 같이 했지만, 이제 다른 대기업들도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놀라지만, 그들은 이미 나의 작품들을 보았다. 그렇기에 이 정도 돈에 이 정도 효과라면, 결국 TV CF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TV CF 하나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30억이 투자된다. 실제 CF를 제작하는 비용은 적게는 2~3억이면 만들지만 나머지 비 용은 중요한 시간대에 그 광고가 나가게끔 하는 데 에 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와 상관없는 곳, 즉, 미 디어 비용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기업에게 이 런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 30억을 TV CF 한 편 만들기 위해 날리지 말고, 그 돈 날 줘라. 그러 면 방송에 나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더 좋은 광고 효과를 내게 해주겠다.”

Q: 교수님의 다른 인터뷰를 봤었는데, “관객과 작 품은 그 날,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만난다.”라는 말 씀이 매우 인상적이더라.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중 시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직접적인, 그리고 ‘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교수님이 말하는’ 뻔함’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난 뻔한 것에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보통 디자 이너들은 뻔한 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뻔한 것에는 뻔한 이유가 있다. 보통 예술가들은 뻔함을 절대적 으로 피해야하는 요소라고 배운다. 나도 그랬다. 내 가 디자이너였을 때, ‘남들 다 하는 거 하지 마라’라 는 것을 제일 먼저 배웠고, 지금도 내가 남이 하는 것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것은 절대로 피하 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함에는 내가 아직 성취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 즉, 메인 스트림이라는 것이다. 예술가고 디자이너 로서, 내가 물을 먹었다면 나는 맑은 물만 먹었다 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정수가 된 맑은 물만 공급 하고, ‘비싸고 맑은 물만 먹을 사람만 먹으세요.’라 는 이런 자세였다. 그런데 뻔함이라고 하는 것은 메인 스트림을 얘기하는 것이다. 강물엔 주류와 지 류가 있는데, 지류는 깨끗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메인 스트림은 다 섞 이게 된다. 이렇게 청탁이 뒤섞여 있는 것이 메인 스트림이다. 이 메인 스트림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것을 무시한 채로 지류에만 머무를 수 없다. 그 것이 내가 뻔함을 추구하는 이유다. 즉, 내 스스로 뻔해지겠다고 하는 것은 나의 포부인거다. 메인 스 트림으로 들어가서 ‘큰물을 내가 휘어잡겠다. 그 안 에서 충분히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하겠다. 그 안에 서 무엇이든 내가 남기겠다.’라고 하는 포부. 비록 아직까지도 잘 성사되진 않았다. 청탁 중에 ‘청’만 고르려고 하는 그런 오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욕심인 것이다.

Q: 기술과 예술을 모두 잘 아는 공집합형 전문가들 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적이 있더라. 하지만 현 재 대학 교육 방식은 기술과 예술을 구분 짓는 경 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현재 대학 방식을 신랄하게 얘기한다면, 융합이라는 타이틀은 맨날 단다. 근데 단 한 번도 융합한 적이 없다. 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디자이너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 인데요.” 라고 스스로를 칭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부터 붙여준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은 나부터 녹는 거다. 그래야 알갱이가 아닌 원소 단위가 합쳐지게 된다. 큰 용광로에 온갖 것을 다 집어넣고 녹여서 틀에 갖다 부으면, 완전히 새로운 제 3의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그 안에 어떠한 알갱이도 살아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디자인 중심의 융합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는 디자인 할 거니까, 공학아 와서 도우라.” 는 것이지, 융합이 아니다. 이건 협업과 융합을 혼용하는 것이다. 내가 믿고 있는 융합이란 무엇이 예술일까 기술일까를 구분하지 않는, 정확히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라고는 판단하지 못 하겠다. 왜냐하면 지금 와서 “과거의 이름과 장르는 다 가라.” 는 것 또한 틀린 생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나에게 디지털아트를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기술과 예술을 가려서 가르치지 않는다. 내가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할 때마다 많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이 내게 묻곤 했다. “선생님, 기술 공부를얼마나 해야 선생님처럼 할 수 있나요?”, 혹은, “꼭 그렇게 기술적인 공부를 해야 하나요?” 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 질문은 “미국에 갈 건데, 영어를 꼭 해야 하나요?” 혹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 찍는 기술을 꼭 익혀야 되나요?” 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카메라가 좋다고 좋은 사진이 찍히는가? 절대 아니다. 카메라가 안 좋아도 사진사가 좋으면 잘 찍을 수 있다. 과연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기술을 몰랐는데 우연히 잘 찍었을까? 이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영감’처럼, 내가 다루는 기계, 미디어와 정말 잘 소통하고 있을 때 불쑥 나오는 것이다. 좋은 사진, 좋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Q: 연세대학교 디자인과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디지털 아트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조 과제를 하다보면, 같은 전공의 학생들끼리 과제를 할 때 보다 더 많은 논쟁이 일어난다. 이것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있는가.
A: 그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다. 이 것은 무슨 묘안이 있어 물 흐르듯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물을, 물 흐르듯이 간다고 하는데, 그 물밑으로 얼마나 많은 돌이 있는지 알지 않나. 그 물흐르는 과정 속에서도 굉장히 많은 저항과 마찰이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고요하게 흘러가 보일지언정 저항과 마찰은 반드시 어느 과정에나 있다. 너희들 사이의 수많은 마찰들도 이겨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이 그런 과정을 겪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목표를 한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강론에서 얼만한 차 이가 있든 자연적으로 해결 된다. 예를 들면, 무엇 을 만들 것인가 혹은 왜 만드는 것일까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다 통일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분쟁 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이것을 하려고 하는 거 아 니냐. 이렇게 하기 위해 이걸 하는 것 아니냐.” 라 는 목표를 갖다 대면 분쟁의 폭이 좁아진다. 모든 분쟁은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다면 자연적으로 해 결 될 것이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미디어 아트란 무엇이며 앞 으로 미디어 아트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 라 생각하는가.
A: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떠한 형 태로 나아갈지는 내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의 형태는 최고의 디자이너와 최고의 엔지니어를 불러 한방에 가둬 놓고 “너희 이제부터 이거 만들어”하고 문 잠그고 나가는 식이다. 그럼 둘이 쿵짝 쿵짝 해서 뭘 만들 어 내는 건데,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런 방식 은 뭔가를 follow up 하는 데는 최고다. 하지만 완 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현 재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나 오는 것이 아니고, 앞서 내가 얘기했던, ‘공집합형, 융합형’ 인재들로부터 나온다. 이런 사람들끼리 모 여 얘기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제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 할 수 없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의 방 향이 어떻게 틀어지고 변모 해 갈지는 쉽게 예측 하지 못한다. 나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디자인을 구분 하지 않 는다. 다행인건, 나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늘 어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낼 미래는 지 금 내 머리로는 예측할 수 없다. 굳이 예측을 하자 면, 화학과 생물학이다. 이제는 이 분야까지 융합 될 것이다. 이게 뻔히 보이는 미래다. 또, 앞으로 는 희한한 기계가 아닌, 희한한 유기체가 나올 것 이다. 분명히 그럴 것 같다. 그쪽이 미래라고 확신 할 수 있다..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A: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금의 나와 똑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교수님께서 싫은 과제를 내 주시면 아예 안했다. 말하자면 빵꾸를 낸 셈이다. 그래서 수강 신청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말 이다. 교수님의 수업 방식에 대한 것도 많이 신경 썼다. 특히 나는 주제를 정해주는 과제가 정말 싫 었다. ‘나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직 어 리지만 나도 살아있는 사람인데.’하는 생각 때문이 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이것을 표현해봐.” 라고 얘기하시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되고, 결국 잘 안 되더라. 억지스러운 일을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맘에 들 때까지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 수업의 과제를 반복해서 스물 몇 번까지 해본 적이 있다. 다른 과제는 안하고 그 한 과제만 맘에 들 때까지.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쟨 정말 저거에만 미쳐있는,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했는데 성적은 그게 아 니었다. 근데 이런 거 얘기해도 되나? (웃음)

Q: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 르치는 교수로서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 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혹은 그들이 갖췄으면 하 는 자세가 있는가.
A: “너 하고 싶은 것, 너 좋은 것 해라.” 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남이 좋다고 하는 것에 자신을 끼워 맞 추지 마라. 그래서는 자신의 재능이 나오지 않는다. 재능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많 이 나온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는지는 모 르겠지만 참 열심히 한다.” 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 다. 나는 그 얘기가 좀 낯설다. 열심히 한 적이 없 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다’라는 어감에는 왠지 싫 은 일을 끈기 있게 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하루 종일 했을 때, ‘하기 싫 지만 내가 좋아하는 엄마니까 도와드려야지.’해서 했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런데, 난 내가 하고 싶 어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이걸 해야 되기 때문에 하는 건데, 남들이 볼 때, 내가 이걸 좋아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를 때는, ‘쟤는 정말 열심히 한다. 저것만 한다’고 본 다. 보는 포인트가 약간 다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는 잘 되지 않는다. 아주 잘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 주 잘하려면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한다. 언젠가 부 터 디자인이나 예술 쪽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되고, 그냥 대충해도 먹고사는 분야가 됐는데, 원래는 그렇지 않다. 이 분야는 올림픽 금메달처럼 최고가 아니면 써먹을 데가 없는 분야이다. 때문에 이 분야를 잘하기 위해선 정말 좋아해야 한다. 그 런데 우리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 정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학생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 특히 오늘날의 입시 과정은 자신의 개성 같은 것은 완전히 무시된다.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받은 성 적으로 학교다 싶은 곳에 가게 되고 전공도 정해진 다. 자신이 이걸 하는 게 맞는 건지, 자신이 좋아하 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따라가고 성 실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도록 바꾸는 태도가 제일 필요하다. 붕 떠있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여기 있는 학생들 중에는 마치 연꽃잎이 물위에서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어디에서 뭘 해야 될지 모 르는 채로 그저 떠다니는 학생들이 참 많다. 그게 가장 낭비가 아닐까 싶다. 뭘 하든지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사랑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나는 그거는 잘해 왔다. 그래서 뭐든지 내가 좋으면 참 열심히 했고, 별로 맘에 안 들어도 내가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해야 내 몸이 움직이고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됨을 아니까 무엇보다 이걸 좋아하는 게 우선이었다. 첫눈에 보고 반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되겠나. 좋아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저절로 다 해결된다. 미디어 아트를 하게된 것도 다 그렇다. ‘이런 걸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니 뭘 해야 하는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15년도 넘어가서 하고 있는데, 15년이 굉장히 길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길지 않다. 학생들한테 내가 던지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10년 굶어도 안 죽어.”라는 말을 꼭 좀 써줬으면 한다. 10년 굶어도 안 죽는다. 까딱없다. 10년 굶을 각오를 하고 꿈을 쫓아보는 놈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는 대학 졸업 후 10년을 뜻하는 거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데, 다들 젊을 때 돈 주고 사서도 한다는 고생을 안하려 한다. “너희들의 꿈이 뭐냐?”하면 “일단 취직부터 하고 여유가 생기면 뭐를 하겠다.”고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취직을 하면 회사가 너희들이 그렇게 하게 둘 것 같은가? 천만에. 회사는 너희들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회사는 너희들의 꿈에는 관심이 없다. 당장 1,2년을 못 참고 그냥 살기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접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잘될 수가 없다. 10년을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 만큼을 배수진을 치고 살아야 한다. 전쟁을 할 때 내 등 뒤에 강이 있어서 여기서 밀리면 강에 빠지는 거다. 젊은 시간 10년을 그렇게 보내는 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그 10년이 지나고 나면, 배수진을 치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가 죽으면 딸려죽는 식구들이 생긴다. 그래서 배수진을 칠 나이 때는 정말 주저 없이 배수진을 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향해 가야한다. 꿈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좋은 화려한 이름이 아닌, 너희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너희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주저 없이 10년을 투자해야 한다. 10년 투자안하고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 가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꿈보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 한다면,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뭔가를 쫓아가는 자한테 10년은 정말 짧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성장 곡선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곡선’이다. 사람이 성장할 때 보통 직선으로 성장한 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초반기가 길다. 하지만 한 번 성장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성장한다. 앞의 긴 초반기가 10년인 것이다. 이게 첫, 아주 기본적인 10년이다. 이 때 자신을 앞지르고 치고 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만나고 앞지르게도 되어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정기술의 나눔_ 사회공헌디자인

매년 수천만 개의 공산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산업 디자이너들은 팔기 위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어떠한 제품들은 팔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제품들은 버려질 것이다. 만약 버려진다면 대량생산에 의해 수 많은 양의 쓰레기가 양산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제품들은 의미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우리 생활에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필요성과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디자인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대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환경을 만드는 도구로써 위선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상업적인 디자인은 과연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자인이라 하면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창조적인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 있어서 디자인은 제 역할을 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해 진 디자인에 대해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책임은 우리 디자이너에게 있다. 현재는 과거와 다르게 융합적 가치 체계가 널리 퍼졌고 디자인 영역 또한 그 흐름에 맞추어 발전되어 왔다. 산업 디자인의 경우에는 과거에는 대량생산체제로부터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기능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점차 사용자의 인지와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그에 따라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상호적 관계가 형성되었고 서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가 영향을 주고 받는 분야는 다양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맺는 만큼 디자이너는 문제점들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책임이다. 제조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그 제품 사용에 따른 오염 그리고 사용 이후의 폐기 과정. 각 과정에서 오염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시도들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용한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상업주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정신적 만족을 추구 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올바른 디자인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사용자의 Needs를이해하고 사회적 맥락을 이에 적용한다면 좋은 사회적 디자인이 될 것이다. 창조적이고 기본적인 것의 시작, 적정기술은 사회에 공헌하기에 알맞지 않을까? 사회적 디자인이라하면 흔히 우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현재 사회공헌 디자인은 대체로 제 3세계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 문제를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적정기술을 사용해 이루어진다. 여기서‘적 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특히 적정기술을 사용할 때는 문제의 근원을 찾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한 환경 혹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일상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조사가 필요하며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적정기술 사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 1] Q-Drum
Q-Drum은 최소한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활동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사례이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Q 드럼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동의 편리함을 주기 위해 굴리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줄로 연결하여 끌고 다니는 방식이다. 그 모양이 알파벳 Q모양을 닮았다고하여 Q-Drum이라고 불린다. 이 Q 드럼을 이용하면 어린아이, 여성들이 적은 힘으로 많은 양의 물을 옮길 수 있다. 한번에 50L~75L정도의 물이 통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는 한 가족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Q-Drum을 통해 시간절약이 되었고 각자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을 잘 관찰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출처 http://www.qdrum.co.za)

[사례 2] Liter of Light_페트병 전구
필리핀에서는‘내 보금자리 재단’이 주도하는‘1 리터의 빛’ 캠페인이 실시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소득층 약 2만 5000가구가 방안을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에서도 Sitio Maligaya라는 철길 옆 가난한 마을이 있다. 대부분의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낮에도 어두운 바람에 넘어지기 일수 이다. 필리핀에서는 인구 40%가 하루 2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료는 비싸다. 필리핀에서 싸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그게‘전 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약 300만 가구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전기가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구에서는 아예 전등을 켜지 않거나 촛불을 켜놓고 살다가 종종 화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가정들에게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전구는 얼마나 획기적인가? 전기 없이 밝혀 주는 페트병 전구의 등장은 마을 사람에게 정말‘빛 ’이 되었다. 이 페트병의 원리 또한 굉장히 간단하다. 지붕에 올라가 구멍을 뚫으면 집안 내에서는 구멍을 뚫린 자리만 빛이 들어와 밝을 것이다. 하지만 버려진 페트병에 세제 혹은 표백제를 탄 물을 담고 그 구멍 속으로 집어 넣으면 집안 전체가 밝아진다.

햇빛은 세제나 표백제 성분과 만나게 되면 흩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집안 전체에 빛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작업의 경우 5분만에 완성되며 1달러의 비용만이 든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약 55W의 전등의 밝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전구는 태양이 떠있을 동안만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낮의 변화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 http://aliterofligh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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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Sound Spray
해마다 5억 이상의 인구가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이 중 66만 명이 사망한다. 그 중 90%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데 놀라운 사실은 86%가 5세 미만의 어린이거나 산모라는 것이다. 결국 매 60초마다 1명의 어린아이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는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좋지는 않다. 이 무시무시한 모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카이스트 ID+IM 연구소에서는 ‘Sound Spray’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 스프레이 또한 적정 기술을 이용한 예로, 제품의 핵심은 바로 ‘초음파’이다. 산란기의 암모기의 경우 숫모기의 소리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따라서 숫모기가 내는 1만2000Hz에서 1만7000Hz까지의 초음파를 작동시키면 암모기들이 도망친다. 이러한 소리의 원리를 이용하여 스프레이 형식의 모기 퇴치기를 만들었다. 기존 액체 살충제의 스프레이 형식에서 착안하여 스프레이 분사를 액체가 아닌 초음파를 분사한다.

Sound spray의 작동 원리는 우리가 어렸을 적 과학시간에 배웠던 간단한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자석에 의한 코일의 왕복 운동을 통해 전기를 얻는 것인데 자석을 코일의 방향으로 회전시켜 전기를 발생시킨다. 노즐을 누르면 쌓여있던 전기가 초음파를 방출한다. 스프레이를 1분 동안 흔들면 1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자기 전 8분 동안 흔들면 그 날 밤은 모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다. 흔들기만 하면 모기 걱정이 줄어드니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3세계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Sound Spray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아웃도어 용품으로 출시되어 야외활동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 (출처 : http://idim.kaist.ac.kr, http://blog.naver.com/hannah0201/110152770557)

이렇게 적정기술을 통한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생활의 변화를 준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스스로의 구매가 어려운 것이 대다수이다. 제 3세계 사람들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의 교환이 비즈니스 구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기부와 나눔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부와 나눔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방적인 나눔의 형태가 아닌 스스로 틀을 만들 수 있는 기부가 되어야 의미 있다. 기본적인 기술을 이용한 나눔은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눔 즉 디자이너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개인들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드는 자의 시선, 계획자의 시선에서 사회적 의식은 필요하다. 적정 기술이 기본적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전과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혁신적인 기술들이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소비를 위한 디자인만을 개발한다면 창조적이고 실속 있는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진보적인 기술들이 나오겠지만 그것은 시간에 따른 결과이다. 따라서 그 시점에서 필요한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당시의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따라서 그 시점에서 필요한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당시의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 에코 디자인 등 이미 각 분야의 고차원적인 디자인들이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사람’이 아닌 것부터 우선수위를 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왜냐하면 디자이너의 윤리성에 있어서 보편적인 윤리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디자이너에게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며 인문적 사고와 실천을 요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날씨를 잡아라!

요즘 들어 날씨가 이상해지고 있다. 봄가을은 점점 사라져 가고, 맑다가 예고 없이 비가 오기도 한다. 올해 장마는 50일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기후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지난 4월 기상청이 주최한 ‘2013 기상청 우산 디자인 공모전’이 많은 사람들의 성원 속에 마무리되었다. 기후변화 메세지와 기상 현상을 담은 우산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하여 총 3,153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디자인 공모전에 3100여 점이 응모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기상·기후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씨는 의류, 식품, 레저, 건설, 에너지, 농업, 수산업, 유통, 가전, 건강,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령, 올해처럼 장마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하자. 비가 많이 내리면 재래 시장보단 주차장과 지붕이 있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더 선호하고, 홈 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된다. 또한 레저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실내 수영장이나 실내 놀이공원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음료와 빙과류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식품·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건강·의료 분야에도 영향이 미치는데 일조량 부족, 높은 습도로 우울증 환자와 장염 환자가 증가하게 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51%가 날씨의 영향을 받으며, 국내 산업의 80% 정도가 날씨와 관련 있다. 날씨는 단지 우리 생활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지도를 바꾼다. 따라서 대비하지 못하면 날씨는 실패 요소가 되겠지만 이용할 줄 안다면 날씨는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날씨만큼 소비자의 마음도 빠르게 변한다. 날씨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경영이나 마케팅에서는 날씨에 따른 소비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날씨 경영’, ‘날씨 마케팅’이 뜨고 있다.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스타벅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뜻한 음료를 찾는다는 점을 착안하여 비가 많고 쓸쓸한 미국 시애틀에서 가장 먼저 ‘비 오는 날, 그리고 커피’를 내세운 날씨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마케팅은 성공으로 흥행하였고 지금까지도 비 오는 날 친구와 함께 오면 한 잔 더 제공해주는 ‘비 오는 날 쿠폰’ 등 날씨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롯데 백화점에서는 전국 모든 점포에서 장마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비가 와 비를 맞은 경우 타올 대여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종이 쇼핑백이 젖을 경우를 대비하여 레인 커버도 증정하였다. 이외에 버스나 택시까지 담당 관리자가 우산을 씌워주는 등 다양한 날씨 마케팅을 선보였다. 이밖에 많은 곳에서 날씨 분석을 통하여 소비자 구매 패턴과 선호 상품을 밝혀 내고, 상품 발주와 재고 관리를 하거나 날씨 정보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날씨를 분석해서 상품 기획에 이용하는 날씨 경영, 날씨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 체계의 취약성을 보완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도 날씨를 기회로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날씨 어플리케이션이다. 오늘 비가 올까? 우산을 챙겨가야 하나? 우리는 매일 매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일의 날씨를 확인한다. 앱스토어에 별도의 날씨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로 날씨 어플리케이션은 굉장히 많다. 대디컴퍼니의 날씨 앱 ‘테이크 웨더’는 사용자를 기상 캐스터로 만든다. ‘오늘 날씨 어때요?’라는 질문에 사용자들이 사진으로 대답하여 사용자들끼리 날씨 정보를 공유하게 만든다. GBM의 ‘웨더톡’도 비슷한 방식인데 GPS좌표값을 활용한 실시간 ‘내 위치 날씨’와 ‘톡(Talk)’으로 다른 사람들과 날씨 정보를 공유한다. 날씨 정보를 실제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해 더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어 사용자들은 기후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 날씨 어플리케이션 말고도 기후 변화에 대응을 도와주는 제품과 서비스는 많다. WaarSchijntde-ZonWel.nl는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여행지를 찾는 사이트로, 사용자가 원하는 날씨(온도)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 여행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인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날씨’이다. 그래서 이용자가 원하는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여행지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추고, 이런 기능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Winter Wake-Up는 사용자가 기상시간을 입력하면 밤새 온라인 기상정보와 연결되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종합하고 만약 밤 동안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 경우에는 평소보다 일찍 알람을 울린다. 날씨 탓에 출근 전 소요시간을 배려한 발상이다. 또한 vavuud의 Wind meter는 전기 없이 작은 자석이 회전하는 제품을 스마트폰의 이어폰잭에 꽂아 풍향을 측정하며, 실시간으로 웹상에서 각 지역의 정보를 공유한다. 야외활동이 많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배를 타야 하는 경우나 윈드서핑, 글라이더 등의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바람의 세기가 중요한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대략적인 바람의 세기 정보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 제품을 통하여 매 시각 특정지역에서의 정확한 풍향 정보를 알 수 있다.

앞으로 환경오염이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날씨는 더더욱 이상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날씨는 큰 실패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기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날씨을 읽고 이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날씨를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하여 그것을 신속하게 상품 기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아니면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사용자를 도와주어 사용자들이 날씨에 구애 받지 않도록 하는 날씨 관련 상품도 좋다. 날씨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열어 날씨를 잡아보자.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전공 전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