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굶어도 안 죽어!”_목진요 교수

지금 강남역에 가면 아름다운 불빛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거대한 육면체의 조형물을 발견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와 목진요 교수가 함께한 프로젝트인’브릴리언트 큐브’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는 현재 연세대학교 디자인 예술학부 디지털 아트 전공 교수직을 맡고 있다. 작가이자 교수로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Q: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내가 아마 1세대로 영화포스터 디자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가 만든 포스터가 영화 벽보판에 붙어있는 것을 건너편 정류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잘 안보이더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포스터를 보는데, 내 포스터는 안보이고 도리어 그 포스터가 붙어있는 프레임이 보였다. 근데 그 프레임이 너무 보기가 싫었다. 버스가 가면서 멀어지니까 이번엔 그 벽보판 뒤에 있는 놀이터 뒷동산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 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 날로 시각디자인을 안하기로 결심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할 것은 뭔가 다른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컴퓨터의 체계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컴퓨터를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그림 그리는 툴로만 사용했다. 동그라미나 직선을 완벽하게 그리는 정도로만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가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명령어를 넣어야 수행이 된다는 것, 그 체계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 구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계속 꿈을 찾아 나가다 보니 미디어 아트를 하게 되었다.

Q: 미디어 아트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같은 것에 익숙하다. 현재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고, 그를 통한 문화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익숙해있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외형적으로 드러낸다. 즉,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생각한다.

Q: 디자이너는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이다. 국내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마친 후, 유학을 갔다 오는 것에 있어 뒤쳐짐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두려움은 당연히 있었다. 근데 이상한 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이’두려움’이라는 것을 유독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여기 학생들은 거의 두려움에 가득 찬 겁쟁이들이다. 오히려 여기보다 좋은 학교 학생들을 보면 배짱이 더 좋다. 이것이 어떤 구조일 것 같나? 이게 바로 빈익빈 부익부다.
예를 들어 보면, 내가 어릴 적 우리 집과 앞 집 모두 쫄면 장사를 했었다. 그런데 앞 집은 항상 우리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한번은 그 집에 가서 쫄면을 먹어보니 단무지도 더 신선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오이도 신선하였다. 맛의 차이라기보다는 신선함이 달랐다. 그 후, 어머니께 “엄마, 우리도 신선한 재료를 쓰고, 참기름도 더 넣고 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선 “이놈아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러냐.” 하시더라. 앞집은 그 날 산 게 그 날 다 팔리니까, 다음날 재료를 또 사오고, 때문에 저 집은 계속 신선한 재료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집은 장사가 안되니까 한 번 재료를 사면 1~2주가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은 갈수록 맛이 없어지고 앞집은 갈수록 맛있어지게 된다. 이 것이 선순환과 악순환이다.
보통 우리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배짱이 더 좋고 도전 의식이 강하다. 그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교’라고 하는 연고를 무시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배짱까지 좋다. 내가 볼 때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겁 많은 학생들 같다. 무엇을 하던 간에 그냥 먹고 살기만을 바라보는 것은 어림도 없는 말이다. 나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중요한 개념이다. 게다가, 마흔 살에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겁은 없었다.

Q: 보통 작업을 시작할 때,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고, 또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A: 영감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잘 맞지 않는 단어이다. 영감이 노는 사람에게 얻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감이라는 것은 내가 온통 무언가에 몰두해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영감은 예를 들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을 쓰다 지쳐서 바람을 쏘이려 잔디밭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뚝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서 오는 것, 그게 영감이다. 영감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때, 특정한 자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그곳에 빠져 있으면, 그 어느 때던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과제에 열심히 매달리고 하다 보면, 자다가, 혹은 학교를 오거나 밥을 먹다가 ‘아!’ 하고 생각 날 것이다. 그저 놀다가는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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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 작업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나는 예술가지만 미술관에 들어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미술관이라는 이상한 필터 없이 직접적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것, 그것이 일종의 미디어다. 이런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도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난다는 것에 가장 신경 썼고, 또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였다.

Q: 키네틱 아트는 역동적 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예술인걸로 알고 있다.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서도 상하로 움직이는 LED를 사용하였던데, 그 움직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A: 브릴리언트 큐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가변형이기 때문에 변형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다른 이미지와 구동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고 난 뒤의 판단은 시민들이 보기 나름이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노릇이 아닌 것 같다.

Q: 이번 브릴리언트 큐브에 LED를 많이 사용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밖의 다른 작업에도 LED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다. LED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이번 작품에는 약 25만개의 LED가 쓰였다. 조금 건방져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LED를 쓰는 이유는 LED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LED를 너무 싸게 쓴다. LED로 무지개 색을 내며 예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느낀다. LED에는 고정적인 색이 없다. 그래서 내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가변형의 최대치까지 노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LED는 얼마든지 다른 색을 낼 수 있지만 한 색으로 굳어 있을 때 더 보기 좋을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더 좋은 LED 작품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고, 이것이 내가 LED를 사용하는 이유다.

Q: 교수님의 작품을 보면 Music Box나 Soni Column, Light Bead Curtain, EMAN과 같이 예전엔 개인 작업들이 많던데, 최근엔 Hyper-Matrix나 Brilliant Cube 같이 기업과 함께한 작품들이 많더라. 개인 작업과 기업과 관련된 작업의 장단점을 알고 싶다.
A: 개인작업의 장점은 ‘개인작업 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거의 모든 것을 결정 할 수 있다. 기업하고 함께 작업 할 때에는 보통 내가 90퍼센트 정도 결정하고, 기업이 5~10% 정도 참여한다. 기업은 철저하게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을 나에게 요구하고, 기업의 메시지를 작품에 싣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것이 불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고, 기업의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Q: 작품 활동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A: 지금은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의 나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내가 기업하고 큰 액수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기업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들이 이 작품에 수십억의 돈을 써도 아깝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얻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디어아트의 시장은 열리게 돼있다. 지금까지는 신세계나 현대와 작품을 같이 했지만, 이제 다른 대기업들도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놀라지만, 그들은 이미 나의 작품들을 보았다. 그렇기에 이 정도 돈에 이 정도 효과라면, 결국 TV CF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TV CF 하나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30억이 투자된다. 실제 CF를 제작하는 비용은 적게는 2~3억이면 만들지만 나머지 비 용은 중요한 시간대에 그 광고가 나가게끔 하는 데 에 드는 것이다. 결국 우리와 상관없는 곳, 즉, 미 디어 비용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기업에게 이 런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 30억을 TV CF 한 편 만들기 위해 날리지 말고, 그 돈 날 줘라. 그러 면 방송에 나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더 좋은 광고 효과를 내게 해주겠다.”

Q: 교수님의 다른 인터뷰를 봤었는데, “관객과 작 품은 그 날,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만난다.”라는 말 씀이 매우 인상적이더라.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중 시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직접적인, 그리고 ‘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교수님이 말하는’ 뻔함’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난 뻔한 것에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보통 디자 이너들은 뻔한 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뻔한 것에는 뻔한 이유가 있다. 보통 예술가들은 뻔함을 절대적 으로 피해야하는 요소라고 배운다. 나도 그랬다. 내 가 디자이너였을 때, ‘남들 다 하는 거 하지 마라’라 는 것을 제일 먼저 배웠고, 지금도 내가 남이 하는 것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것은 절대로 피하 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함에는 내가 아직 성취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 즉, 메인 스트림이라는 것이다. 예술가고 디자이너 로서, 내가 물을 먹었다면 나는 맑은 물만 먹었다 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정수가 된 맑은 물만 공급 하고, ‘비싸고 맑은 물만 먹을 사람만 먹으세요.’라 는 이런 자세였다. 그런데 뻔함이라고 하는 것은 메인 스트림을 얘기하는 것이다. 강물엔 주류와 지 류가 있는데, 지류는 깨끗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메인 스트림은 다 섞 이게 된다. 이렇게 청탁이 뒤섞여 있는 것이 메인 스트림이다. 이 메인 스트림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것을 무시한 채로 지류에만 머무를 수 없다. 그 것이 내가 뻔함을 추구하는 이유다. 즉, 내 스스로 뻔해지겠다고 하는 것은 나의 포부인거다. 메인 스 트림으로 들어가서 ‘큰물을 내가 휘어잡겠다. 그 안 에서 충분히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하겠다. 그 안에 서 무엇이든 내가 남기겠다.’라고 하는 포부. 비록 아직까지도 잘 성사되진 않았다. 청탁 중에 ‘청’만 고르려고 하는 그런 오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욕심인 것이다.

Q: 기술과 예술을 모두 잘 아는 공집합형 전문가들 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적이 있더라. 하지만 현 재 대학 교육 방식은 기술과 예술을 구분 짓는 경 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현재 대학 방식을 신랄하게 얘기한다면, 융합이라는 타이틀은 맨날 단다. 근데 단 한 번도 융합한 적이 없다. 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디자이너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 인데요.” 라고 스스로를 칭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부터 붙여준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은 나부터 녹는 거다. 그래야 알갱이가 아닌 원소 단위가 합쳐지게 된다. 큰 용광로에 온갖 것을 다 집어넣고 녹여서 틀에 갖다 부으면, 완전히 새로운 제 3의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그 안에 어떠한 알갱이도 살아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디자인 중심의 융합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는 디자인 할 거니까, 공학아 와서 도우라.” 는 것이지, 융합이 아니다. 이건 협업과 융합을 혼용하는 것이다. 내가 믿고 있는 융합이란 무엇이 예술일까 기술일까를 구분하지 않는, 정확히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라고는 판단하지 못 하겠다. 왜냐하면 지금 와서 “과거의 이름과 장르는 다 가라.” 는 것 또한 틀린 생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나에게 디지털아트를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기술과 예술을 가려서 가르치지 않는다. 내가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할 때마다 많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이 내게 묻곤 했다. “선생님, 기술 공부를얼마나 해야 선생님처럼 할 수 있나요?”, 혹은, “꼭 그렇게 기술적인 공부를 해야 하나요?” 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 질문은 “미국에 갈 건데, 영어를 꼭 해야 하나요?” 혹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 찍는 기술을 꼭 익혀야 되나요?” 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카메라가 좋다고 좋은 사진이 찍히는가? 절대 아니다. 카메라가 안 좋아도 사진사가 좋으면 잘 찍을 수 있다. 과연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기술을 몰랐는데 우연히 잘 찍었을까? 이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영감’처럼, 내가 다루는 기계, 미디어와 정말 잘 소통하고 있을 때 불쑥 나오는 것이다. 좋은 사진, 좋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Q: 연세대학교 디자인과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디지털 아트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조 과제를 하다보면, 같은 전공의 학생들끼리 과제를 할 때 보다 더 많은 논쟁이 일어난다. 이것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있는가.
A: 그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다. 이 것은 무슨 묘안이 있어 물 흐르듯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물을, 물 흐르듯이 간다고 하는데, 그 물밑으로 얼마나 많은 돌이 있는지 알지 않나. 그 물흐르는 과정 속에서도 굉장히 많은 저항과 마찰이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고요하게 흘러가 보일지언정 저항과 마찰은 반드시 어느 과정에나 있다. 너희들 사이의 수많은 마찰들도 이겨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이 그런 과정을 겪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목표를 한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강론에서 얼만한 차 이가 있든 자연적으로 해결 된다. 예를 들면, 무엇 을 만들 것인가 혹은 왜 만드는 것일까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다 통일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분쟁 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이것을 하려고 하는 거 아 니냐. 이렇게 하기 위해 이걸 하는 것 아니냐.” 라 는 목표를 갖다 대면 분쟁의 폭이 좁아진다. 모든 분쟁은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다면 자연적으로 해 결 될 것이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미디어 아트란 무엇이며 앞 으로 미디어 아트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 라 생각하는가.
A: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떠한 형 태로 나아갈지는 내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의 형태는 최고의 디자이너와 최고의 엔지니어를 불러 한방에 가둬 놓고 “너희 이제부터 이거 만들어”하고 문 잠그고 나가는 식이다. 그럼 둘이 쿵짝 쿵짝 해서 뭘 만들 어 내는 건데,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런 방식 은 뭔가를 follow up 하는 데는 최고다. 하지만 완 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현 재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나 오는 것이 아니고, 앞서 내가 얘기했던, ‘공집합형, 융합형’ 인재들로부터 나온다. 이런 사람들끼리 모 여 얘기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제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 할 수 없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의 방 향이 어떻게 틀어지고 변모 해 갈지는 쉽게 예측 하지 못한다. 나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디자인을 구분 하지 않 는다. 다행인건, 나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늘 어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낼 미래는 지 금 내 머리로는 예측할 수 없다. 굳이 예측을 하자 면, 화학과 생물학이다. 이제는 이 분야까지 융합 될 것이다. 이게 뻔히 보이는 미래다. 또, 앞으로 는 희한한 기계가 아닌, 희한한 유기체가 나올 것 이다. 분명히 그럴 것 같다. 그쪽이 미래라고 확신 할 수 있다..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A: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금의 나와 똑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교수님께서 싫은 과제를 내 주시면 아예 안했다. 말하자면 빵꾸를 낸 셈이다. 그래서 수강 신청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말 이다. 교수님의 수업 방식에 대한 것도 많이 신경 썼다. 특히 나는 주제를 정해주는 과제가 정말 싫 었다. ‘나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직 어 리지만 나도 살아있는 사람인데.’하는 생각 때문이 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이것을 표현해봐.” 라고 얘기하시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되고, 결국 잘 안 되더라. 억지스러운 일을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맘에 들 때까지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 수업의 과제를 반복해서 스물 몇 번까지 해본 적이 있다. 다른 과제는 안하고 그 한 과제만 맘에 들 때까지.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쟨 정말 저거에만 미쳐있는,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했는데 성적은 그게 아 니었다. 근데 이런 거 얘기해도 되나? (웃음)

Q: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 르치는 교수로서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 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혹은 그들이 갖췄으면 하 는 자세가 있는가.
A: “너 하고 싶은 것, 너 좋은 것 해라.” 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남이 좋다고 하는 것에 자신을 끼워 맞 추지 마라. 그래서는 자신의 재능이 나오지 않는다. 재능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많 이 나온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는지는 모 르겠지만 참 열심히 한다.” 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 다. 나는 그 얘기가 좀 낯설다. 열심히 한 적이 없 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다’라는 어감에는 왠지 싫 은 일을 끈기 있게 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하루 종일 했을 때, ‘하기 싫 지만 내가 좋아하는 엄마니까 도와드려야지.’해서 했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런데, 난 내가 하고 싶 어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이걸 해야 되기 때문에 하는 건데, 남들이 볼 때, 내가 이걸 좋아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를 때는, ‘쟤는 정말 열심히 한다. 저것만 한다’고 본 다. 보는 포인트가 약간 다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는 잘 되지 않는다. 아주 잘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 주 잘하려면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한다. 언젠가 부 터 디자인이나 예술 쪽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되고, 그냥 대충해도 먹고사는 분야가 됐는데, 원래는 그렇지 않다. 이 분야는 올림픽 금메달처럼 최고가 아니면 써먹을 데가 없는 분야이다. 때문에 이 분야를 잘하기 위해선 정말 좋아해야 한다. 그 런데 우리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 정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학생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 특히 오늘날의 입시 과정은 자신의 개성 같은 것은 완전히 무시된다.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받은 성 적으로 학교다 싶은 곳에 가게 되고 전공도 정해진 다. 자신이 이걸 하는 게 맞는 건지, 자신이 좋아하 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따라가고 성 실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도록 바꾸는 태도가 제일 필요하다. 붕 떠있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여기 있는 학생들 중에는 마치 연꽃잎이 물위에서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어디에서 뭘 해야 될지 모 르는 채로 그저 떠다니는 학생들이 참 많다. 그게 가장 낭비가 아닐까 싶다. 뭘 하든지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사랑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나는 그거는 잘해 왔다. 그래서 뭐든지 내가 좋으면 참 열심히 했고, 별로 맘에 안 들어도 내가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해야 내 몸이 움직이고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됨을 아니까 무엇보다 이걸 좋아하는 게 우선이었다. 첫눈에 보고 반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되겠나. 좋아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저절로 다 해결된다. 미디어 아트를 하게된 것도 다 그렇다. ‘이런 걸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니 뭘 해야 하는지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15년도 넘어가서 하고 있는데, 15년이 굉장히 길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길지 않다. 학생들한테 내가 던지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10년 굶어도 안 죽어.”라는 말을 꼭 좀 써줬으면 한다. 10년 굶어도 안 죽는다. 까딱없다. 10년 굶을 각오를 하고 꿈을 쫓아보는 놈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는 대학 졸업 후 10년을 뜻하는 거다. 그때가 가장 중요한데, 다들 젊을 때 돈 주고 사서도 한다는 고생을 안하려 한다. “너희들의 꿈이 뭐냐?”하면 “일단 취직부터 하고 여유가 생기면 뭐를 하겠다.”고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취직을 하면 회사가 너희들이 그렇게 하게 둘 것 같은가? 천만에. 회사는 너희들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회사는 너희들의 꿈에는 관심이 없다. 당장 1,2년을 못 참고 그냥 살기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접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잘될 수가 없다. 10년을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 만큼을 배수진을 치고 살아야 한다. 전쟁을 할 때 내 등 뒤에 강이 있어서 여기서 밀리면 강에 빠지는 거다. 젊은 시간 10년을 그렇게 보내는 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그 10년이 지나고 나면, 배수진을 치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가 죽으면 딸려죽는 식구들이 생긴다. 그래서 배수진을 칠 나이 때는 정말 주저 없이 배수진을 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향해 가야한다. 꿈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좋은 화려한 이름이 아닌, 너희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너희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주저 없이 10년을 투자해야 한다. 10년 투자안하고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 가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꿈보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 한다면,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뭔가를 쫓아가는 자한테 10년은 정말 짧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성장 곡선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곡선’이다. 사람이 성장할 때 보통 직선으로 성장한 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초반기가 길다. 하지만 한 번 성장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성장한다. 앞의 긴 초반기가 10년인 것이다. 이게 첫, 아주 기본적인 10년이다. 이 때 자신을 앞지르고 치고 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만나고 앞지르게도 되어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정기술의 나눔_ 사회공헌디자인

매년 수천만 개의 공산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산업 디자이너들은 팔기 위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어떠한 제품들은 팔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제품들은 버려질 것이다. 만약 버려진다면 대량생산에 의해 수 많은 양의 쓰레기가 양산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제품들은 의미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우리 생활에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필요성과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디자인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대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환경을 만드는 도구로써 위선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상업적인 디자인은 과연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자인이라 하면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창조적인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 있어서 디자인은 제 역할을 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해 진 디자인에 대해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책임은 우리 디자이너에게 있다. 현재는 과거와 다르게 융합적 가치 체계가 널리 퍼졌고 디자인 영역 또한 그 흐름에 맞추어 발전되어 왔다. 산업 디자인의 경우에는 과거에는 대량생산체제로부터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기능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점차 사용자의 인지와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그에 따라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상호적 관계가 형성되었고 서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가 영향을 주고 받는 분야는 다양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맺는 만큼 디자이너는 문제점들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책임이다. 제조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그 제품 사용에 따른 오염 그리고 사용 이후의 폐기 과정. 각 과정에서 오염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시도들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용한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상업주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정신적 만족을 추구 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올바른 디자인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사용자의 Needs를이해하고 사회적 맥락을 이에 적용한다면 좋은 사회적 디자인이 될 것이다. 창조적이고 기본적인 것의 시작, 적정기술은 사회에 공헌하기에 알맞지 않을까? 사회적 디자인이라하면 흔히 우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현재 사회공헌 디자인은 대체로 제 3세계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 문제를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적정기술을 사용해 이루어진다. 여기서‘적 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특히 적정기술을 사용할 때는 문제의 근원을 찾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한 환경 혹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일상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조사가 필요하며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적정기술 사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 1] Q-Drum
Q-Drum은 최소한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활동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사례이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Q 드럼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동의 편리함을 주기 위해 굴리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줄로 연결하여 끌고 다니는 방식이다. 그 모양이 알파벳 Q모양을 닮았다고하여 Q-Drum이라고 불린다. 이 Q 드럼을 이용하면 어린아이, 여성들이 적은 힘으로 많은 양의 물을 옮길 수 있다. 한번에 50L~75L정도의 물이 통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는 한 가족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Q-Drum을 통해 시간절약이 되었고 각자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을 잘 관찰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출처 http://www.qdrum.co.za)

[사례 2] Liter of Light_페트병 전구
필리핀에서는‘내 보금자리 재단’이 주도하는‘1 리터의 빛’ 캠페인이 실시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소득층 약 2만 5000가구가 방안을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에서도 Sitio Maligaya라는 철길 옆 가난한 마을이 있다. 대부분의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낮에도 어두운 바람에 넘어지기 일수 이다. 필리핀에서는 인구 40%가 하루 2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료는 비싸다. 필리핀에서 싸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그게‘전 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약 300만 가구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전기가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구에서는 아예 전등을 켜지 않거나 촛불을 켜놓고 살다가 종종 화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가정들에게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전구는 얼마나 획기적인가? 전기 없이 밝혀 주는 페트병 전구의 등장은 마을 사람에게 정말‘빛 ’이 되었다. 이 페트병의 원리 또한 굉장히 간단하다. 지붕에 올라가 구멍을 뚫으면 집안 내에서는 구멍을 뚫린 자리만 빛이 들어와 밝을 것이다. 하지만 버려진 페트병에 세제 혹은 표백제를 탄 물을 담고 그 구멍 속으로 집어 넣으면 집안 전체가 밝아진다.

햇빛은 세제나 표백제 성분과 만나게 되면 흩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집안 전체에 빛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작업의 경우 5분만에 완성되며 1달러의 비용만이 든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약 55W의 전등의 밝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전구는 태양이 떠있을 동안만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낮의 변화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 http://aliterofligh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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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Sound Spray
해마다 5억 이상의 인구가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이 중 66만 명이 사망한다. 그 중 90%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데 놀라운 사실은 86%가 5세 미만의 어린이거나 산모라는 것이다. 결국 매 60초마다 1명의 어린아이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는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좋지는 않다. 이 무시무시한 모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카이스트 ID+IM 연구소에서는 ‘Sound Spray’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 스프레이 또한 적정 기술을 이용한 예로, 제품의 핵심은 바로 ‘초음파’이다. 산란기의 암모기의 경우 숫모기의 소리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한다. 따라서 숫모기가 내는 1만2000Hz에서 1만7000Hz까지의 초음파를 작동시키면 암모기들이 도망친다. 이러한 소리의 원리를 이용하여 스프레이 형식의 모기 퇴치기를 만들었다. 기존 액체 살충제의 스프레이 형식에서 착안하여 스프레이 분사를 액체가 아닌 초음파를 분사한다.

Sound spray의 작동 원리는 우리가 어렸을 적 과학시간에 배웠던 간단한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자석에 의한 코일의 왕복 운동을 통해 전기를 얻는 것인데 자석을 코일의 방향으로 회전시켜 전기를 발생시킨다. 노즐을 누르면 쌓여있던 전기가 초음파를 방출한다. 스프레이를 1분 동안 흔들면 1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자기 전 8분 동안 흔들면 그 날 밤은 모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다. 흔들기만 하면 모기 걱정이 줄어드니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3세계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Sound Spray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아웃도어 용품으로 출시되어 야외활동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 (출처 : http://idim.kaist.ac.kr, http://blog.naver.com/hannah0201/110152770557)

이렇게 적정기술을 통한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생활의 변화를 준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스스로의 구매가 어려운 것이 대다수이다. 제 3세계 사람들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의 교환이 비즈니스 구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기부와 나눔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부와 나눔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방적인 나눔의 형태가 아닌 스스로 틀을 만들 수 있는 기부가 되어야 의미 있다. 기본적인 기술을 이용한 나눔은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눔 즉 디자이너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개인들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드는 자의 시선, 계획자의 시선에서 사회적 의식은 필요하다. 적정 기술이 기본적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전과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혁신적인 기술들이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소비를 위한 디자인만을 개발한다면 창조적이고 실속 있는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진보적인 기술들이 나오겠지만 그것은 시간에 따른 결과이다. 따라서 그 시점에서 필요한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당시의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따라서 그 시점에서 필요한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 당시의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 에코 디자인 등 이미 각 분야의 고차원적인 디자인들이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사람’이 아닌 것부터 우선수위를 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왜냐하면 디자이너의 윤리성에 있어서 보편적인 윤리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디자이너에게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며 인문적 사고와 실천을 요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날씨를 잡아라!

요즘 들어 날씨가 이상해지고 있다. 봄가을은 점점 사라져 가고, 맑다가 예고 없이 비가 오기도 한다. 올해 장마는 50일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기후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지난 4월 기상청이 주최한 ‘2013 기상청 우산 디자인 공모전’이 많은 사람들의 성원 속에 마무리되었다. 기후변화 메세지와 기상 현상을 담은 우산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하여 총 3,153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디자인 공모전에 3100여 점이 응모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기상·기후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씨는 의류, 식품, 레저, 건설, 에너지, 농업, 수산업, 유통, 가전, 건강,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령, 올해처럼 장마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하자. 비가 많이 내리면 재래 시장보단 주차장과 지붕이 있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더 선호하고, 홈 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된다. 또한 레저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실내 수영장이나 실내 놀이공원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음료와 빙과류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식품·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건강·의료 분야에도 영향이 미치는데 일조량 부족, 높은 습도로 우울증 환자와 장염 환자가 증가하게 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51%가 날씨의 영향을 받으며, 국내 산업의 80% 정도가 날씨와 관련 있다. 날씨는 단지 우리 생활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지도를 바꾼다. 따라서 대비하지 못하면 날씨는 실패 요소가 되겠지만 이용할 줄 안다면 날씨는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날씨만큼 소비자의 마음도 빠르게 변한다. 날씨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경영이나 마케팅에서는 날씨에 따른 소비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날씨 경영’, ‘날씨 마케팅’이 뜨고 있다.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스타벅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뜻한 음료를 찾는다는 점을 착안하여 비가 많고 쓸쓸한 미국 시애틀에서 가장 먼저 ‘비 오는 날, 그리고 커피’를 내세운 날씨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마케팅은 성공으로 흥행하였고 지금까지도 비 오는 날 친구와 함께 오면 한 잔 더 제공해주는 ‘비 오는 날 쿠폰’ 등 날씨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롯데 백화점에서는 전국 모든 점포에서 장마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비가 와 비를 맞은 경우 타올 대여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종이 쇼핑백이 젖을 경우를 대비하여 레인 커버도 증정하였다. 이외에 버스나 택시까지 담당 관리자가 우산을 씌워주는 등 다양한 날씨 마케팅을 선보였다. 이밖에 많은 곳에서 날씨 분석을 통하여 소비자 구매 패턴과 선호 상품을 밝혀 내고, 상품 발주와 재고 관리를 하거나 날씨 정보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날씨를 분석해서 상품 기획에 이용하는 날씨 경영, 날씨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 체계의 취약성을 보완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도 날씨를 기회로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날씨 어플리케이션이다. 오늘 비가 올까? 우산을 챙겨가야 하나? 우리는 매일 매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일의 날씨를 확인한다. 앱스토어에 별도의 날씨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로 날씨 어플리케이션은 굉장히 많다. 대디컴퍼니의 날씨 앱 ‘테이크 웨더’는 사용자를 기상 캐스터로 만든다. ‘오늘 날씨 어때요?’라는 질문에 사용자들이 사진으로 대답하여 사용자들끼리 날씨 정보를 공유하게 만든다. GBM의 ‘웨더톡’도 비슷한 방식인데 GPS좌표값을 활용한 실시간 ‘내 위치 날씨’와 ‘톡(Talk)’으로 다른 사람들과 날씨 정보를 공유한다. 날씨 정보를 실제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해 더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어 사용자들은 기후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 날씨 어플리케이션 말고도 기후 변화에 대응을 도와주는 제품과 서비스는 많다. WaarSchijntde-ZonWel.nl는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여행지를 찾는 사이트로, 사용자가 원하는 날씨(온도)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 여행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인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날씨’이다. 그래서 이용자가 원하는 날씨정보를 기반으로 여행지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추고, 이런 기능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Winter Wake-Up는 사용자가 기상시간을 입력하면 밤새 온라인 기상정보와 연결되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종합하고 만약 밤 동안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 경우에는 평소보다 일찍 알람을 울린다. 날씨 탓에 출근 전 소요시간을 배려한 발상이다. 또한 vavuud의 Wind meter는 전기 없이 작은 자석이 회전하는 제품을 스마트폰의 이어폰잭에 꽂아 풍향을 측정하며, 실시간으로 웹상에서 각 지역의 정보를 공유한다. 야외활동이 많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배를 타야 하는 경우나 윈드서핑, 글라이더 등의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바람의 세기가 중요한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대략적인 바람의 세기 정보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 제품을 통하여 매 시각 특정지역에서의 정확한 풍향 정보를 알 수 있다.

앞으로 환경오염이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날씨는 더더욱 이상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날씨는 큰 실패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기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날씨을 읽고 이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날씨를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하여 그것을 신속하게 상품 기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아니면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사용자를 도와주어 사용자들이 날씨에 구애 받지 않도록 하는 날씨 관련 상품도 좋다. 날씨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열어 날씨를 잡아보자.

2013 코엑스 산학연협력 탐방기

시스템 디자인 실습 수업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캡스톤 교내우수사례로 뽑혀 10월 23,24,25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3 산학연협력 EXPO’에 참가했다. 출품작은 ‘Home AED System’으로 기존의 자동제세동기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시스템으로 크게 자동제세동기와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사용자의 심장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팔찌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기기 간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하는 개념디자인을 제안하였다.

2013년 여름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같은 과 선배로부터 시스템디자인수업에서 같은 조를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시스템 디자인 실습은 산업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3학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업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고 특히 수업의 모든 프로젝트가 조를 짜서 진행하므로 아는 사람들과 미리 조를 짜놓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선배와 함께 하기로 하였다. 수업진행은 크게 3단계로, 기본적인 역학에 관한 학습, 기존 제품 문제점 분석 및 리디자인, 새로운 제품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마지막 단계가 가장 어려울뿐더러 학점에서도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젝트인데 크게 두 조로 나뉘어 우리 조는 자동제세동기를, 다른 한 조는 헬스자전거를 디자인하였다.

자동제세동기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장 정지 상태의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을 원상태로 되돌려주는 기기로써 의료인만 사용할 수 있는 수동제세동기와 달리 일반인들도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버튼 한 두 개로 모든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으며 배터리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기를 이용하면 갑자기 발생 된 심장관련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동제세동기는 낯선 기기이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심정지 환자와 자동제세동기 보급에 대한 법률적 강화 등을 보아 향후 몇 년 뒤에는 자동제세동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기존의 자동제세동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조금 더 값싸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자동제세동기를 디자인했다.

자동제세동기의 이름은 ‘VESTA’로 로마 신화에 나오는 가정을 수호하는 ‘Vesta’라는 여신의 이름을 따왔으며 시스템은 크게 자동제세동기와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사용자의 심박수를 체크하는 팔찌로 구성돼있다. 조원은 총 6명으로 초반에는 함께 자료를 조사한 후, 디자인을 하는 단계에서는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자동제세동기 디자인을 맡았고 다른 한 팀은 어플리케이션 설계 및 GUI 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나는 어플리케이션조에 속하여 GUI디자인과 플래쉬 작업을 맡게 되었다.

어플리케이션의 역할은 크게 비상시와 평상시로 나뉘어지는데 평상시에는 심박수 관리, 자동제세동기 관리 그리고 응급처치 관련 교육을 담당하고 비상시에는 신속한 신고를 돕는다. 별도로 사용자의 심박수를 체크할 수 있는 팔찌가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항상 체크하고 스마트폰에 심장 정보를 보내 사용자가 평소에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심장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한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팔찌가 사용자의 심박수의 이상 유무와 움직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분석한 후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면 비상신호를 스마트폰에 보내 빠르고 신속하게 119센터에 신고를 한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에 저장해놓은 비상연락망으로 긴급문자를 보내어 응급구조대보다 더 먼저 올 수 있는 근처의 가족이나 이웃들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동제세동기 프로젝트가 교내 캡스톤 디자인 우수사례로 뽑혀 10월 23일, 24일, 25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산학연협력 EXPO에 참가하게 됐다. 이 전시회는 캡스톤 디자인 우수성과뿐만 아니라 LINC가족기업 취업박람회나 창인발굴 오디션, 창업 페스티벌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었으며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 고등학생, 직장인들도 많이 참가하여 각기 개성 있고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선보였다. 전시기간이 시험기간하고 겹쳐 팀원들이 각자 맡을 시간을 정해서 부스를 맡았으며 비는 시간에는 링크사업단에서 오신 직원들이 대신 자리를 지키며 설명을 도와주셨다.
첫날에는 한 시간마다 한 번씩 고등학생 단체관람객들이 와서 전체적인 시스템 및 디자인 프로세스등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와는 달리 요즘 고등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받아 자동제세동기와 응급처치 방법 등을 알고 있어 새삼 나이차이를 실감 할 수 있었다. 설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후 시간이 조금 남자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학교 출품작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마감 품질이 뛰어난 출품작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출품작들까지 역시 대학생들만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이었다. 전시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던 점은 프로토 타입의 작동 유무가 보는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즉 실제로 사용 가능한 정도로 구현하여야 하는데 시간, 기술,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작동되는 프로토 타임은 만들 수 없었다. 또한, 다른 팀들은 특허나 실용신안도 등록하고 비즈니스에 관한 부분도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으며 실제로 출품작들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구현 가능성과 사업모델 등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전체적인 시스템 개념과 외관에 집중하여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쓰지 못했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이번 산학연협력 엑스포를 통해 다른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출품 된 신선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었고 또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조언들은 들을 수 있어서 진로설계와 앞으로 무엇을 좀 더 공부해야 할지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링크사업단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산학협력 선도모델을 창출하여 창업 혹은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

가치의 재탄생

모두들 재활용, 리사이클링 (recycling)이란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재활용이란 수명을 다한 제품이나 원료 등을 회수하여 재생, 이용함으로써 유한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는 것으로 ‘재순환’을 말한다. 세계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아주 중요하며 국가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재활용이 당연시 되고 있고, 우리 생활 속에도 재활용은 깊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분리수거도 재활용의 한 방법이며 이외에도 리폼이나 중고 옷가게 등 우리는 기존의 자원을 일상 생활에서 쉽게 재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기존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서 더욱 더 가치있는 재활용(re-cycle) 방법이 생겨났는데. 바로 업사이클(up-cycle)이다.

새활용이란 말로도 쓰이는 업사이클은 기존에 단순히 용도를 변경하는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단순한 재사용 보다 한 단계 진보된 개념으로써 재활용품에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불어 넣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여 멋지고 아름다운 것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업사이클의 실천 사례로는 가정과 사회 에서 여러가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가 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업사이클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이 있다. 업사이클은 환경을 더 욱 가치있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에 많은 기업 들이 업사이클을 사회적 공헌의 방법 중 한가지 로 실천하고 있다.

업사이클을 실천하는 유명한 기업으로는 스위 스의 프라이탁(freitag)이 있다. 취리히에서 가방 속 물건이 비에 젖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물색하 다 낡아 버려지는 트럭의 방수 덮개에서 아이디 어를 얻어 메신저 백을 만들면서 시작된 이 기업 은 낡은 트럭 방수 천막과 현수막, 폐타이어, 자 동차 안전벨트 끈 들을 이용하여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낸다. ‘인간과 지구 를 보호함으로써 선한 이윤을 얻는다’라는 프라 이탁의 기업 철학답게 이 기업의 제품은 업사이 클링이란 아이덴티티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렇 게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가방 들은 유일한 패턴을 가진 가방으로서 희소성까 지 갖추게 되며 인기를 끌어 연간 30만여 개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프라이탁 가방이 판매되는 취리히의 본사도 17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솔메이트 삭스의 제품
솔메이트 삭스의 제품

또 다른 기업으로는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오 래된 소방 호수를 가져다 가방, 벨트, 지갑 등을 만들고 수익의 절반을 소방서에 기부하여 화재 진압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관들에게 지 원하고 있는 독일의 포이어웨어(Feuer wear)가 있다. 이 브랜드의 제품들은 모두 수작업 공정 으로 이루어지며 프라이탁과 마찬가지로 세상 에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한 상품이다.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소방 호스의 글자 마크를 간직한 채 제작이 되고 있으며, 직원이 5명 뿐이지만 전 세계에 80개 매장을 가지고 있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가구 업계의 대표적인 업사이클 빈티지 브랜드 인 우리나라 기업 매터앤매터가 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의 화물을 운송하던 트럭과 오래된 집, 어선으로 사용하던 배, 바닷물에 오랜 시간 담겨져 있던 나무를 해체하여 얻은 나무들로 인 도네시아 현지에서 공정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 구로 탄생시킨다. 문제가 있던 나무들로 제품을 만들게 되기에 흠집이 나있고 큰 흠집 같은 경 우 나무를 메꾼 흔적이 나있지만 그런 점들을 빈 티지 적인 요소로 탈바꿈 시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하고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교 통수단인 모터사이클의 폐타이어를 이용해 신 발을 만드는 인도솔(www.indosole.com), 타이 어로 핸드백, 백팩, 휴대폰 파우치 등을 만드는 사이클러스 (www.cyclus.com), 헌 옷에서 실을 뽑아내 그 실로 양말을 만드는 솔메이트 삭스 (Solmate Socks) 등 업사이클 브랜드들은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며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업사이클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업사이클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패션이나 가구 업계의 업사이클링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눈길을 끌만한 제품들을 내놓으며 마니아 층을 꾸준히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서 그를 통한 작품이나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오래되진 않았지만 우정사업부가 사회적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업사이클링 전시를 연지도 2회째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만으로는 업사이클링 시장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고, 재활용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숙련된 디자이너가 확보되지 않아 제품의 가격이 높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 보호와 독특한 디자인 등으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업사이클링 시장은 더욱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의 재활용 비율은 49.2%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하고 있어 23.3%의 미국, 15%에 불과한 프랑스보다 훨씬 높다는 점 역시 업사이클 사업을 하기에 유리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재활용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업사이클링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대단히 큰 흐름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우리나라에선 곧 업사이클이 새로운 디자인, 시장 트렌드로 크게 뜰 것이며 그에 따른 제품들도 아주 많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사이클을 보며 그저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거나 실용적으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업사이클링의 의미는 환경을 위한 작업인 동시에 버려지는 물건으로부터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고쳐 사용하는 것. 그저 환경을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도 충분히 생각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Universal Design

유니버셜 디자인 수업
수업 유니버셜 디자인은 디자인 융합과정으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지식을 획득하고, 아이디어를 공유 및 창출하는 강좌이다. 학생들은 인간의 물리적 · 인지적 능력을 학습하여, 장애인 및 고령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안한 제품, 기기, 환경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들을 각종 실습과 사례 조사, 등을 통해 탐구한다. 수업은 산업 디자인전공 교수와 물리치료학 전공 교수 2인의 공동지도 하에 진행된다. 산업디자인 영역으로 인간공학과 유니버셜 디자인을 심화 탐구하고, 물리치료학 기초 영역들을 배움으로써 학생들은 다양한 시선과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두 학문의 융합을 통해 기존에 디자인 영역만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내는 능력을 배양함에 수업의 목표가 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두 전문 영역의 융합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
흔히 유니버셜 디자인을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인식하지만, 유니버셜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수를 위한 디자인이다. 장애의 유무나 기타 요인들에 상관없이 가능한 넓은 범주의 사용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제품이나 환경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고려 대상자인 장애인이나 고령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사용의 혜택을 주기 때문에 범용성을 특징으로 가지며, 초보자와 익숙한 사용자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때문에 유연성 또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큰 특징이 된다. 그러나 범용성과 유용성을 위해 좋은 디자인이 요구하는 어떠한 작은 요소도 포기하지 않는다. 즉, 유니버셜 디자인은 다수의 사람들의 편의와 요구를 수용하며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겸비하는 것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뉴욕 필 오케스트라 연주 중단 사태가 있다. 연주 중단 사태는 객석의 노신사가 원인이었다. 연주가 한참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 순간에 노신사의 아이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노신사는 소리를 끄는 방법도 몰랐으며, 배터리도 분리할 수도 없어서 자신의 벨소리를 오케스트라 연주에 더하였다. 이는 사용자가 제품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생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에 유니버셜 디자인적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다.

반대로, 유니버셜 디자인이 잘 적용된 성공 사례로는 OXO International의 Good Grips 시리즈들이다. 제품의 편의성과 기능을 고려하여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OXO 제품들은 유니버셜 디자인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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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O의 제품들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탄생의 배경에서도 유니버셜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OXO의 설립자인 Sam Farber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부인이 주방기구들을 사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것이 원인이 되어 제품의 디자인을 고안해 내기 시작했다. 그는 몸이 불편한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였고, 동시에 제품 사용의 효율성도 설계의 고려 대상으로 포함하였다. 그는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기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와 판매상을 만나는 등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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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그림1

Eye Drops Applicator[그림1]는 손잡이를 누르면 안약이 자동으로 투입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안약통을 편하게 들어서 원하는 지점에 쉽게 투약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최소한의 힘으로 안약을 투입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추었다.

그림2
그림2

AT&T 사의 Big Button Phone[그림2]은 고령자와 약시 환자를 위해 디자인 된 제품이다. 버튼이 크고 숫자가 명확하게 표기되어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용이 편리하며, 경련이나 손 운동 장애를 갖은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의 디자인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특정 대상자만을 위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으며, 심플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3
그림3

트라이포트 플레닝의 핸디 워미[그림3]는 비닐봉투를 손으로 잡을 때 사용하는 보조 손잡이이다. 이 손잡이는 손에 걸리는 무게를 분산하여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제품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좋은 유니버셜 디자인은 다양한 사용자들 모두가 제품 또는 환경을 이용함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며, 외형의 모습도 훌륭한 디자인 요소를 갖추는 것이다. 수업 때 이와 같은 다양한 사례들을 조사 및 분석하고, 학생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기존의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새로이 고안하여 다양한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기본적인 법칙을 익힌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7가지 법칙

유니버셜 디자인에는 7가지 법칙이 있다.

  • 공평한 사용_Equitable Use
  • 사용에 있어서의 유연성 확보_Flexibility in Use
  •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_Simple, Intuitive Use
  • 쉽게 인지 가능한 정보_Perceptible Information
  • 오작동에 대한 포용력_Tolerance for Error
  • 신체적 부담의 경감_Low physical Effort
  • 여유 있는 공간의 확보_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이 유니버셜 디자인의 7법칙이다.

“공평한 사용”은 어느 그룹의 사용자에게도 유용하고 판매할 만한 디자인을 의미하고, “사용에 있어서의 유연성”은 넓은 범주의 개인적 선호도 및 능력을 충족시키는 디자인을 뜻한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은 제품 혹은 환경의 사용법이 사용자의 경험, 지식, 언어능력, 집중력 증에 제한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하며, “오작동에 의한 포용력”은 실수나 의도하지 않은 조작에 대하여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신체적 부담의 경감”은 사용자의 신체적 부담이나 수고를 줄여 효과적이고 안락하게 하는 것이며, “여유 있는 공간의 확보”는 사용자의 신체 크기, 자세, 움직임을 고려해 적정한 크기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위의 7가지 법칙들을 사례연구와 프로젝트 진행, 등을 통해 학습하며, 더불어 이를 적용 및 응용하여 개인의 디자인 능력으로 내재화 한다.

장애와 고령화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을 통해 이들이 겪는 불편함을 체험하고 이해한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인지와 언어장애, 이들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복합장애, 등 여러 장애의 요인과 특징들을 배움으로써, 이들 생활의 불편함을 감소 및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디자인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이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체험하기 위해 각종 장애 체험기기를 이용한 실습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없었던 불편함을 경험하고, 이를 기반으로 불편함을 완화하는 디자인을 고안한다. 그러나 디자인을 함에 특정 소수 사용자를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진정한 의미의 유니버셜 디자인이며, 이것이 유니버셜 디자인이 추구하는 바이다.

성남고령친화센터 방문
성남고령친화센터 방문을 통해 실제 고령자들이사용하는 제품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 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성남고령친화체험관은 전시체험, 생애체험, 치매체험 등의 3가지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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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체험실에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사용 대상자로 고려하여 디자인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전시체험을 통해 이들을 위한 제품에 대해 파악하고 체험하게 된다. 11개의 테마 공간을 관람하며 전문가의 설명을 통해 현재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애와 고령화에 대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유니버셜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장애와 고령화는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디자인된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이들이 생활함에 불편함을 느끼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 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이들의 불편함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에 대해 생각한다. 실제 관람을 마친 학생들은 자신의 주위에서 잊고 지내던 장애나 고령자들에 대해 생각하고, 사회적인 분위기와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유니버셜 디자인적 관점으로 해결 방안들을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수업 유니버셜 디자인은 디자인 분야의 탐구뿐만 아니라, 장애와 고령화에 대한 체험과 학습을 통해 일반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환경과 상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하며, 미래에 전문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게 될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Universal Design = Design for All

Interaction Design

디자인예술학부에서는 3,4학년 학생들을 2012년 2학기 대상으로 인터랙션 디자인(캡스톤 디자인) 교과목을 운영하였다. 캡스톤 디자인의 취지에 맞게 산업 현장의 관심 트렌드를 파악하여 과제를 발굴하였고,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직 운영 방식을 교육에 도입하여 다양한 자질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팀으로 구성하여 운영 하였으며, 과제 종료 시에도 현재 디자인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결과물들을 산출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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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캡스톤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 3 요소

1. 캡스톤 디자인 개요
캡스톤 디자인(capstone-design)이란 공학계열의 학생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학 전 과정에서 배운 모든 이론 교과목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산업체와 연계하여 작품을 기획ㆍ설계ㆍ제작하는 일련의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종합설계(Capstone-Design)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용하여 팀원으로 하여금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의사소통기술과 실제 설계이론을 적용하여 창의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캡스톤 디자인은 기업수요에 부응하는 교과과정 개편(교과목ㆍ교재ㆍ교수법 등), 산업에서 요구하는 과제 발굴 및 수행등을 통해 제품의 실용화를 촉진하고, 학생을 관련 산업 기업으로 취업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산학협력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2. 인터랙션디자인(캡스톤 디자인) 수업 소개
2-1. 실무형 디자인 프로세스
본 수업에서는 산업 밀착형 교육을 위하여 현재 기업에서의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물도 현재 디자인 현장의 요구에 근접한 수준으로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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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인터랙션디자인실습(캡스톤디자인) 프로세스

1) 과제 기획: 시장자료 조사 및 기업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IT 산업 현장에서의 중요한 많은 트렌드 중 하나로 ‘지식 경험 공유(knowledge sharing)’ 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 키워드가 본 수업의 대주제로 선정되었다.

2) 기회 발견: 최근 산업현장에서는 다양한 통찰력(insight) 얻기 위해 디자인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리서치와 분석이 이루어진다. 본 수업에서도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리서치 전에 인문ㆍ사회학적 측면, 사용자의 요구사항 측면, 시장성 측면, 기술 구현 가능성 측면에서 분석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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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기회 발견을 위한 다면 리서치·분석 목적 및 방법론

3) 타겟 설정: 사용자 그룹별로 온라인 설문 및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발견된 사용자 요구 사항들을 선별하고 다음 단계에서 각 팀별로 컨셉을 발굴하기 위한 기본 프레임으로 사용될 PX(persona-experience) 맵을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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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타겟 설정을 위한 프레임 (PX(persona-experience)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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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특허 출원서

4) 컨셉 발굴: PX 맵 상에서 각 팀별로 컨셉 타겟 영역을 설정한 뒤 컨셉을 발굴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크리에이티브 워크샵’이라는 명칭 하에 학생 및 교수가 같은 팀원 한명 한명으로 참여하여 수평적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굴하도록 하였다. 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도되었다. 본 수업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산업 현장의 실무자들이 본 워크샵에 함께 한다면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컨셉이 발굴될 수 있다. 이렇게 발굴된 컨셉들은 디자인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컨셉 선별 과정이 필요한데 본 수업에서는 선행 특허 조사를 실시하였다. 변리사를 초청하여 선행 특허 조사에 대한 기본 교육을 실시하였고, 특허검색을 통해 학생들은 본인들이 낸 아이디어와 비슷한 특허 유무를 확인 할 수 있었으며 유사 특허 발견시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 또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특허 변리사와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특허 출원서 작성 및 본인들의 특허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지도 받을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특허 출원으로 학생들은 본인들이 발굴한 컨셉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었다. 본 수업 과정에서 발굴된 컨셉 중 5건이 국내 특허로 출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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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특허 출원 결과

5) 상세 디자인: 현재 IT 산업에서 요구하는 디자인 결과물들은 각각의 디자인 전공자들이 각기 다른 결과물을 내 놓는 방식이 아닌 서로 융합하여 하나로 어우러진 최적의 디자인이다. 이에 본 수업에서도 팀원은 다른 전공(산업디자인ㆍ시각디자인ㆍ디지털아트)이지만 결과적으로 종합된 하나의 결과물로 사용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6) 시제품 제작: 기존의 제품디자인의 경우 제품의 외형을 디자인하고 3차원의 디자인 목업을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디자인에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을 디자인하고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시제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본 수업의 결과물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제품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경험을 평가하기 위하여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였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는 작동되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이 부족할 수 있었지만 해당 제작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를 만나서 지도를 받거나, 다른 학과다른 전공 학생들과 함께 협업하여 결과물을 도출하였다.

7) 평가ㆍ피드백: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수행해 온 디자인 결과물을 평가 받는 다는 것은 교육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캡스톤 디자인 프로세스 중에도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가 있는데 해당 수업 이외 다른 수업에서 개발된 결과물도 공유하고 우수 사례에 대해 수상을 하는 등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본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 받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또한 본 수업 결과 시제품들은 외부 학회(2013 HCI korea 학술대회)에도 출품하여 7개 작품 전시와 논문 발표를 하였으며, 그 자리에서 기업의 실무자들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작품을 외부인들에게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림) 외부 캡스톤 디자인 결과 전시 및 발표
그림) 외부 캡스톤 디자인 결과 전시 및 발표
그림 ) 시제품 제작 및 구현
그림 ) 시제품 제작 및 구현

2-2. 실무형 디자인 지도 방법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맞추어 인력 및 조직에도 유연함이 필요하다. 본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유연함을 가지도록 진행되었다.

1) 팀 구성: 기업에서는 주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프로젝트 팀(Task Force Team, TF)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단기간에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하여 각자 다른 부서에 있더라도 프로젝트 수행 기간 동안은 한 공간에 모여 해당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본 수업에서도 각기 다른 배경과 소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하나의 팀으로 구성하여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개발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하였다.

2) 운영 방식: 강한 팀워크는 팀원 한 명 한 명의 전문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이를 하나로 응집시킬 수 있을 때 최대의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팀원들의 전문성을 단기간에 상승시키기 위해 새로운 교육 운영 방법론인 십자형 팀ㆍ그룹 조직을 운영하였다. [그림14]에서 팀당 한 명씩 선발하여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학생들끼리 그룹을 묶어 해당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때 각 그룹별로 해당 분야 전문가(기업 실무자 및 전공 교수) 미팅을 통해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거나 리서치ㆍ분석 방법론을 지도 받기도 하였다. 이후 그룹별로 결과물을 산출한 뒤 팀원들은 그 결과물들을 가지고 각 팀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모인 팀은 4개의 다른 그룹 결과물을 기반으로 컨셉 타겟 영역을 설정한 뒤 세부 컨셉을 발굴하였으며 이 컨셉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특허 출원으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였다.

표 ) 다양한 평가 과정
표 ) 다양한 평가 과정

2-3. 수업 결과물 사례
1) 투명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뉴 인터랙션 제안: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투명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뉴 인터랙션에 대한 컨셉.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IT 기업을 위한 컨셉으로 특허 출원을 통하여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였으며 프로토타이핑을 통하여 구현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그림 ) 탈부착형 안경 디스플레이 시스템 구조도
그림 ) 탈부착형 안경 디스플레이 시스템 구조도

2) 탈ㆍ부착형 안경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의 하나로 스마트 글래스는 미래에 부각되는 새로운 디바이스 플랫폼이다. 이를 타겟으로 한 분리형 스마트 고글 시스템으로 제품 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컨셉을 발굴하였으며 특허를 출원하였다.

 

 

3) 테이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카페 UX: 최근 삼성전자에서도 새로운 마켓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디바이스로 테이블 디스플레이(SUR40)를 개발하였다. 본 컨셉은 본 디바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제안한 것으로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하였다.

그림 ) 테이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카페 UX 프로토타입
그림 ) 테이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카페 UX 프로토타입

3. 의의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교육에 적용하여 학생들이 디자인 실무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발굴한 컨셉은 디자인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특허를 출원하여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후 디자인으로 구체화 시켰다. 또한 제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고려하여 디자인 전 공간 융합된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제작, 컨셉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결과물들을 교내ㆍ외 전시회에 출품하였으며 다양한 업계의 실무자들에게 직접 발표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작품의 산업 현장에 응용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디자인 실무 간접 체험’, ‘특허 출원’, ‘실무형 시제품 제작’, ‘외부 전시 발표 및 실무자 피드백’ 등으로 본인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인한 예비 디자이너로써의 자신감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Healthcare Design

1. 수업 개요
/2013-1 헬스케어디자인

헬스케어디자인 수업은 ECD 융합디자인 전공과목으로써 디자인전공자들과 타전공자들의 융합프로젝트를 통하여 협업에 대한 역량을 증진, 디자인결과물을 산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3년도 1학기의 헬스케어 디자인 수업은 이전과는 다르게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와 방법론들이 요구되었다. 하여, 현재 의료서비스디자인을 실무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구정하 강사님이 수업의 진행에 참여하였고 이 글의 후반부에서는 구정하 강사님과의 인터뷰에서 있었던 의미 있는 내용들을 전하고자 한다.

본 수업의 과정은 한 학기동안 두 차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디자인예술학부의 이주명 교수님의 지도 아래 ‘건강검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구정하 강사님의 지도로 ‘원주기독병원의 로비’를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디자인을 제안하였다. 본 수업에서 진행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필자는 10주간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의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2. 수업 과정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병원 로비는 환자가 병원과 만나는 첫 실내 공간이자 직접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기다리고, 이동하고, 정보를 제공받고, 소통하고, 거래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원주기독병원의 병원로비를 대상으로 환자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 또는 로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행위를 재해석하여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Design for User Experience)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다음은 프로젝트의 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1) 디자인 리서치 : 배경지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기술과 고객 지식, 비즈니스 환경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정의하고, 조사계획 및 사전 준비를 통해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한 후, 병원 현장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리서치를 더욱 심화 및 확장해 나갔으며 이 밖에 탐구를 위한 방법(도구)으로 에쓰노그라피, 이해관계자맵, 쉐도잉 등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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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료 해석과 아이디어 발상 : 리서치를 진행한 후에는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여기에는 퍼소나와 시나리오, 디자인 드라이버 등의 방법이 이루어졌으며 로우데이터(rawdata)가 아닌 결과물에 대해 시각화한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요구되었다. 디자인 드라이버는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일컫는 말로 통찰(insight)과 그것의 집합체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며 모든 팀들은 리서치와 전략, 가치, 그리고 통찰을 컨셉(concept)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학습하였다.

untitled-243) 컨셉 선정과 발전, 심화 : 하지만 리서치 과정 및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 디자인 도구들이 어느 한 단계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때까지 수행과 반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는 순차적이기 보다는 순환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체화/시각화 과정을 통해 컨셉을 도출하고, 이를 발전·심화 시키는 단계를 몇 주간 진행하였다.

4) 발표와 전시 : 10주간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 발표 및 전시를 진행하였다. 각 조는 그 간 연구해왔던 환자 및 보호자의 needs와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내었다. 이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형태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제품/시스템의 도입, 병원을 찾는 이들 중 각기 다른 needs를 갖는 사람들을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이었다. 아래는 그 결과물의 모습이며 왼쪽부터 차례로 ‘Mom’s eye’, ‘도란도란 수납’, ‘로비테라피’이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대기 시간을 줄일수 있도록 한 무인 수납 서비스, 야간 로비를 활용하여 내원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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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와 의의

“헨리 포드가 만일 일반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는 소니 전 회장이었던 모리타 아키오의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객 insight를 얻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일반인들을 이끄는 것은 분석이 아닌 직관을 통한 혁신적 사고를 바탕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을 반박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으나,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문제해결’로써의 디자인 개념이 부각되면서 디자이너들은 현상을 더 나아지게,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는데 이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조형을 만들어 내거나 시각화하는 과정보다는 리서치와 분석에 대한 과정을 더욱 강화하게 하였다. 보통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에 사용자 조사를 하는 과정을 생각해보겠다. 이 과정은 문헌조사보다는 관찰, 인터뷰 등의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들이 과연 얼마나 잘 수행되어지느냐 하는 문제는 연구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과연 우리는 이들을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확실하게 사용했을까?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본 수업의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들과의 인터뷰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리타 아키오의 말처럼 고객에게 물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어떠한 직관적 사고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의료 서비스 디자인’은 다르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수많은 서비스 산업 중 특히 의료산업은 사람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의료현장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한 환자를 포함해 의료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직관적 사고보다는 오랜 기간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쌓은 지식과 사람 중심의 분석적 사고가 바탕이 된 서비스 디자인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본 수업에서 진행되었던 두 번의 의료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향후 학부 학생들이 이 분야로 진출함에 있어 서비스 디자이너 또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써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는 첫 발판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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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_김민주_Kim, Minju / 산업디자인전공 / 석사과정
인터뷰이_구정하_Ku, Jungha / Design Care / Service Designer

1. 선생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비스 전략 디자이너’ 구정하입니다. 서비스디자이너라는 말은 굉장히 흔하게 쓰이지만, 본질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의료산업에 관하여 서비스 전략, 병원 경영, 환경 디자인 이 세 가지를 다루며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입니다.

2. 지난 헬스케어디자인 수업에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이 어떠하였나요? 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들로 인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이 학생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확립된 상태가 아니라 그것조차도 키워나가야하는 학부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들이야 결과적으로는 이 수업에서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차원에서 좋은 것이지만 타 전공의 학생들에게는 ‘이 수업을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그들에게 이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진행을 해보니, 잘하더라고요.(웃음)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자기분야에서의 관점을 유지한 채 방향을 내놓고,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백퍼센트 쏟으려고 하는 부분들이 아주 좋았어요. 나중에는 타 전공의 학생이 처음 보는 디자인 프로그램 툴들을 배워가며 같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들 간의 확연한 경계가 있었지만 나중이 되어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된 거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 오픈마인드가 되고, 팀원들과 무언가를 함께 도모해 보아야겠다는 생각들이 생긴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이야말로 이 친구들이 얻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도 결코 디자이너만 해서는 나올 결과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학생들 스스로도 결과물이나 아이디어가 혼자 진행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수업에 비중을 두게 된 것도 그들이 스스로 느끼는 충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해요. 또 결과물 자체를 보기 보다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웠다는 의미가 중요하구요.

3. 디자인 분야에서 새롭게 대두된 서비스디자인의 의미와 이것이 갖는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는 서비스디자인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은 ‘서비스디자인이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가지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디자인적 사고가 갖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는 디자이너가 쓰는 방법이나 프로세스를 문제해결에 사용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서비스가 있고 이들은 고유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부족했어요. 하지만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디자이너가 일을 하는 방법과 프로세스 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 것이죠. 서비스디자인은 사람을 중심으로, 또 그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비단 서비스 뿐 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여러 사람들을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시켜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서비스 디자인 또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의료산업에서 서비스디자인이 갖는 위기와 기회는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현재는 ‘의료서비스디자인’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고 국가적으로도 지원을 많이 하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서비스 디자인을 의료산업에 적용할 때에, 디자이너가 그저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짠’하고 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의료계에서는 그저 이벤트성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일로 서비스디자인이 부각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워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실제로 병원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의료계 전체가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등을 돌려버릴 수가 있는 거죠. 이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위험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고, 일을 하는 방법이 바뀔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알려줘야 합니다. 의료서비스에서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굉장히 한정적이고 지엽적일 수밖에 없어요. 의료계는 굉장한 전문성을 가진 분야이고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광범위한 곳이니까요. 우선 디자이너는 의료계 내의 사람들을 알아야 하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가져야 해요. 의료계가 가진 문제를 풀기 위해서 디자이너의 이러한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이를 서비스디자인이 잘 해낸다면 의료계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선생님께서 의료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실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나요?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노력합니다. 초반의 리서치 및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과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자료들을 잘 모으는 게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해요. 이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얼마나 동기를 가지고 참여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물론 개인적인 동기들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들이 즐겁게 참여해야 무언가가 되는 것이거든요. 이처럼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참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이야기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요?

6. 미래의 서비스디자이너를 꿈꾸는 연세대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신문도 많이 보고, 인문학 관련한 책들을 보는 것도 좋고, 다방면에 관심을 많이 가져두는 것이 나중에 서비스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 중요한 원천이 될 것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혼자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전문지식은 아니더라도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해요. 디자인 고유분야가 아닌 분야들에 대해서도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서비스디자이너는 종전 디자이너의 역할처럼 시각화를 전담하는 역할에서 벗어났으며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숨어있는 창의력을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예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디자이너가 세상에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퍼스펙티브

우물에 빠진 공을 가장 확실하게 꺼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답은 우물에 물을 가득 채워 넣는 것이다. 가장 확실하지만 쉬워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우물에 빠진 게 공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면, 빠져 나가기 위해 하늘보고 물이 찰 때까지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내가 빠진 우물을 맨손으로 가득 채워 넘치도록 만드는 일. 물리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이 비유에서 한 가지 불행이자 다행인 것은, 세상살이가 단순히 우물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유년기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까지 나의 장래희망은 한결같이 공학도였다. 수능이라는 작은 폭풍에 떠밀리고 나서 정신차려보니 말라버린 거대한 우물 같던 혹한의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루고 있었다. 그리고 공학도 꿈나무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전공 책의 제목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였다. 스스로를 굴러들어온 ‘돌’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나보다 일찍부터 착실히 준비해왔던 동료들에 대해 열등감의 연속이었고 그들이 갖지 못한 걸로 나의 영역을 굳건히 해야 했다. 내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것이었다. 처음엔 오기로 시작했던 고민이 언젠가 부터는 졸업 전에 디자인사에 한 획을 그을 마스터 피스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호기로 바뀌었는데, 덕분에 졸업 직전까지도 결과물들의 면면은 참담했다. 그래도 천직이라 생각해서 사명감까지 갖고 있던 제품디자인이었건만, 학교를 벗어 난지 2년, 건축설계사무소를 다니면서 컨퍼런스 기획자로 일하다 보니 내 정체성은 더더욱 모호해져있었고 원래부터가 굴러들어온 돌이었던 탓인지 다행히도 다른 곳으로 구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좀 덜했다. 이왕 구르기 시작한 거 좀 더 구르자는 생각 끝에 남은 한 가지 유일한 걱정거리는 남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겐 두 개의 화두가 생겼다. 하나는 우물을 파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물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한 우물만 파라’는 것과 ‘우물안 개구리’라는 상투적인 두 격언에서 우물이라는 것은 하나는 긍정적이고 하나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덕에 언뜻 보면 둘은 모순 관계에 놓여있는 것 처럼 보인다. 어디까지나 비유의 부작용인데. 그 행위 주체를 명확히 하면 답은 보다 명료해진다. 우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깊이 파고 들 되, 넓은 시야를 잃지 않는 것. 오히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다.
우물을 판다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를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내가 속한 문화의 맥락에서 치열한 고민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학생활 중 가장 스스로 만족했던 결과물은 수백 장의 스케치에서가 아니라 한참을 책을 읽으며 고민하던 중에 만들어졌다. 나만의 것을 찾기 위해서는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야 한다는, 확신처럼 굳어진 첫 번째 화두에 대해서는, 내 짧은 경험만으로 증명 할 수 없으니 사례를 빌려와야겠다. 처음 이런 종류의 사명감을 갖게될 때쯤 가장 좋아하던 디자이너가 한 명 있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입지를 굳힌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일화를 좋아하는데,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 뉴욕 등지로 유학길을 떠나, 지방시, 기라로쉬 등의 유수의 브랜드에서 일하고 돌아와 그는 이런 이야길 했다. ‘서양 복식은 완벽했습니다. 아무리 시도해도 거기에는 내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곧 동양인인 자신이 서양의 방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이었고, 이후에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그 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이세이 미야케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다. 표면적으로 디자인은 한 명의 탁월한 개인이 천부적인 감과 통찰력으로 빚어내는 듯 보이지만, 그 탁월한 개인과 디자인은 역사와 문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하고 성장한다. 이 외에도 일본의 건축, 그래픽, 제품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방식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두 손에 다 꼽지 못한다. 이에 비해 아직까지 제다움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 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며, 평생의 화두로 확신을 갖고 정진해야하는 이유이다.

블루오션은 곧 레드오션이 되고 레드오션끼리의 교차점에 또 다른 블루오션이 생겨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사건이 아니다. 넘쳐흐른 물은 어디로든 흐를 수 있다. 학문 역시 마찬가지라 그 영역과 깊이를 더하다 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접점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세상은 언제나 맞닿은 우물의 연속이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단지 그 깊이가 깊어졌을 따름이다. 내 두 번째 화두는 반쯤은 흥미와 동경에 의해서, 반쯤은 필요에 의해서 구체화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던 날, 세상은 그의 환상적인 프레젠테이션 아이디어와 언변, 제스처를 거듭 연구했다. 심지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가 등장하는가 하면 엄청난 양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모든 건 서류봉투에 들어가는 맥북이 없었다면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를 간과해버린다. 이를 모르지 않았음에도 학창시절 마지막 1년은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것이라 보이는 모든 것들을 좇았다.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한창 막막해지던 시기에 차라리 청량했던 새로운 고민을 얻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쯤 마주했던 전공 바깥의 모든 것들은 흥미와 가능성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영감의 원천, 참조, 도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들의 위상이 역전되어 신입생 때 주어졌던 예술가와 디자이너라는 명제를 다시 곱씹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194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예술, 디자인, UX, 미디어 아트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사례들과 연구 자료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경계의 희석은 이미 충분히 일반화가 가능해졌고, 대부분의 디자인 스튜디오들이나 그토록 보수적이라는 건축분야도 이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추세다. 이게 서로의 밥그릇 뺏기인지 새로운 기회인지 생각해보기 이전에, TEDx 컨퍼런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조금은 특이한 배경의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이 모호함 들을 정리하게 해주는데 유용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모두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온전히 제품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결합한 모든 것들과 친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이와 차별성을 확고히 다지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의 분야에 갇히지 않는 것. 2년 전이었다면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한 바람직한 상은 T형 인간이라 정리 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앞서서 세상은 맞닿은 우물이라 이야기했으나 발전에 따라 경계를 허무는 촉매들이 무척이나 다양해졌기 때문에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 됐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 이는 분명히 새로운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협이기도 하다.

학교를 나와서 했던 모든 활동 중 어떤 것도 산업 디자인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예술가도 건축가도 아닌 산업 디자이너라 소개하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구분짓기에 대한 모든 혼란은 그 판단의 기준을 하는 일과 스킬, 그에 따라 갈라놓은 분야에 따르는 것에 익숙해진데서 비롯된다. 디자이너라 하면 포토샵 기술자가 아니라 나름의 프레임으로 자신을 설명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내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나는 여전히 모든 현상을 산업 디자이너의 프레임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뚜렷한 태도의 확립은 예술을 해도 예술가가 아니고, 건축을 해도 건축가가 아닌 이유가 된다. 컴퓨터를 탑재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컴퓨터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폰이든 아날로그 식 전화기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본질이 변하지 않았기에 그렇다. 이 본질을 망각한 제품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 그 이전에 문화-역사적 DNA를 바탕으로 견고히 확립된 본질에 기대어 그에 따른 태도를 취한다는 것. 그 방점으로부터 나는 내가 될 수 있고 확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퍼스펙티브인 것이다.

그대들은 지금, 가장 아련한 순간을 살고 있다.

2003년 11월 셋째 주쯤 됐을까. 적당히 날씨가 시큰시큰해져갈 무렵 나는 우리학교 교정을 처음 밟았다. 수시모집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면접시험 예정시간보다 한참을 일찍 도착한 새벽녘이라 공기는 푸르스름했고 미래동산을 잽싸게 넘어 다니던 청솔모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조심성 없이 바스르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지금 내가 밟고 섰는 이 학교가 나의 학교가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그저 표현해 낼 수 없는 여러 가지 기분들이 한데모여 연신 내 심장을 쿵쾅쿵쾅 두드리고 있었는데 설렘이었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 이는 대학을 졸업한 지금, 대학시절을 함께 보내온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추억을 팔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내 대학생활 성장 이야기의 프롤로그이다.

열아홉 평생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며 나를 못살게 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자마자 맹목적으로 갈구하던 해방감에 도달했을 때, 시험결과는 이미 관심 밖. 나는 이미 대학생이라며 유세를 떨고 있었다. 나의 머리는 봄날의 개나리보다 한참은 더 일찍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수험표로 수험생 할인을 받아서 구매한 최고급 옷가지들을 걸치고서는 거울 앞에 서서 두서없이 길러놓은 머리를 이렇게 만져 보았다가 저렇게 만져보았다가 하는 것이 하루일과 중 가장 진지하고 골똘한 일과였다. 지금도 이렇게 써내려가면서 그때를 다시금 되짚어보니 정말 고민할 것도 없었고, 두려울 것도 없었고 또, 못 할 것이 없었다. 물론, 그때에는 고민하다 놓쳤고 두려움에 도망쳤었고 지레짐작으로 못하겠다 싶어 시도조차 못 해본 것들이 많지만.

누구나 지나온 과거를 놓고 나 잘했다 박수치며 흐뭇해하진 않을 것이다. 뭐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때마침 TV에서 알려주는 조류독감 뉴스를 보며 나 잘했네 손뼉을 짝 마주친다던지 하는 소소한 선택의 결과를 제외하고서는 살아온 전반적인 맥락이나 굴곡을 되짚어보면 후회나 아쉬움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미련과 아쉬움이 많이 남아 이렇게나마 글로 풀어 공유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아, 글을 쭈욱 읽다보니 ‘후회’가 나오고 ‘아쉬움’이 나오는 걸 보고 ‘에이, 역시나 후회하기 전에 공부나 열심히 해라’ 라는 시시콜콜하고 뻔한 잔소리겠거니 미리 추측해버리면 곤란하다. 왜냐. 난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는 사람이니까. 사실 무지하게 드센 내 자존심이 후회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겠지만. 어찌됐든.

나는 대학생활이란 인생에서 가장 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몸 말고 가슴과 머리가. 경우에 따라선 몸이 성장하는 경우가 있을 순 있겠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든 의학의 힘이든 간에. 적어도 나는 가슴과 머리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엄청나게 성장했던 것 같다. 특별한 어떤 크나큰 사건이 있어서도 아니고, 현대사회의 심리학수업을 주의 깊게 들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 성장하려 발버둥 친 것도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 나를 성장하게 했겠는가 생각해보니 이전 십대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매순간 맞닥뜨리는 새로운 이슈가 순간순간 나를 사고하게 하였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나를 보다 성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또한 이런 이슈들과 어설픈 해결과정이 나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풋내가 풀풀 풍기는 대학 생활인데, 부족함이 자연스레 인정되는 학생이라는 신분을 틈타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무모함을 당당함과 패기로 봐주는 지금이야 말로 그대들이 무엇이든 힘을 내서 할만한 날들이 아닌가. 자, 가장 격하게 성장하며 그 성장통이 추억이 되어 아련한 날들로 남는 대학생활에서 얼마나 더 많은 이슈들 속으로 나 자신을 과감히 던지며 커나갈 것인가에 대해선 기분 좋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해보고 싶은 것들만 추려서라도 말이다. 물론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려고 나를 그 속에 내던져도 도대체 안되는 게 있긴 했지만 대게 시작을 했던 것들은 나에게 많은 추억거리들을 줬다. 단순하게 나만 놓고 간단한 예를 들면,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 좋아서 듣다가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었고, 만든 음악에 가사를 입혀 직접 녹음을 해보기도 했었고, 그러다 질리면 계절을 대표하는 레져스포츠에 미쳐서 방학동안 내내 매진하기도 했었고, 사랑을 해보려고 여기저기에 마음을 활짝 열어보기도 했었다. 세세하게 따지면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을 고민해보고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또는 그것을 반대로 떨쳐내기 위해 사고하다보니 지금의 성장된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다만, 조금 더 겁 없이 더 무모하게 학생신분을 무기삼아 더 많은 것들을 체험해보고 누려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조금은 남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내가 아쉽고 또 부족해서 더 아련하고 그래서 곱씹을수록 더욱 감칠맛이 나는 것 같다.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어느 누구도 그 당시 나에게 완벽함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그대들에게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걸 일러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을 무모하게나마 해보려할 때 우려해준 분들은 있었으나 더 무모하게 해보라고 내질러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너무많이 조심스러웠고, 두려워했고, 패기 있게 들이댔으면 지금의 나의 위치를 바꾸어 놓을만한 기회들도 더러 놓쳤었다. 이제 와보니 그때는 정말 고민할 이유도 없었고, 두려워할 것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는데!

Tips
– 과제와 수업에 치이지 말고 즐기며 사는 법을 체득하자.
– 내가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가 무엇인지 진중하게 찾아보자.
– 사랑은 꼭 용감무쌍하게 쟁취하자.
– 술, 당구, 게임같은 비생산적인 여가보다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여가를 찾아보자 기왕이면.
– 뭐든지 혼자하지 말자 함께 나누며하자. 그래야 용기도 더 생기는 법이다.
– 건강은 필수다.
– 선배에게서 얻을게 생각 외로 많다. 후배들이 비비는 것을 싫어하는 선배는 어지간해선 없다. 두려워하지 말자.
– 아, 선배에게 비비기전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멋져지고 예뻐지는 것이 우선이다.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전공 전공지